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일)

[기부 그 후] 쓰라린 상처 위로 새 살이 돋아납니다

몽골의 초원지대에서 태어난 너밍에르덴. 7개월된 아기에게 세상의 모든 것은 그저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다른 아기들과 다를 바 없이 무럭무럭 성장하던 너밍에르덴에게 불행이 찾아온 건 순식간의 일이었습니다. 무심코 기어다니다 만진 엄마의 빨래 냄비가 넘어지면서, 안에 담겨있던 뜨거운 물이 너밍에르덴의 가슴과 왼팔의 여린 살을 일그러뜨렸습니다.

하지만 현지 병원에서 해줄 수 있었던 건 그저 아픈 부위를 소독해주는 것 뿐이었습니다. 결국 가슴과 겨드랑이의 살 화상 후유증으로 단단한 떡살이 됐습니다. 피부가 오그라들면서(구축현상) 팔을 드는 것도, 젖병을 잡는 것도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너밍에르덴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데, 화상으로 딱딱하게 굳은 살은 움직일 줄을 몰랐습니다. 언제부턴가 너밍에르덴은 게르(몽골의 전통 이동식 가옥) 밖으로 잘 나가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은 자유롭게 뛰어 노는데, 잘 움직여지지 않는 팔이 속상했던 걸까요. 조용해진 딸을 보는 부모의 마음은 미어졌습니다.   

낯선 나라, 한국에서 시작된 사랑

그 때 도움의 손길이 다가왔습니다. 몽골로 의료봉사를 온 한림화상재단과 한강성심병원의 화상 전문 의료진이 너밍에르덴의 사연을 알게 된 것입니다의료진은 현지에서는 수술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판단 아래 너밍에르덴을 초청 수술 대상자로 선정했습니다. 단단한 떡살을 떼어내고, 그 위를 다른 부위에서 떼어낸 새 살로 덮는 피부 이식 수술을 한국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열악한 게르에서 지내며 소와 양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너밍에르덴 가족의 월 생활비는 20만원. 엄청난 수술비는 물론, 한국으로 갈 경비조차 마련할 수 없었습니다.

국내외 화상 환자 후원 기관인 한림화상재단은 너밍에르덴을 돕기 위해 네이버 해피빈에 모금함을 개설했습니다. KT&G 임직원들의 모금, 나눔팔찌를 제작하고 판매해 수익금을 기부한 충현초등학교 4학년 2반 어린이들, 그리고 300여 명 네티즌의 힘으로 660만원의 후원금이 모였습니다. 사연을 듣고, 다른 단체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모았습니다. 총 2600만원에 달하는 너밍에르덴의 수술비와 생활비, 그리고 한국에 오기 위한 항공비가 마련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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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붕대를 감은 너밍에르덴의 모습. /한림화상재단 제공

이제 움직일 수 있어요!

지난 7 5, 너밍에르덴과 아버지는 드디어 낯선 나라 한국에 발을 디뎠습니다. 아버지는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모르는 이들의 도움이 감사하면서도, 어린 딸이 수술을 잘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수술을 마치자마자 너밍에르덴은 그간 자신을 돌봐줬던 사회복지사 선생님에게 가장 먼저 달려왔다고 합니다. “팔을 움직일 수 있다”며 신난 모습이었죠. 
 
비록 말이 통하지 않아 통역을 거쳐야 했지만,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기뻐하는 너밍에르덴의 따뜻한 마음만은 그대로 전해졌습니다팔이 나으면서 밝은 성격도 돌아왔습니다. 처음에는 낯을 가렸지만, 너밍에르덴은 점점 병실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 또래 한국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습니다. 특히 병원학교의 그림 치료 시간에, 좋아하는 그림에 열중할 수 있을 정도로 팔이 회복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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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밍에르덴이 치료 후 그림을 그리는 모습. /한림화상재단 제공

화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합니다

무사히 수술을 받고 한 달 만에 다시 몽골로 돌아간 너밍에르덴. 한림화상재단 식구들은 떠나는 너밍에르덴에게 후원제로 구입한 보습제 등 각종 의약품을 가득 챙겨줬습니다. 의료 설비가 열악한 몽골에서도 상처를 잘 관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의료 설비가 잘 갖춰지지 않은 해외의 화상 환자에게는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특히 몽골 이외에도 캄보디아, 라오스 등 아세안(ASEAN) 10개국 역시 화재에 대한 관리 체계가 허술하고, 의료 지원이 부실해 화상을 입고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아동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화상을 입은 아동들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마저 잡히지 않는 실정입니다.

축구선수를 꿈꾸던 캄보디아의 14살 소년 파으판은 그 중 하나입니다. 4, 부모님이 일하던 벽돌공장에서 발생한 정체 모를 불길이 파으판의 발을 덮어버렸습니다. 그 후 파으판에게는 축구는커녕 걷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와는 먼 일처럼 느껴지는 화상. 그러나 파으판이 삶을 되찾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비용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캄보디아에서는 파으판에게 절실한 치료를 받을 수 없습니다. 화상으로 고통받는 파으판에게, 여러분의 후원으로 건강한 걸음을 선물해주세요. 기부하기 <- 클릭 

한림화상재단은?..

화상 경험자들을 돕는 국내 유일의 사회복지법인입니다. 갑작스러운 화재사고를 당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화상환자를 위해 국내외 의료비 및 재활치료 지원사업을 진행합니다. 화상 경험자에게 전인적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복지증진기금 마련사업 및 화상 경험자 인식개선을 위한 체계적 관리사업과 화상 경험자 연구사업 등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화상 경험자들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되찾아, 사회에 복귀해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글/ 김리은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5)
사진·자료/ 사회복지법인 한림화상재단 http://www.hallymburnfund.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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