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7일(화)

[여문환의 비영리 현장 이야기-①] 비정부 국제회의에서 살아남는 10가지 방법

국제 비영리기관에서 일하다 보니 이러 저러한 이유로 국제회의에 참석하게 된다. 민간외교 차원에서 이러한 국제행사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외국인들이 우리를 통하여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을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회의는 회의 주제에 대한 정보 교환 및 지식 습득이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인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식사 시간이나 쉬는 시간이면 한국의 여러 가지 소소한 일상생활에 대한 질문이 쏟아진다.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이 엄청 인기가 있다는 이야기에서 왜 그렇게 북한이 포를 쏘아대느냐는 남북관계에 대한 문제 그리고 일본은 왜 반성하지 않느냐는 민감한 질문까지 그 폭이 매우 넓고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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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우리나라에서 개최했던 JA 아태지역 청소년 창업대회 사진. ⓒJA코리아

이렇게 짧은 만남 속에서 관계 형성을 하고 우정을 쌓기란 쉽지 않지만, 타문화에 대한 태도는 점검할 필요가 있다. 우선 우리는 두 가지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첫째는 우리 것과 우리 문화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점이다. 둘째는 타문화를 무시하지는 않나 하는 것이다. 특히 이 문제는 서구중심주의가 우리 안에 내재화되어 부지불식간에 중심국의 입장에 서는 우를 범하게 된다. 그렇다면 실제로 국제회의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워보자.

첫째는 유머 감각이다. 영어 혹은 외국어도 잘 못하는데, 어떻게 다른 나라말로 남을 웃길 수 있을까? 하지만 한국말로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이 영어로도 남을 웃게 한다. 시차로 생기는 피곤함을 가실 수 있게 하는 유머 한방이 필요하다.

둘째, 국제회의를 준비하고 주관하는 기관 혹은 단체의 사소한 것을 먼저 도와주는 것이다. 100명 이상이 참여하는 국제회의 챙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부 간 회의는 의전이 잘 준비돼있고, 매뉴얼이 있어 차곡차곡 진행될 수 있지만 적은 비용과 인원으로 비영리기관들이 주최하는 행사는 빈 구석이 생기곤 한다. 명찰 나눠주기, 장소 표식 등 귀찮은 일을 자진하여 도와주면 언젠가 보답으로 돌아오는 것이 국제적 관례에서도 통한다.

셋째, 쉬는 시간에 사소한 잡담을 즐겨라. 쉬는 시간이면 삼삼오오 모여서 커피를 마시거나 다과를 나누며 회의 주제에서부터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하지만 이를 위하여 몇 가지 준비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연사 및 토론자를 비공식적으로 만나거나, 참석한 사람중에 네트워킹을 하고자 하는 사람을 미리 기억하고 있다가 접촉하면 좋은 인맥을 만들 수 있다. 회의 본 게임보다 오히려 쉬는 시간에서 모든 정보가 교환되기도 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넷째, 질의응답 시간에 첫 번째 질문자가 되어라. 청중석에 질문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첫 번째로 손을 들고 소속 기관을 밝히고 질문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첫 번째로 질문하면 모두가 주목하며 다른 청중들에게도 용기를 주며 회의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하여 사전에 연사에 대한 조사를 하고, 질문거리를 가지고 참석해야 한다. 특히 질문은 한두 가지 정도가 적당한데, 첫째는 연사가 신나게 답변하기 좋은 것으로 두번째 것은 건강한 비판을 담은 것이면 완벽하다.

다섯째, 회의가 끝나고 회의장을 마지막으로 나와라. 끝까지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특히 주최 측에 제일 힘든 일을 했던 직원들, 이를테면, 사진 담당, 이동 마이크를 옮겨주는 사람, 음향과 조명을 담당하는 사람 즉 무대 위에 올라가지 않는 조력자들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퇴장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주최 측이 무척 고마워하며 기억하게 된다.

여섯째, 자유 시간에 혼자 밥 먹지 마라. 이틀 이상 지속하는 회의는 꼭 한차례 이상 자유 시간이 주어지며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고민에 빠진다. 이 자유 시간은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이다. 회의가 시작하는 첫날 자유 시간에 주위 사람들에게 계획이 있는지를 물어보고 같이 밥을 먹자고 초청하는 것이다. 밥을 함께 먹으며 친해지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친구 사귀기의 일순위인 것 같다.

일곱 번째, 해당 국가의 지역신문을 반드시 읽고 참석하라. 첫 만남은 누구나 서먹하여 이야깃거리가 궁하게 마련이다. 지역신문을 읽고 가면 사소한 수다거리가 풍부해지고 친밀감을 빨리 만들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

여덟 번째, 명함을 주고받는 데 목숨 걸지 마라. 일본을 제외하고는 명함을 주고받는 데 그렇게 열을 내지 않는다. 명함을 받거나 주는 데 너무 신경을 쓰다 보면 중요한 정보 및 네트워킹을 만드는 것을 놓칠 수도 있다. 회의 마지막 날 천천히 해도 된다. 오히려 명함교환보다도 SNS 친구가 되는 데 좀 더 신경을 쓰는 편이 네트워킹에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

아홉 번째, 가족사진을 가지고 가라. 간혹 “Do you have family?”라는 질문을 받는 데, 그때 지갑에서 가족사진을 보여 주면 자기도 사진을 보여주면서 마치 가까운 친구 사이가 된 기분이 든다. 특히 서양인들은 대부분 가족이 있는 사람이라면 거의 아이들 사진을 가지고 다닌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물론 요즘은 이동전화기에 담아서 다니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선물이 반드시 한국적인 것이 아니어도 된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선물을 교환할 기회가 있다면 한국적인 것을 준비하느라 애쓰지 말고 그냥 면세점에서 기념이 될 만한 것을 사서 가도 좋다. 미리 준비를 못했으면, 호텔 주변 혹은 호텔 안의 기념품 가게에서 사도 좋다. 단, 그 나라에서 선호하는 한국 제품이 있는지를 반드시 사전에 점검할 필요가 있다. 중국 사람들에게는 한국 화장품을 선물로 주면 매우 좋아할 것이다.

끝으로 보너스 한가지 더, 감사 이메일은 돌아온 후 아니면 만난 후 24시간 이내에 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너에게 이 만큼 관심이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방법인 듯하다.

여문환의 비영리 현장 이야기
여문환 JA코리아 사무국장이 비영리 국제 청소년 경제교육기관인 JA코리아 설립 과정에 참여하면서부터 시작된 비영리 현장의 따끈따끈한 이야기를 매월 칼럼 형태로 전한다. 교과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지식이 아닌,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쌓은 살아있는 경험과 인사이트를 엿볼 수 있다.

현재 비영리 국제 청소년 경제교육 기관인 Junior Achievement Korea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2002년, JA Korea의 한국 설립과정에 참여하여 연간 10만 여명의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시장경제와 금융교육, 창업교육 그리고 진로 및 직업교육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서강대에서 종교학 학사와 정치학 석사 취득, 영국 외무성 췌브닝 장학생으로 King’s College London에서 전쟁학 석사를 마쳤으며 경기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민간외교포럼인 아린(我隣), 미국 국무성 교환프로그램, 오스트리아 Global Salzburg Program, EU Visiting Program등 다양한 민간외교활동에도 참여했다. 저서로는 “동아시아 전쟁기억의 국제정치”, “영화 속의 국제정치”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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