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토)

“임신부도 즐겨 먹는 집밥 같은 피자… 1판당 100원씩 적립, 배달업 종사자 도와”

‘피자 알볼로’ 이재욱·이재원 형제

사회공헌 거점 ‘카페정류장’ 동네 주민 위한 쉼터·야학당으로
동네 맛집 가이드북 만들어 지역 상권 활성화 앞장

안심 피자로 입소문, 연매출 1200억

서울시 양천구 신정동 서울남부지방법원 뒤편 1㎞가량 골목길. 이곳엔 동네 피자 가게 ‘피자 알볼로’가 마련한 사랑방이 있다. 이름은 ‘카페정류장’. 1층은 동네 주민이나 인근 상인들이 반값에 음료를 마시는 쉼터이고, 2층은 저녁이면 야학당으로 바뀐다. 토요일엔 아예 무료 공연장으로 탈바꿈한다. 인적 드문 동네 골목길에 생기를 불어넣은 이들은 ㈜피자알볼로의 이재욱(39) 대표와 이재원(37) 부사장 형제다.

중소기업이 벌이는 사회공헌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된다. 회사 직원들은 카페정류장 야학당에서 중국어, 마케팅 기법, 홈페이지 디자인 등 재능기부로 강연한다. 방수준 피자알볼로 기획실장은 “3개월마다 한 학기로 진행해, 지난달 끝난 4기 과정까지 20여명 넘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월 5만원만 내면 현직 전문가에게 배울 수 있다 보니, 지금까지 400여명이 수강할 정도로 인기가 높고 기수당 강좌도 시작 당시보다 2배 늘어 평균 20여개가 진행된다. 특히 수강생들이 강의를 모두 배운 후엔 작품이나 재능을 지역 주민이나 인근 상인에게 기부하게 한다.

10년 전 동네 피자 가게에 불과했던 ‘피자알볼로’는 건강한 수제 피자로 승부, 이제 직원만 150여명, 가맹점은 100여개가 넘는다. 성공을 이끈 ㈜피자알볼로 이재욱 대표, 이재원 부사장은 “나누면 되돌아온다”며 배달업, 가맹점, 인근 지역에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조혜원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10년 전 동네 피자 가게에 불과했던 ‘피자알볼로’는 건강한 수제 피자로 승부, 이제 직원만 150여명이 넘는다. 성공을 이끈 ㈜피자알볼로 이재욱 대표, 이재원 부사장은 “나누면 되돌아온다”며 배달업, 가맹점, 인근 지역에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조혜원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이뿐 아니다. 3년 전부터 직원 70여명은 매주 요일별로 인근 식당에 점심식사를 예약해 먹는 ‘식탐원정대 환승투어’를 이어가면서 주변 소상인들을 고루 돕는가 하면, 일부 직원은 미슐랭가이드처럼 동네 맛집 가이드북을 제작해 일정 횟수 이상 이용 시 알볼로피자 쿠폰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지역 활성화에 이바지한다. 제작비 등은 모두 회사 후원으로 이뤄진다.이재원 부사장은 “우리 회사는 평범한 사람이 모여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간다”고 웃었다.

3년 전부터는 아예 제품에 사회공헌을 입힌 ‘공익마케팅’도 도입했다. 대표 메뉴인 ‘어깨피자’ 1판당 100원씩을 적립해 배달업 종사자들의 치료비와 장학금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 부사장은 “우리 형제도 배달 일을 하면서 느꼈지만, 배달을 통해 학업이나 생계를 이어가는 성실한 청년이 많은데 사회는 이들에 대한 편견이 너무 크다”며 “소액이지만 기부를 통해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해서 시작한 일”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지원받은 이들은 모두 115명가량.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아 3년 새 국가유공자, 비인기 종목 선수를 돕는 등 6개 피자 메뉴에 기부를 접목, 확대 시행하고 있다.

피자알볼로는 피자 한 판을 판매할때 마다 100원씩 적립해 기부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배달업종사자들의 치료비와 장학금으로 전달하는 '어깨피자'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115명이 지원을 받았다./ 피자알볼로 제공
피자알볼로는 피자 한 판을 판매할때 마다 100원씩 적립해 기부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배달업종사자들의 치료비와 장학금으로 전달하는 ‘어깨피자’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115명이 지원을 받았다./ 피자알볼로 제공

◇수많은 대박집의 비결? 오랫동안 함께 일한 사람이 많아야

“수많은 대박집을 다녀보니 한 가지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바로 오랫동안 함께 일해 온 사람이 많다는 겁니다. 나누고 도와서 지금의 고객, 직원 및 가맹점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 모두 잘 유지돼야 ‘피자알볼로’도 100년 넘게 이어질 수 있죠.”

이재욱 대표는 2005년 창업 당시 이렇게 결심했다고 한다. 형제는 나란히 요리를 전공했다. 이 대표는 식품회사 연구팀에 입사했을 당시, 피자 세계의 민낯을 접했다. 그는 “피자의 맛을 높이고 장기 보관할 수 있게 다량의 첨가제를 쓴다는 걸 처음 알았다”며 “식재료를 잘 활용해 인위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도, 맛있는 건강 피자를 만들 수 있을 텐데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고민 끝에 ‘직접 만들어서 팔자’는 생각으로 동생에게 창업을 제안했다. 자신이 아는 ‘피자를 가장 잘 만드는 친구’였기 때문.

동생 이재원 부사장의 꿈은 오롯이 ‘피자’였다. “아는 형님이 ‘하루에 피자 100판을 팔면 1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했죠(웃음). 그 뒤론 피자 반죽 돌리는 데만 매달렸어요. 한 유명 프렌차이즈 피자집에 근무할 당시엔 피자 반죽 돌리기 대회에서 2년 연속 대상을 받을 정도로 실력이 늘었죠.” 하지만 그럴수록 자신이 ‘피자 반죽 만드는 기계’로만 느껴졌던 그는 형과 ‘인스턴트 아닌 집밥 같은 피자’를 만들어보자며 신정동 골목 6평짜리 가게에서 도전을 시작했다.

◇수제 피자 외고집으로 연매출 1200억 일궈

건강한 피자를 만드는 과정이 힘들진 않았냐는 질문에, ‘쉬웠다’며 예상 밖의 답을 하는 두 사람.

“가공 처리 없이 재료를 있는 그대로 조리하기만 하면 됐으니까요. 다만 토마토를 서너 시간 넘게 저으며 끓이고, 도우가 72시간 발효될 때까지 기다리는 등 번거로운 일이 많죠. 근데 항상 귀찮은 데서 진짜가 나오더라고요.”(이재욱 대표)

㈜피자알볼로가 마련한 커피숍 ‘카페정류장’에서 ‘동네야학당’을 진행하는 모습. / 동네발전소 협동조합
㈜피자알볼로가 마련한 커피숍 ‘카페정류장’에서 ‘동네야학당’을 진행하는 모습. / 동네발전소 협동조합

피자알볼로의 피자는 식재료에 각별하다. 이재원 부사장은 “처음엔 하루에 서너 판도 안 팔리니 재료를 계속 더 넣게 되더라”며 “여전히 그 비율을 고집 중”이라고 했다. 국내산 흑미, 직접 만든 수제 소스와 피클 등 건강한 재료 고집은 이내 ‘안심 피자’로 입소문이 나면서, 인근 학부모들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몇 년 뒤 달인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에서 최고의 피자로 선정된 뒤엔 이 골목의 본점으로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렸다. 6평짜리 본점은 100여평으로 15배가량 늘었고, 가맹점도 100여 곳으로 확대됐다. 연매출만 1200억원에 이른다. 이재욱 대표는 “임신부가 우리 피자는 안심된다며 출산 직전까지 먹기도 하고 한 할아버지께서는 돌아가시기 전 우리 피자를 드시고 ‘이렇게 맛있는 거였으면 진작 먹을걸’ 하셨다는 말을 전해 들었을 때 가슴이 뭉클했다”며 “먹거리에 더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형제는 “골목에서 장사를 시작해 주민들이 키워줬으니 지역 주민들을 위해 사회공헌을 하는 건 당연하다”고 입을 모았다.

두 사람의 최종 목표는 ‘피자학교’를 설립하는 것이란다.”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을 위한 배움의 장뿐만 아니라, 가족 등이 참여해 피자를 만들고 주변에 나눠주는 ‘나눔의 허브’가 되는 공간을 만드는 게 우리 형제의 은퇴 후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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