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9일(금)

사회적기업이 만드는 ‘맥주’를 아시나요?

[더나은미래x영국문화원]글로벌 사회적기업 트렌드 읽기

 

◇맥주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가들

 

이그니션 브루어리의 설립자 닉 오셰 ⓒIgnition Brewery
이그니션 브루어리의 설립자 닉 오셰 ⓒIgnition Brewery

영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1인당 브루어리(brewery·양조장)를 가진 나라다. 그 수는 약 1700개로, 최근 8%나 증가했다. 최근 영국의 신생 스타트업들 사이에서 선한 영향을 미치는 ‘착한 사업’을 시작하려는 곳들이 늘어나면서(최근 통계에 따르면, 영국 전체 스타트업 중 1/4이 그렇다고 한다), 양조업자들 역시 자연스레 사회적 목표를 하나씩 품게 됐다.

닉 오셰(Nick O’Shea)도 그런 양조업자 중 한 명이다. 한때 경제학자였던 그는 지난 2015년 이그니션 브루어리(Ignition Brewery)를 설립했다. 기가 막히게 맛있는 맥주를 만드는 이곳은, 지적 장애를 가진 직원들을 고용하는 마이크로브루어리(microbrewery·소규모 양조장)다. 오셰는 15년간 영국 멘캡(mencap·지적 장애를 가진 이들과 그 가족 및 부양자들을 지원하는 영국 자선단체)에서 봉사를 해오다 이그니션을 설립하기로 결심했다. 멘캡 멤버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그는 “지적 장애를 가진 이들은 일반적으로 인간관계, 또는 직업 둘 중 하나를 원한다”며 “인간관계를 앞장서 도와줄 수는 없지만 그들이 직업을 찾는 일을 도와줄 수는 있다”고 말한다.

마침, 닉 오셰 대표는 영국의 사회적 기업가 지원기관인 언리미티드(UnLtd)로부터 ‘두 잇 어워드(Do It Award)’라는 상을 받았다. 이 상은 초기 단계의 사회적 기업가에게 현금 및 관련 지원을 해주는데, 상금 액수가 5000파운드(원화 약 730만원 상당)에 달한다. 이 상을 수상함으로써, 그는 첫 맥주 양조를 시작할 수 있었다. 

현재 이그니션 브루어리에서는 세 종류의 에일(맥주의 한 종류)―IPA, 페일 에일(pale ale), 포터(porter)―를 생산하고 있다. 이 맥주들은 런던 동남부에 위치한 식당들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사업이 성장하면서 오셰의 브루어리는 6명의 아르바이트생을 추가 고용할 수 있게 됐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선 고군분투해야 하는 이들에게 멋진 직업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그니션 브루어리의 가장 열정적인 직원인 크리스는 “일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양조업자 팀이고, 훌륭한 병맥주를 생산해내고 있습니다. 저는 일하고 또 일해서 모두에게 우리의 맥주를 팔 겁니다. 그것이 제가 할 일이에요. (크리스)

오셰는 “나는 양조업자가 아니라 경제학자”라며 “나는 수입을 만들어내는 능력, 마진에 이끌린다”고 말한다.

저는 가장 많은 수익을 가져다줄 방법이 무엇인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멋진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했습니다. 노동 인센티브를 끌어올릴 방법도 말이죠. 이를 위한 가장 확실한 상품이 바로 맥주였습니다. 맥주 생산은 이익도 많이 남는데다, 무언가를 끓이고 병에 라벨을 붙이는 등 주로 반복적인 일들이니까요.

여태껏 오셰가 일궈낸 성공의 많은 부분은 그의 열정 덕분이지만, 산업 내 다른 이들이 가진 기술 덕분이기도 하다. 소규모 양조 시설을 비롯해, 업계 내 다른 양조업자들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었기에 그는 첫 맥주 생산량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사회 변화를 위해 ‘건배’

 

토스트 에일(Toast Ale)의 줄리 프레블(Julie Prebble) 역시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맥주 산업의 개방성을 찬양한다.

“우리는 해크니(Hackney) 지역 양조업자들과 함께 첫 맥주를 만들었어요. 그들은 우리에게 영감을 줬고, 양조법까지 공유해준 벨기에 양조업자들의 도움을 받았죠. 이후 해크니 양조업자들은 지금 우리와 함께 일하고 있는 요크셔(Yorkshir)의 양조업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었습니다. 양조업계가 이렇게나 멋집니다(The brewing world is great).” (프레블)

이그니션 브루어리와 마찬가지로, 토스트 에일도 맥주로써 세상을 바꾸고 있다. 그들은 음식물 쓰레기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일 맥주를 생산한다. 그녀에 따르면, 조리된 음식의 3분의1이 각종 이유로 소비되지 않는데, 그 이유는 가정 내에서 버려지는 것부터 공급 체계의 문제까지 다양하다고 한다.

토스트에일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는 토스트에일의 맥주. ⓒToast ale

줄리는 토스트 에일을 “초과생산된 신선한 빵으로 좋은 맥주를 만드는 회사”라고 한 마디로 정의한다.

맥주 한 병에 빵 한 조각씩이 들어가요. 이로써 우리가 맥주를 만들 때마다 버려질 처지에 있던 잉여생산량이 소모되는 것이죠. 우리는 커다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의 일부입니다.

맥주를 이용한 이 기발한 아이디어는 창립자인 트리스트람 스튜어트(Tristram Stuart)가 벨기에 여행 중에 고안해 낸 것이다. 그는 여행 중 우연히 빵으로 맥주를 만드는 전통 방식으로 맥주를 생산하던 ‘브뤼셀 비어 프로젝트(the Brussels Beer Project)’를 접했다. 스튜어트는 당시 자선단체 ‘피드백(Feedback)’에서 음식물 쓰레기 저감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다. 그는 영국 내 버려지는 음식물을 줄이는 데에도 이 방식을 적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지금까지 토스트 에일은 2.6톤 가량의 빵(거의 9만 조각)으로 약 8만병에 가까운 맥주를 만들어냈다. 그들은 초기에는 지역 제빵사들에게서 거둔 잉여분을 사용했으나 점차 거래처의 규모를 키워, 현재는 대형 슈퍼마켓에 샌드위치를 납품하는 생산업자들과 거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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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를 만들고 남은 빵 부스러기가 맥주가 되기까지의 과정 ⓒToast ale

“식빵 끝 부분으로 만들어진 샌드위치를 파는 매장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인가요? 샌드위치 공급자들은 잘린 식빵을 사자마자 양쪽 끄트머리 부분은 버려 버립니다.”

토스트 에일은 샌드위치 생산업자들에게 그 잉여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프레블은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가 아닌, ‘처음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지 말자’는 캠페인의 일환으로서 이 일을 계속 하고 있다.

우리가 만드는 맥주가 모두에게 영감을 줄 수 있길 바랍니다. 우리와 거래하는 샌드위치 공급업자들은 그들이 매일 만들어내는 식빵 잉여분을 창의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있어요. 언젠가 이 땅에서 버려지는 빵들이 완전히 사라지는 날, 그때 우리의 활동도 끝나겠죠.

 

◇좋은 맛을 내고, 좋은 일도 하고(Tastes good, does good)

 

사람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갖도록 보장하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일이든 간에 사회적기업가들은 맥주를 활용해 ‘진짜 변화’를 만들고 있다. 오셰와 프레블은 이것이 양조업계가 기꺼이 그들을 돕고 함께 일하고자 한 덕분이라 했지만, 동시에 각자가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 역시 강조했다.

오셰는 “맥주를 만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을 데려다 일정하게 좋은 맛을 내는 맥주를 만드는 일은 우리에게 ‘도전'”이라 말한다.

“좋은 맛을 못 내는 맥주라면 팔 이유가 없어요. 사람들은 차라리 자선 단체에 기부할 거예요.” (오셰)

양조중인 이그니션
양조중인 이그니션 브루어리의 직원들. ⓒIgnition Brewery

프레블도 이에 동의한다. 그녀는 “맥주가 맛이 없다면 우리의 미션은 실패할 것”이라며 “사람들이 돈을 내고 사서 마실 준비가 안됐거나, 한 번 마셔본 후에 또 사지 않는 경우도 마찬가지”라 말한다.

“토스트 에일은 제이미 올리버(영국 유명 셰프)의 ‘금요일 밤의 축제(Friday Night Feast)’에 맥주를 론칭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하는 일은 훌륭하지만, 결국엔 맥주 맛이 훌륭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해줬죠. 그런데 우리 맥주를 한 입 마셔보더니 말하더군요. ‘굉장한 맛'(It’s Bloomin’ lovely)’라고요.” (프레블)

이그니션 브루어리와 토스트 에일은 그들 사업과 임팩트의 성장을 바라보며 일하고 있다.

이그니션 브루어리는 최근 새로운 터전인 시든햄(Sydenham)지역 양조장으로 옮겨갔다. 그들은 맥주를 전보다 더 큰 규모로 생산하고 팔 수 있도록 양조 설비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토스트 에일은 최근 맥주 생산 범위를 확장하기 위한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을 벌였다. 이를 통해 2종류의 새로운 맥주―수제 라거 맥주와 세션 IPA―를 추가할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에 설정한 2만 파운드의 펀딩 목표를 달성하고, 초기 생산 수준을 두배로 늘릴 더 많은 자금을 찾고 있는 중이다.

 

▶ 이그니션 브루어리의 동영상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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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기사는 영국 언론파이어니어스 포스트(Pioneers Post)’에 발간된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원문 기사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원 저자 : 아담 딕슨(Adam Dix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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