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물 극복 넘어 장애인 삶의 질 향상 이뤄주는 ‘특별한 의자’
전동휠체어 제조 소셜벤처 ‘인에이블’ 강덕호 대표
지난 여름 휴가철부터 최근 오랜 연휴 기간을 맞아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해변, 산, 계곡 등 국내외 각지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다.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꽉 찼던 관광지들. 하지만 이곳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지체장애인들. 특히 전동휠체어 이용자들에게 비장애인들의 세계는 그야말로 ‘넘사벽’이다.
“단순히 장애물 극복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더 나아가 레저를 즐길 수 있게 하는 거죠.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겁니다.”
지난 8월 13일,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인에이블’ 사무실에서 만난 강덕호(27) 대표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인에이블은 사회적 약자 특히 장애인을 위한 문화, 서비스, 이동수단을 만드는 소셜벤쳐다. 2014년에는 전동휠체어·전동스쿠터용 스마트폰 충전기를 개발, 출시했다. 지금은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전동휠체어를 개발 중이다.
그는 장애인 전동휠체어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었다. 벌써 5년 가까이 매달린 덕분이다.
◇ 우정에서 시작한 전동휠체어 고민 모든 장애인에게 더 나은 삶 주기로
“대학 와서 전동휠체어 타고 다니는 친구를 처음 만났어요. 같이 다니려면 불편한 점이 한 둘이 아니더라고요. 당사자보다 제가 더 불편했죠.”
대학시절 단짝이던 장애를 가진 친구는 전동휠체어 때문에 커피 한 잔도, 음식점에서 밥 한 끼 먹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 때마다 강 대표가 100kg이 넘는 전동휠체어를 들어 문턱을 넘겨줬다. 이 경험은 강 대표가 전동휠체어 개발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2013년, 강 대표는 인에이블 프로젝트팀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전동휠체어 개발에 들어갔다. 이 후 같은 해 ‘2013 창조경제박람회’에서 장애물극복형 전동휠체어를 출품하고 이듬해에는 ‘2014 소셜벤처경연대회’서 창업부문 대상도 받았다. 이렇게 각종 경연에서 상을 받으며 인지도를 높인 강 대표는 지난해 인에이블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 장애인을 위한 맞춤 전동휠체어 개발 계속 이어가
처음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에 내놓은 것이 ‘전동휠체어&전동스쿠터용 스마트폰 충전기’.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하면 항상 전화가 꺼져있었죠. 전동휠체어에 스마트폰을 충전할 곳도 없고, 대부분 콘센트가 벽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 보니 허리를 숙이기 힘든 장애인들에게 스스로 충전하긴 무리였던 거죠.” 반면 인에이블에서 개발한 스마트폰 충전기는 전동휠체어에서 바로 충전할 수 있어 사용이 간편하다. 덕분에 1년 새 300개 이상이 팔렸다.
인에이블의 전동휠체어 앞바퀴가 유독 큰 이유를 묻자 강 대표의 꼼꼼한 설명이 이어졌다. “현재 한국에서 유통되는 전동휠체어의 97%가 뒷바퀴가 크고, 앞바퀴는 작아 단순 지지대 역할만 하는 ‘후륜구동’ 타입이에요. 그런데 한국 도로처럼 턱 등 각종 장애물이 많은 곳에선 맞지 않아요. 힘이 부족해 작은 턱도 넘을 수가 없기 때문이죠.” 여기에 기울기를 측정해 의자의 평행을 맞춰주는 시스템도 갖춰 사용자의 편의를 높였다.
문제는 비싼 단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강 대표는 대량생산을 택했다. 전동휠체어를 장애인용, 일반인용, 노인용, 군용 등으로 다양한 수요자들이 이용하게끔 하는 것이다.
◇ 상상제작소와 공생으로 장애인 이동권 더욱 확대할 것
최근 인에이블은 전동휠체어의 활발한 양산을 준비하면서 ‘상상제작소’를 운영 중이다. 상상제작소는 IoT 스마트기기부터 웨어러블 기기, 의료보조기기, 아동기기 등 다양한 분야의 시제품과 신제품을 개발 대행한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목표로 사회적 가치 확장에도 노력을 기울인다. 지체장애를 갖고 있는 ‘더크로스’ 보컬 김혁건이 노래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복부압박기계를 개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강 대표는 공생해야 사업도 가능하고 사회도 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제 꿈은 모두가 다 함께 살 수 있는 작은 마을을 만드는 것이에요. 이곳의 좋은 사례가 사회 전반으로 퍼지게끔 하고 싶어요. 이제 점 하나 찍었다고 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