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나이에 맞게 역할극… 상황대처 능력 ‘쑥쑥’

굿네이버스 ‘찾아가는 아동권리 교육’
4~7세 어린이엔 인형극 성교육 유괴 상황은역할극으로 숙지
초등 저학년 ‘놀이’ 고학년은 ‘참여활동
‘연령별로 특화해 프로그램 구성

지난 6월 30일 오전 10시, 서울시 구로구 항동에 위치한 ‘구립 항동어린이집’에 박하나(30)씨가 큰 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하나씨가 3층 우주반으로 들어가 준비된 자리에 앉자, 하나씨를 중심으로 빙 둘러앉은 일곱 살 어린이 15명이 모두 함께 “안녕하세요, 사랑합니다, 반갑습니다!”하고 반갑게 맞이했다.

“선생님은 굿네이버스에서 왔어요. 왜 왔을까요?”

구립 항동어린이집에서 진행된‘찾아가는 아동권리 교육’의 모습.
구립 항동어린이집에서 진행된‘찾아가는 아동권리 교육’의 모습.

하나씨가 첫 질문을 하자, 아이들이 낯을 가리는지 대답 없이 조용했다. 아랑곳없다는 듯 하나 씨가 두 눈을 반짝이며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정성스레 눈을 맞춰 나가자 한 남자 아이가 “소중한 몸!”이라 답했고, 이어 다른 아이들도 하나 둘 저마다의 대답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하나씨는 가져온 큰 가방에서 4절지 크기의 큰 그림책을 꺼냈다. 제목이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 만들기’였다.

“학교에서 돌아온 철수한테 어머니가 말했어요. ‘철수야, 간식 먹고 나서 피아노 연습하고, 태권도 다녀와서, 논술 공부를 해. 그러고 나서는 그림 그리고, 엄마랑 영어 단어 시험을 보자. 그리고 줄넘기 100번 하고, 일기 써야지.'”

숨이 넘어갈 듯 줄줄줄 계속되는 이야기에 아이들이 “아하암…”하고 가느다랗게 한숨을 내쉬었고, 이 반응을 받아쳐 “철수 형님이 힘들겠죠?” 하나씨가 말을 건네면서 본격적으로 ‘굿네이버스의 찾아가는 아동권리 교육’이 시작됐다.

교육 내용은 아동권리 교육, 나눔교육, 성교육, 유괴 예방교육 순으로 이뤄졌다. 성교육을 할 때는 실제 사람의 신체를 그대로 본 뜬 헝겊 인형 ‘별님이’네 가족을 이용했다. 별님이, 별남이, 엄마, 아빠가 등장할 때마다 우주반 어린이들은 두 손을 입가에 대고 “별님이 힘내!” “엄마 힘내!” 등을 외쳤다. 여러 친구들 앞에서 겉옷을 벗고 알려 줘야 하는 별님이네 가족을 모두 함께 응원해 주자는 하나씨의 제안에 따른 행동이었다. 정확한 성기의 이름을 알려주는 등 성적인 부분에 대한 언급이 반드시 필요한 교육이었는데, 부끄러워하거나 놀리는 아이가 한 명도 없었고 놀이를 하듯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하나씨가 묻는 질문에도 아이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듯 척척 정확한 답을 했다.

“어떻게 아이들이 이렇게 잘 알고 있죠?”라고 함께 참관하고 있던 이소영(34) 부원장에게 물으니, “작년에도 굿네이버스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고 설명해 줬다. 아이들을 위한 성교육을 찾던 중 인터넷에서 굿네이버스의 ‘찾아가는 아동권리 교육’에 대한 정보를 접해 교육을 신청했고 바로 그 해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마지막 유괴예방 교육 때는 아이들이 직접 앞으로 나와 하나 씨와 함께 역할극을 했다. 능청스럽게 유괴범 흉내를 내는 하나씨에게 앞에 나간 아이가 “싫어요! 안 돼요! 하지 마세요!”를 외치고, 교실 한쪽 편에서 보고 있던 담임 선생님에게 뛰어가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는 연습을 하자 보고 있던 아이들이 들썩들썩한다.

교육이 끝나고 한 아이에게 다가가 “재밌었어요?” 질문하니, 냉큼 “네! 안 된다고 하면서 달려가 도와달라고 했던 게 제일 재밌었어요!” 하며 씩 웃었다.

15분간의 휴식 뒤 다시 시작된 다섯 살 반 산들반에서의 교육 모습은, 일곱 살 반 때와는 또 달랐다. 이번이 첫 교육이어서인지 아이들은 선생님이 묻는 말에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하나씨는 틀린 말, 농담, 투정 등을 일일이 받아주고 다시 알려주며 차근차근 교육을 이어갔다. 산들반 담임 최자영(29) 선생님은 “새로운 외부 사람이 와서 교육을 해주니 아이들의 집중력이 더 좋다”며 “오늘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담당 교사가 확장 교육을 하면 효과가 더욱 좋으리라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날 항동 어린이집에서 오전 동안 있었던 교육은 ‘아동 힘키우기 서비스’로 어린이집과 유치원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었다. ‘아동 힘키우기 서비스’는 굿네이버스 아동권리교육 중 일부분이다. 이외에도 4~7세를 대상으로 하는 인형극,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놀면서 배우는 권리’,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참여활동을 통한 아동학대 예방 프로그램’ 등이 있다. 또한 연령별 교육은 직접 아동을 대상으로 한 구성, 양육자인 부모를 대상으로 한 구성, 교육자인 선생님을 대상으로 한 구성 등으로 다시 각각 나뉜다. 굿네이버스는 연령별로 특화하고, 대상자별로 차별화해 통합적 아동권리 교육을 시행한다. 굿네이버스의 아동권리 교육은 올해로 12년째를 이어오고 있다.미상_그래픽_아동권리교육_굿네이버스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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