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일)

집 같은 집, 새동네가 만듭니다

새동네 프로젝트 이재준 소장 인터뷰

“머리 아플 때 두통약 먹으면 대안이 되나요?”

4년 간의 대안 주거 실험을 마친 ‘새동네’의 이재준 소장이 묻는다. “셰어하우스가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셰어하우스는 현대판 ‘하숙집’이죠. 일시적으로 필요에 의해 생길 순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걸 정책적 대안 주거로 말할 수는 없죠.” 건축가인 이재준 소장은 집의 본질적인 가치는 편안한 자기만의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독립적인 주거에 있다고 본다. 현행 주택법 2조 역시 주택의 범위를 “세대(世帶)의 구성원이 장기간 독립된 주거 생활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된 건축물의 전부 또는 일부 및 그 부속토지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세대별 독립을 주거의 기준으로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 즉 방과 부엌이 최소 1개씩은 있고, 각각 독립된 출입구가 있어야 주거의 본질적 역할을 해낼 수 있단 뜻이다. “지금의 주택 정책은 말 그대로 두통약을 처방해 주는 정도에 그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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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동네 이재준 소장 ⓒ이수정

◇ 처방이 아닌 ‘대안의 조건’

새동네는 무엇이 다를까. 새동네는 이른바 ‘집 주인 마음대로’ 정해지는 주택 임대료 산정 방식에 의문을 가지고, 합리적인 임대료 기준을 제시하고 질 좋은 주거를 공급하고자하는 주거 플랫폼이다. 새동네는 지난 2013년, 서대문구 남가좌동 330번지 인근에 첫 프로젝트 주택 ‘가좌330’을 공급했다. ‘가좌330’은 총 6가구로 이루어진 다세대 주택이다. 이 집을 짓는 데 토지비 5억, 건축비 5억등 총 사업비 10억이 들었다. 초기 사업비는 새동네의 파트너 ‘글린트’에서 직접 부담했다. 은행 대출 상환 부담 없이 지어진 가좌330 주택은 기존의 민간 임대 주택처럼 ‘비싼 월세’를 요구할 이유가 없다. 자연히 ‘합리적인 임대료’에 대한 기준을 세우게 됐다. 구체적으로 사업비 10억에서 역산을 해나가는 방식이다. 수익률은 현재 은행이자의 2배 정도인 약4%로 경제성은 보장하면서, 보통 부동산 투자 수익인 6~8%를 넘지 않도록 금융 계획을 짰다. 수익은 나게 하되, 폭리를 취하는 것은 피하자는 가치를 챙긴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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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동네의 첫 주택 가좌330의 전경. 한눈에 봐도 일반 다세대 주택과는 다른 독특한 외관이다. ©새동네

새동네 복덕방 홈페이지에서 회비 10만원을 내고 ‘예비주민’으로 가입하면 새동네에서 새로운 집을 짓거나 공실이 생길 때마다 메일링 서비스를 해준다. 실제 입주 시에는 이미 납부한 회비는 월 사용료로 대치된다. 현재 1400여명의 회원들이 새동네의 새로운 집을 기다리고 있다. ‘새동네’는 질 좋은 주거를 공급하되, 합리적인 가격도 고려한다. 현재 민간임대 주택시장의 집주인들이 은행 대출 때문에, 세입자에게 비싼 월세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깨보자는 취지다. 가좌330은 회원들에게 동네를 추천 받아 입주 검토를 거친 뒤, 1년여 간의 기간을 거쳐 공급됐다. 현재 새동네에서 공급하는 주택에 입주하려면 1년 정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수요가 많다. 새동네 이재준 소장은 “첫 입주부터 함께한 신혼부부가 출산을 하면서 재계약을 했고, 더 큰 집이 제공된다면 새동네에서 계속해서 살고 싶다고 했다” 고 말했다.

◇ “집 같은 집에 살고 싶어요” , ‘임대 수익 거품’에 제동을 걸다

국토교통부의 1인 가구 희망 주택 유형(2010년 기준) 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 전체의 85.8%가 아파트, 다가구 단독, 일반단독, 연립 다세대 주택 등 독립 세대를 꾸릴 수 있는 주거 형태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의 1인 가구 역시 처방이 아닌 본질적인 주거를 원하지만, 비싼 월세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단 이야기다. 이재준 소장은 “비싼 월세의 이유는 현재 일부 집주인들이 대출을 받아 임대 주택을 공급하며 폭리를 취하는 시장 구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임대 주택을 구할 때 임대료가 ‘몇 평에 얼마, 관리비 따로’처럼 지역 ‘시세’에 맞춰 집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라는 뜻이다. 임대료가 집주인의 이익이 되면서, 세입자 역시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한 기준’이 필요했다. 새동네는 보증금은 지역 평균에 따르되, 임대료는 1제곱미터(약 0.3평)당 1만원으로 산정해 임대료의 불확실성을 걷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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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가 직접 설계한 가좌330의 내부모습. 채광도 놓치지 않는 ‘질 좋은 주거’를 제공한다는 마음이 담겼다. ⓒ새동네

“무작정 싼 주택을 공급한다는 게 아닙니다. 그건 국가가 해야 할 ‘복지’의 개념이죠. 우리는 국토교통부의 전월세데이터, 현재 시세, 우리의 사용 면적 기준 임대료 산정 원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제곱미터당 1만원이라는 임대료 기준을 제시한겁니다.” 이 원칙이 적용된 가좌330의 경우, 40(약 12평) 4가구, 60(18평) 1가구, 80(24평) 1가구, 총 6가구가 거주한다. 이중 18평과 24평 주택은 전세가구고, 12평 주택은 새동네 임대료 기준에 의해 월세가 산정됐다. 공동 관리비는 6가구가 협의하고, 새동네 측도 함께 부담해 청소비를 1/7로 나누어 낸다. 새동네가 산정한 1제곱미터 당 1만원의 임대료는, 현재 서울시내 임대주택 월세 시세(1제곱미터 당 1만5000원~2만원)에 비해 크게는 절반 수준이다. 12평형 주택에 거주하는 30대 남자 세입자는 “방 2개와 거실 겸 주방, 욕실과 베란다까지 갖추고 채광, 우풍 걱정도 없어 만족도가 높다”며 “부득이한 일이 없는 이상 2년 이상 오래 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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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주택과 달리 복층 등 평면 구성이 독특한 점도 특징이다. ⓒ새동네

이재준 새동네 소장은 은행 대출 이자 거품이 낀 기존 임대주택 시장과는 다른 방식으로 가능성을 열어가려 한다. 새동네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협동조합 전환이 그 첫걸음이다. 새동네는 서울 시내에 있는 낙후 주택을 매입하거나 리모델링해 이 모델을 넓혀가는 것이 목표다. 입주자의 성장과정에 따라 12평, 18평, 24평 등 주택을 만들어 새동네 주민이라면 언제든, 어디든 계획된 주거 생활을 누리게 하기 위해서다. “국가가 맡을 저소득 복지 계층과 월세를 얼마든 부담할 수 있는 상류층 사이에 놓인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좋은 집을 짓고 싶어요. 너무 높은 임대료가 아니어도 질 좋은 주거가 가능하다는 걸 보이고 싶은거죠.” 새동네는 느리지만 옳은 주거 대안을 찾아 새동네 만들기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수정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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