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수)

“끼니 걱정하던 꼬마가 대학생이 됐다니…”

방글라데시 소녀 13년째 후원 권미선씨

현재 대학에 다니고 있는 타니아의 모습. /굿네이버스 제공
현재 대학에 다니고 있는 타니아의 모습. /굿네이버스 제공

방글라데시의 소녀 타니아(Tania Akha ter·18)는 지난해 7월 대학에 입학해 어느덧 대학 생활 1년째를 맞았다. 타니아의 대학생활에 대해 그녀의 주변 사람들은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끼니마저 걱정해야 할 정도의 지독했던 가난과 여성이라는 난점을 딛고 끝까지 학업을 이어 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동 노동 인구가 100만 명에 달하고, 대학 진학률이 20% 이하인 방글라데시의 현실을 생각하면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한국인 권미선(40)씨는 오늘의 타니아가 있기까지 큰 역할을 했다. 그렇다고 해도 미선 씨가 대단한 재력가이거나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NGO 직원인 것은 아니다. 미선씨는 경상북도 의회에서 속기사로 일하면서, 두 아들을 두고 있는 평범한 주부다. 27살 미혼일 때인 1998년, 미선씨는 타니아를 처음으로 만났다. 직접 만난 게 아니라 사진으로였다.

“처음 다섯 살 타니아를 보고는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빡빡 깎은 짧은 머리, 커다란 두 눈에 두려움이 가득했더랬죠.”

미선씨는 굿네이버스의 해외아동 1대1 결연을 통해 타니아와 인연을 맺었다. 그때부터 13년 동안 150여 차례, 매월 3만원씩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타니아에게 보냈다.

“큰 포부를 갖고 시작했던 게 아니었어요. 그저 ‘생각에 그치지 말자. 지금 당장 시작하자’ 이런 마음이었다고 할까요?”

사무실 책상 위에 타니아 사진을 올려 두고, 그녀가 일상 속에서 실천한 건 커피 한 잔 덜 마시고 택시 한 번 덜 타는 일이었다고 한다. 미선씨는 “이상하더라고요. 주려고 시작했는데, 하면 할수록 얻는 게 더 큰 거예요”라며 타니아에 대한 자랑을 꺼내 놓기 시작했다. 얘기를 하는 내내 그녀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13년 동안 방글라데시의 소녀 타니아를 후원하고 있는 권미선씨가 아동 소개카드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13년 동안 방글라데시의 소녀 타니아를 후원하고 있는 권미선씨가 아동 소개카드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해마다 한 번씩 전달되는 ‘아동성장발달보고서’에는 이전 해보다 점점 더 건강해지면서 공부도 잘하는 타니아의 소식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키가 쑥쑥 자랐고 얼굴도 해가 갈수록 훨씬 밝아져 갔다. 게다가 공부까지 잘하는 우등생이었다. 미선씨는 2009년 받은 성장발달보고서를 보여줬다. “아동은 활발하고 똑똑한 학생으로 지난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습니다. 자원봉사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개근상도 받았습니다”고 쓰여 있었다.

“대학에 입학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가슴 벅차서….”

당시를 회고하며 미선씨는 들뜬 기색을 보였다. 그녀는 타니아의 입학 소식을 접하자마자 13년 전 처음 후원하기 시작했을 때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때 내가 이 아이를 돕는 일을 미뤘다면, 사는 데 바빠 후원을 잊었다면 어땠을까요? 이런 기적은 찾아오지 못했을 거예요. 13년간의 묵묵한 세월이 그저 고마울 뿐이에요.”

무엇보다도 미선씨는 어려운 환경에도 포기하지 않고 당당히 대학에 들어간 타니아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타니아가 방글라데시에서 대학에 다니는 데 필요한 등록금은 월 600타카(BDT), 우리나라 돈으로 약 8736원이다. 이 중 상당 부분이 굿네이버스를 통해 지원되고 있으며, 현재 타니아는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다.

미선씨는 나눔은 거창한 게 아니라며 “우리가 조금만 불편하면 모을 수 있는 그 적은 후원금으로 제3세계 아이들은 전혀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며 말을 맺었다.

해외아동 1대1 결연 후원이란?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등지의 저개발국가 아동과 결연을 맺고, 매달 일정 금액을 후원해 대상 아동이 교육·급식·의료·보건 등의 사회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정기기부 방법이다. 후원자는 후원 아동의 사진과 소식을 정기적으로 받아 볼 수 있고 편지를 교환하거나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만날 수도 있다. 한 달 후원금은 대개 3만 원 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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