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금)

음악과 마술 그리고 봉사가 함께하는 여행

중소기업중앙회 예술 기부

커다란 갈색 악기를 든 5명의 연주자가 등장하자 아이들의 시선이 무대 위로 집중됐다. 5대의 콘트라베이스가 풀어내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금세 빠져든 모양이다.

“방금 연주한 부분 어땠나요?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 급박한 느낌이 들지 않았나요?”

지난달 28일 저녁 7시, 오류애육원에서 작은 음악회를 연 ‘쏘노바쓰(Sono Bass· 꿈꾸는 콘트라베이스)’ 의 음악감독 손창우씨가 연주를 멈추고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카르멘이 자신을 사랑하는 돈 호세로부터 도망치는 장면이었다. 뒤이어 ‘투우사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돈 호세가 자신을 떠나겠다는 카르멘을 단검으로 찌르는 장면이다. 바로 이때, 무대 앞으로 마술사가 깜짝 등장했다. 마술사가 손을 뻗자 보라색 천을 덮은 동그란 탁자가 바닥 위로 떠올랐다. 공중으로 날아오른 탁자는 장엄한 선율에 맞춰 이리저리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음악과 마술이 결합된 이색 공연에 아이들은 환호를 보냈다.

콘트라베이스 앙상블 ‘쏘노바쓰’가 오류애육원 아이들에게 오페라 카르멘 환상곡을 들려주는 모습. 그 옆으로 마술사 리안팀이 ‘나는 탁자’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콘트라베이스 앙상블 ‘쏘노바쓰’가 오류애육원 아이들에게 오페라 카르멘 환상곡을 들려주는 모습. 그 옆으로 마술사 리안팀이 ‘나는 탁자’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공연을 마친 손 감독은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음악을 하자’는 제 꿈이 오늘 비로소 첫발을 내디뎠다”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쏘노바쓰와 함께 공연을 준비한 마술사 리안씨는 “아이들의 감동이 잊히기 전에 다시 와서 더 재미난 마술쇼를 보여주고 싶다”며 앞으로도 재능기부에 동참할 의사를 밝혔다. 공연을 관람한 신현민(13)군은 “오페라라고 해서 처음엔 어렵게 생각했는데, 연주자 선생님이 중간중간 카르멘 이야기를 해주신 데다가 마술쇼가 더해져서 너무 재미있는 공연이었다”면서 눈을 반짝였다.

이들의 예술기부는 복지솔루션 제공업체 이지웰페어㈜와 공동으로 이뤄졌다. 2003년 1월 설립된 이지웰페어는 선택적 복지서비스와 파트너관계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지난 2005년 5월, 이지웰가족복지재단을 설립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적극 수행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오류애육원과 결연을 맺은 이지웰페어㈜는 영어뮤지컬 교실을 열어 매주 1회, 총 20회에 걸쳐 이곳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이날 역시 30여 명의 봉사단이 오후 2시부터 두 시간 동안 아이들과 영어뮤지컬 수업을 진행했다. 이지웰가족복지재단 김수경 사무국장은 “아이들의 표현력을 높이고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다”면서 영어뮤지컬을 계획한 동기를 밝혔다.

음악과 마술, 봉사가 함께한 이날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중소기업중앙회가 주관하는 ‘중소기업과 예술이 함께하는 기부여행’의 일환이다. 사회공헌을 하고 싶은 중소기업과 재능기부를 원하는 예술인(단체)가 함께 하는 기부여행에 참여하고 싶은 기업은 중소기업중앙회 문화경영지원센터(02-2124-3207)로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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