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일)

“사회의 혈관인 금융… 금융이 따뜻해야 세상에 따뜻한 피가 돌겠지요”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 “사회 속에서 이룬 이익 약자와 나눠야 건강한 성장 이룰 수 있죠”

“워크아웃 바람 불던 IMF 우리는 기업 살리려 애썼죠 기업의 돈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함께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나도 힘겨운 유년 보내 젊은이여 희망 잃지말라 고생 끝에 낙 진짜 온다 우리 사회공헌 원칙은 공존·공감·공생”

미상_사진_신한금융그룹_한동우회장1_2011다음 달이면 신한금융지주가 설립된 지 10년이 된다. 그리고 내년이면 신한금융그룹의 모태인 신한은행의 설립 30주년이다. 1982년 자본금 250억원과 4개의 영업점으로 출발했던 신한은행은 이제 자산 300조원 규모의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지난 19일 신한금융그룹 한동우 회장(63)을 만나 금융의 미래와 신한금융그룹의 사회책임에 대해 물었다.

한 회장은 취임 이후 사소한 행보 하나하나에 대해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어려운 시간을 보내며 그가 돌아본 것은 초심(初心)이었다.
“신한의 지난 30년을 돌아봤습니다. 그동안 참 잘해왔지만, 2% 부족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따뜻함’이었습니다.”

신한은행 설립 당시의 행훈(行訓)은 ‘새롭게, 알차게, 따뜻하게’였다. 한동우 회장이 신한은행의 기획부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사내 공모를 통해 만든 행훈이다.

“신한은 짧은 시간 동안 경영실적이나 수익성 면에서 탁월하게 성장했습니다. 새롭고 알찼습니다. 이젠 따뜻함에 대해 고민할 때입니다.”

한 회장이 생각하는 따뜻한 금융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고객과 한번 맺은 인연을 끝까지 소중하게 여기면서 동반자 관계로 가꾸어 가는 것이 따뜻함의 본질입니다.”

한 회장은 얼마 전 전체 계열사에 따뜻한 금융을 실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라고 제안했다.

“신한금융그룹의 철학은 ‘금융의 힘으로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것입니다. 금융이 과도하게 수익을 낼 생각만 하면 사회가 건강하게 성장하지 않습니다. 비 올 때 우산 뺏는 식으로 고객을 대하면 고객의 마음을 얻지 못합니다.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 못지않게 고객의 마음과 함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 회장은 98년 IMF 사태 당시 신한은행의 여신을 지휘하고 있었다. 당시 한 회장은 “의지가 있고 가능성이 있는 고객사 50여 개에 대출기한을 연장해주거나 금리를 할인해 줘 기업에게 용기를 주고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다른 직원들이 기업 워크아웃을 앞두고 손실을 줄이기 위해 돈을 빨리 회수하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삼았던 시절이다. 한 회장의 지시를 이해하지 못하는 직원들을 설득했다. “우리 돈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고객사가 살아나는 것도 중요합니다. 장기적으론 우리 회사의 수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나라의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길입니다.” 설득 끝에 20여 개 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기업들은 든든한 고객으로 신한은행의 밑천이 되었다.

“꼭 기업이 아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급한 생계를 위해, 수술비 마련이나 학자금 마련을 위해 대출이 필요한 서민들에겐 은행이 할 수 있는 도움은 주어야 할 겁니다.”

한 회장은 신한금융그룹의 회장이기 이전에 신한금융그룹의 최연장자이기도 하다. “신한금융그룹 회장직을 시작할 때 금융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금융의 힘으로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것이 어떤 뜻인지 후배들에게 심어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금융이 우리 사회의 혈관이라면 따뜻한 금융이 되어야 우리 사회에 따뜻한 피가 돌고 잘 성장하지 않겠습니까.”

미상_사진_신한금융그룹_한동우회장2_2011신한금융그룹 한동우 회장은 1971년에 은행에 입사했다. 그 후 40년을 금융업에 종사했다. 1971년은 미국 리처드 닉슨 전(前) 대통령이 달러화의 금태환 중단을 발표한 해다.

이 조치로 국제 화폐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던 금이 40년이 지난 요즘은 말 그대로 ‘금값’이다. 40년간의 경제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오일쇼크와 한국 경제의 비약적인 활황, IMF사태, 2008년 금융위기가 모두 한국 경제의 근육과 한동우 회장의 경험 속에 남아 있다. ‘따뜻한 금융’은 이런 경험 속에서 나온 철학이다.

“취임 초기에 따뜻한 금융을 얘기했더니 직원들이 ‘우리 사회공헌 이미 많이 하고 있습니다’라고 얘기하더군요.”

하지만 한 회장은 ‘수익으로 하는 사회공헌’만 해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금융이라고 하는 ‘업’ 자체가 따뜻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취임 초기에 빠른 성과를 보고 싶었을 수도 있지만 한 회장은 “이제 직원들이 조금씩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조만간 구체적인 계획들도 나올 것”이라며 큰 호흡을 보였다.

한 회장은 최근 사회적으로 기업의 사회책임에 대한 요구가 강해진 분위기에 대해 기업들이 이런 요구를 건강한 성장을 위한 충고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업은 사회 속에서 성장하고 발전합니다. 그런데 성공한 기업들 중에는 성공으로 인한 자신감이 자만감으로, 그리고 탐욕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생태계의 모든 생명들이 보이지 않는 자연의 힘에 따라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듯, 기업이 속해 있는 사회 또한 균형을 유지하며 성장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다른 사회구성원들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생존과 성장만을 생각하는 기업은 “토양의 양분을 흡수해 주변을 황폐하게 만드는” 식물과 다를 바가 없다.

“그렇게 되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도 어렵습니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탐하기보다는 건강한 성장을 통해 얻은 열매를 사회구성원들과 공유하고 함께 성장하는 방향으로 생각이 전환되어야 합니다.”

기업들의 책임의식을 강조한 한 회장은 우리나라 지속가능성장의 핵심인 청년을 위한 조언도 덧붙였다.

“요즘 취업난 등으로 고생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무척 마음이 아픕니다.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도 통감합니다. 부디 오늘의 현실이 힘겹고 아프겠지만 절망만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절망부터 하면 미래는 영원히 닫힐 수밖에 없습니다.”

한 회장은 법대 출신이다. 어머님을 잃고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아 법관의 꿈을 포기하고 돈을 벌기 위해 은행에 입사했다.

“돌아보면 살아가는 과정에서 늘 마음대로 되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왔나 봅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은 진실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젊은이들도 희망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신한금융그룹은 2009년부터 564억원을 지원하여 ‘중소기업 일자리 창출 사업’을 추진해 1년 사이 젊은 청년 5000여명의 중소기업 취업을 도왔다. 또한 약 800억원 규모의 ‘신한장학재단’을 설립해 가정형편 때문에 학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래 인재를 위해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한 회장은 올 3월 작고한 신한은행 창립자 이희건 명예회장의 일화도 소개했다.

“명예회장님은 젊은 시절 일본에서 한국인에 대한 차별 속에서 나라가 제대로 서기 위해 금융이 제대로 서야 한다는 일념으로 일하셨습니다. 그 열매가 1982년 설립한 신한은행이며 그 비결은 열정과 도전정신이었다고 합니다. 삶은 무한히 긍정하고, 노력은 쉼 없이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희망을 갖고 도전하면 반드시 보람 있는 미래가 열릴 것입니다.”

한 회장은 신한금융그룹이 기업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공존·공감·공생의 원칙에 입각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약속했다. 복지·문화·환경의 분야에서 지속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건강한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2009년에 설립해 현재 300억원을 출연한 신한미소금융재단의 규모도 2013년까지 700억원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그룹의 사회공헌 활동이 활발하다는 얘기에 “신한만이 아닙니다. 이제 모든 기업들이 자신의 업과 사회책임활동을 통해 세상에 기여를 해야 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활동과 철학이 신한금융그룹의 성장에 도움이 될까. 기자의 질문에 한 회장은 웃으며 말했다. 온갖 풍파를 헤쳐온 40년 금융인의 목소리였다.

“물론 단기적으로 수익이 줄어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세상엔 금액으로 환산하지 못하는 것들도 있죠. 기업의 정신이 건강해지고 현장의 직원이 훌륭한 금융인으로 성장한다면 해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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