2024년 5월 17일(금)

‘꼬마농부 되어보기’로 수학능력 향상에 식습관 개선까지…

학습능력·사회성 돕는 ‘도시 농업’ 교육

파란들 어린이집에 자리 잡은 작은 텃밭은 어린이들의 수학교육과 사회성 발달에 도움을 주었다. /파란들 어린이집 제공
파란들 어린이집에 자리 잡은 작은 텃밭은 어린이들의 수학교육과 사회성 발달에 도움을 주었다. /파란들 어린이집 제공

작은 시도가 커다란 변화를 낳았다. 서울시 양천구 신월3동에 위치한 ‘구립 파란들 어린이집’ 이야기다. 지난해 3월, 어린이집 입구에 작고 아담한 화단이 새롭게 자리를 잡았다. 유인숙 원장이 아이들의 애정과 손길이 담긴 1.5평 남짓한 텃밭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처럼 옥상과 마당이 없고, 규모가 작은 어린이집은 원예 프로그램을 시도할 엄두를 못 내요. 저도 이번 ‘꼬마농부 되어보기’ 프로젝트를 통해 실내외 협소한 공간에서도 텃밭을 가꿀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배웠습니다.”

‘꼬마농부 되어보기’ 프로젝트는 농업진흥청 도시농업연구팀이 연구 개발한 원예 프로그램이다. 연구팀은 유치원 교육과정을 분석해 지난 2009년부터 유아의 탐구, 언어, 수리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다. 2011년 파란들 어린이집에서 상자텃밭, 자루 농법 등을 활용해 수학적 학습 체계를 접목한 원예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씨앗을 종류별로 분류하고 그 개수를 세면서, 아이들이 10 이상의 수를 자연스레 더하고 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씨앗을 심는 과정에서는 한 뼘과 한 줌이 다른 단위라는 것과 한 되, 한 척 등 다양한 측정 방법을 배웠습니다. 무늬의 배열을 관찰해 식물생장과정을 예측하는 대수의 규칙성도 익혔고요.”

이번 연구를 진행한 농업진흥청 정순진 박사는 “6개월간 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대조군으로 선정한 인근 어린이집 아동들과 수학능력을 비교해봤다”면서 “수와 연산, 규칙성, 측정 등 파란들 어린이집 아이들의 실력이 월등히 향상된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비단 수학능력 향상뿐만 아니다. 권나현 담임선생님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놀라움을 표현했다.

“가장 큰 변화는 식습관 개선이었죠. 상추, 고추, 치커리 등 직접 재배했던 채소가 급식에 나오면 ‘우리가 심었던 야채’라면서 편식 습관이 고쳐졌어요. 학습 태도도 달라졌어요. 생전 발표를 안 하던 아이들도 새로 발견한 사실들을 질문하며 수업을 주도하더군요.”

사회성 향상에도 도움이 됐다. 모둠별로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지주대기를 하면서 자연스레 협동하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다. 유 원장은 2012년은 과학과 연계한 원예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라면서 “이러한 원예 교육 프로그램이 유아교육에 그치지 않고, 초등학교 수업으로 연계되길 희망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화단 가꾸기, 옥상 텃밭으로 시작된 도시농업은 이제 아동의 학습능력과 사회성 향상을 돕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발전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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