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금)

20년 만에 해외원조 360억원 구호단체로 우뚝

굿네이버스 해외지부장 4인방
무작정 기술 전달보다 현지인 삶 존중하며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
지원금 예산 공개해 주민이 직접 투자 결정 “끊임없는 소통과 헌신본부의 지원과 신뢰 어우러져 가능했던 일”

굶주림 없는 세상,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설립된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가 해외원조를 시작한 지 벌써 20년이 됐다. 1992년 방글라데시를 시작으로 꾸준히 원조 국가를 확대한 굿네이버스는, 2011년 10월 현재 전 세계 25개 사업국에서 전문사회복지와 국제구호개발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한국인에 의해 한국에서 설립된 ‘토종’ NGO가 20년 만에 연간 약 3000만달러(360억원)에 달하는 해외원조가 가능해진 비결은 무엇일까.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빈곤 현장의 긴급구호를 책임지고 있는 4명의 국제본부 및 해외지부장을 만나봤다. 편집자 주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7년 넘게 재난 현장에서 동고동락했기 때문일까. 입을 열 때마다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전역에 걸친 생생한 현장 이야기가 그칠 줄 몰랐다.

“에티오피아에서 보낸 4년은 현지인들에게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식사하고, 일하고, 뛰어다니면서 현지인의 특성과 문화를 이해하려 했죠. 해답은 그들 안에 있었습니다. 우리는 단지 거들 뿐이었죠.”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지구촌 빈곤을 해결할 수 있는 지역개발을 실행하고, 긴급구호 현장에서 현지인들을 돕는 4인방이 모였다. 왼쪽부터 굿네이버스 아프리카 권역 본부 장수영 본부장, 국제협력본부 김윤주 본부장, 네팔 지부장 고성훈씨, 아이티 지부장 권기정씨.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지구촌 빈곤을 해결할 수 있는 지역개발을 실행하고, 긴급구호 현장에서 현지인들을 돕는 4인방이 모였다. 왼쪽부터 굿네이버스 아프리카 권역 본부 장수영 본부장, 국제협력본부 김윤주 본부장, 네팔 지부장 고성훈씨, 아이티 지부장 권기정씨.

아프리카 권역본부장 장수영씨가 꼽은 굿네이버스의 원동력은 ‘섬김’이었다. 현지인의 삶을 존중하고 그들이 자립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하자, 해당 국가와 굿네이버스가 시너지 효과를 내며 함께 성장하기 시작했다. 장 본부장이 에티오피아 땅을 밟은 2003년만 해도 상황은 열악했다. 주민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보겠다는 의지를 포기한 채, 국제단체들의 지원에 의존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굿네이버스 역시 해외원조에 있어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였다. 해외지원 규모도 작고, 파견 인력도 적었다. 장 본부장은 “무작정 선진기술과 노하우를 전달하기보다는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고 말했다.

2008년은 굿네이버스의 터닝포인트(전환점)였다. 유치원, 학교, 보건소 등 시설 중심의 지원사업에서 지역사회개발사업(CDP· Community Development Project)으로 방식을 전환했다. 국제협력본부 김윤주 본부장이 사업수행방식을 전환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단순히 여러 개의 시설을 짓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역사회 전체가 성장할 수 있는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죠. 주민들이 직접 우리 지역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결정하고 실행하게 했습니다. 굿네이버스는 단순한 조력자 역할만 합니다.”

기부에 대한 달라진 국민 의식은 해외원조사업에 커다란 원동력이 됐다. 기부문화의 흐름이 국내에서 해외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이다. 해외 빈곤 아동 결연이 새로운 기부 문화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마침 지역사회 개발사업을 위해 해외에 가장 많은 인력을 투입했던 굿네이버스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고, 현장에 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있었다.

변화의 시기에 네팔로 건너간 고성훈 지부장은 조합운동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 주민들이 지역사회 결정권을 갖고, 굿네이버스로부터 받은 지원금을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도왔다. 주인 의식이 살아나자 사업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현재 사과 농장, 허브 농장, 양어장 등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소득증대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주민들이 차후 사업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예산도 전부 공개하고 있다. 본부의 지원과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고 지부장은 “다른 국제구호 단체 지부장들이 나를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모른다”며 웃음을 보였다.

나눔대축제 현장 “우리도 나눔 홍보대사예요” 지난 8~9일 이틀 동안 나눔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제2회 대한민국 나눔대축제’가 서울올림픽공원과 부산, 대구, 대전, 광주 4개 광역 도시에서 동시에 개최됐다. 서울올림픽공원에서는 나눔체험관·생명나눔관·나눔실천관 등 세 개의 테마로 나뉘어 150개 부스가 운영됐으며, 굿네이버스는 나눔체험관에서 착한소비 캠페인‘굿바이(Good_Buy)’부스와 세계시민교육 부스 두 개를 운영했다. 사진은 굿네이버스 찾아가는 나눔교육 ‘원하트(One-Heart)’를 재현한 세계시민교육 부스를 찾은 어린이들이‘나도 나눔 홍보대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굿네이버스
나눔대축제 현장 “우리도 나눔 홍보대사예요” 지난 8~9일 이틀 동안 나눔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제2회 대한민국 나눔대축제’가 서울올림픽공원과 부산, 대구, 대전, 광주 4개 광역 도시에서 동시에 개최됐다. 서울올림픽공원에서는 나눔체험관·생명나눔관·나눔실천관 등 세 개의 테마로 나뉘어 150개 부스가 운영됐으며, 굿네이버스는 나눔체험관에서 착한소비 캠페인‘굿바이(Good_Buy)’부스와 세계시민교육 부스 두 개를 운영했다. 사진은 굿네이버스 찾아가는 나눔교육 ‘원하트(One-Heart)’를 재현한 세계시민교육 부스를 찾은 어린이들이‘나도 나눔 홍보대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굿네이버스

“물적, 인적 지원이 충분해 다양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굿네이버스에 이야기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이젠 각 지역 대표들이 직접 찾아와 사업 파트너가 돼달라고 요청할 정도니까요.”

아이티 권기정 지부장도 “긴급구호의 핵심은 결단력이다. 본부가 현장의 결정을 존중해준 덕분에 현지인과의 약속을 100% 이행할 수 있어, 지역 주민과의 신뢰가 굳건해졌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아이티 대지진 이후 굿네이버스가 지역사회개발사업을 펼치고 있는 씨티솔레 지역을 꼽았다. 씨티솔레는 지난 2년 전부터 지진과 콜레라로 막대한 인명피해를 입었다. 도움이 절실하지만 최대 빈민층이 사는 위험지역으로 꼽혀 다른 국제구호 단체들은 접근을 꺼리고 있다. 이 때문에 외부인을 바라보는 지역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신뢰가 쌓이니 주민들도 달라졌다. 권 지부장은 “텐트로 지었던 임시가옥을 벽돌로 다시 짓고 있는데, 씨티솔레 지주들이 바닥을 다 깔아줬다”고 했다. 학교, 지역센터 건축도 주민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굿네이버스는 앞으로 국제 원조 전문가를 육성하고, 의료, 건축,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관련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할 계획이다. 인터뷰 말미, 굿네이버스에서 해외원조 발자취를 함께 한 4인에게 향후 비전을 물었다. 신기하게도 동일한 답변이 돌아왔다.

“굿네이버스 없이도 현지 주민들이 자립할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그날을 위해 우린 현장에서 끊임없이 소통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 헌신할 것입니다.”

홍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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