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토)

27살 청년, 장애인 휠체어 제작 명인된 까닭은?

장애물 극복 넘어 장애인 삶의 질 향상 이뤄주는 ‘특별한 의자’
전동휠체어 제조 소셜벤처 ‘인에이블’ 강덕호 대표

지난 여름 휴가철부터 최근 오랜 연휴 기간을 맞아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해변, 산, 계곡 등 국내외 각지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다.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꽉 찼던 관광지들. 하지만 이곳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지체장애인들. 특히 전동휠체어 이용자들에게 비장애인들의 세계는 그야말로 ‘넘사벽’이다.

“단순히 장애물 극복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더 나아가 레저를 즐길 수 있게 하는 거죠.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겁니다.”

지난 8월 13일,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인에이블’ 사무실에서 만난 강덕호(27) 대표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인에이블은 사회적 약자 특히 장애인을 위한 문화, 서비스, 이동수단을 만드는 소셜벤쳐다. 2014년에는 전동휠체어·전동스쿠터용 스마트폰 충전기를 개발, 출시했다. 지금은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전동휠체어를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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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덕호 대표/인에이블 제공

그는 장애인 전동휠체어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었다. 벌써 5년 가까이 매달린 덕분이다.

◇ 우정에서 시작한 전동휠체어 고민 모든 장애인에게 더 나은 삶 주기로

“대학 와서 전동휠체어 타고 다니는 친구를 처음 만났어요. 같이 다니려면 불편한 점이 한 둘이 아니더라고요. 당사자보다 제가 더 불편했죠.”

대학시절 단짝이던 장애를 가진 친구는 전동휠체어 때문에 커피 한 잔도, 음식점에서 밥 한 끼 먹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 때마다 강 대표가 100kg이 넘는 전동휠체어를 들어 문턱을 넘겨줬다. 이 경험은 강 대표가 전동휠체어 개발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2013년, 강 대표는 인에이블 프로젝트팀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전동휠체어 개발에 들어갔다. 이 후 같은 해 ‘2013 창조경제박람회’에서 장애물극복형 전동휠체어를 출품하고 이듬해에는 ‘2014 소셜벤처경연대회’서 창업부문 대상도 받았다. 이렇게 각종 경연에서 상을 받으며 인지도를 높인 강 대표는 지난해 인에이블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 장애인을 위한 맞춤 전동휠체어 개발 계속 이어가

처음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에 내놓은 것이 ‘전동휠체어&전동스쿠터용 스마트폰 충전기’.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하면 항상 전화가 꺼져있었죠. 전동휠체어에 스마트폰을 충전할 곳도 없고, 대부분 콘센트가 벽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 보니 허리를 숙이기 힘든 장애인들에게 스스로 충전하긴 무리였던 거죠.” 반면 인에이블에서 개발한 스마트폰 충전기는 전동휠체어에서 바로 충전할 수 있어 사용이 간편하다. 덕분에 1년 새 300개 이상이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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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상황에 맞춰 개발한 인에이블의 전동휠체어./인에이블 제공

인에이블의 전동휠체어 앞바퀴가 유독 큰 이유를 묻자 강 대표의 꼼꼼한 설명이 이어졌다. “현재 한국에서 유통되는 전동휠체어의 97%가 뒷바퀴가 크고, 앞바퀴는 작아 단순 지지대 역할만 하는 ‘후륜구동’ 타입이에요. 그런데 한국 도로처럼 턱 등 각종 장애물이 많은 곳에선 맞지 않아요. 힘이 부족해 작은 턱도 넘을 수가 없기 때문이죠.” 여기에 기울기를 측정해 의자의 평행을 맞춰주는 시스템도 갖춰 사용자의 편의를 높였다.

문제는 비싼 단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강 대표는 대량생산을 택했다. 전동휠체어를 장애인용, 일반인용, 노인용, 군용 등으로 다양한 수요자들이 이용하게끔 하는 것이다.

◇ 상상제작소와 공생으로 장애인 이동권 더욱 확대할 것

최근 인에이블은 전동휠체어의 활발한 양산을 준비하면서 ‘상상제작소’를 운영 중이다. 상상제작소는 IoT 스마트기기부터 웨어러블 기기, 의료보조기기, 아동기기 등 다양한 분야의 시제품과 신제품을 개발 대행한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목표로 사회적 가치 확장에도 노력을 기울인다. 지체장애를 갖고 있는 ‘더크로스’ 보컬 김혁건이 노래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복부압박기계를 개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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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뽀로로 테마파크에 인에이블이 제작한 뚜뚜자동차 모습./인에이블 제공

강 대표는 공생해야 사업도 가능하고 사회도 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제 꿈은 모두가 다 함께 살 수 있는 작은 마을을 만드는 것이에요. 이곳의 좋은 사례가 사회 전반으로 퍼지게끔 하고 싶어요. 이제 점 하나 찍었다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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