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토)

사람 키우는 사회공헌… 기자·사회적기업가 등 공익 현장으로 진출

국내 최초 공익 저널리즘 사관학교
국내 사회공원 3조원 시대
사각지대 발견해 이슈화하고 사회문제 해결하는 전문가 필요
6개월간 공익·저널리즘 분야 교육

“이제 기자도 전문성이 있어야 살아남죠. ‘청년 세상을 담다(이하 청세담)’ 6기 과정을 시작으로 제 전문 분야를 공익 영역에서 찾을 겁니다.”(정다솜·25)

“NGO에서 활동하는 저널리스트가 될 거예요. 청세담을 통해 두 영역 모두를 배우고 싶어요.”(김설희·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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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시작해 3년째를 맞은 청세담은 지금까지 140여명의 소셜에디터를 양성했다. / 박창현 사진작가

지난 8일, 광화문 조선비즈 연결지성센터 교육장에서 진행된 청세담 6기 입학식 현장. 포부를 밝히는 청년 35명의 열정은 뜨거웠다. 청세담은 현대해상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이하 더나은미래)가 함께 진행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영리와 비영리 분야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춘 ‘소셜에디터(공익 전문 저널리스트)’를 양성하는 과정이다. 국내 최초 공익 저널리즘 사관학교라고 하는 청세담은 2014년 1기를 시작으로 3년간 소셜에디터 140여 명을 양성했다.

이날 입학식에선 국내외 미디어 최신 트렌드와 카드뉴스 제작 강의 및 실습이 진행됐다. 감각적 카드뉴스로 페이스북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웅구 체인지그라운드 대표는 이날 강의에서 “카드뉴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라며 “신기술에 밝은 사람, 아이디어를 잘 표현하는 사람, 인맥이 넓은 사람 등을 찾아 내용을 공유하고 확산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경쟁률 3대1을 뚫고 선발된 청세담 6기생들은 앞으로 6개월 동안 저널리즘과 공익 전반을 배우게 된다. 현대해상 CCO 신대순 상무는 “청세담 과정을 통해 청년들이 성장하고 사회의 좋은 재목이 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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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제작 특강을 수강 중인 청세담 6기생들. / 박창현 사진작가

◇사람을 키우는 사회공헌… 청년의 꿈 키우고 사회문제 해결한다

사회공헌 3조원 시대다. 세전 이익 대비 3.5%의 비용을 사회공헌에 지출하고, 사회공헌 전담 조직을 만든 기업이 32.7%에 달한다. 그러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람’에게 투자하는 사회공헌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10년 전에 비해 사회공헌 규모는 2배 이상 성장했지만,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45.6%가 취약 계층 지원에 집중돼있다(2015 전경련 사회공헌 백서).

반면 선진국에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체인지메이커(Changemaker)에 투자하는 아쇼카, 사회적기업가 양성을 위한 교육과 투자를 하는 슈밥재단, NPO의 역량 강화를 위해 수천억원을 쏟아온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재단 등 공익 분야 성장을 위한 기업 사회공헌 사례가 수도 없이 많다. 인재를 양성하고, 파트너 단체의 생태계를 강화하는 ‘플랫폼 투자’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알아차린 것이다.

2014년, 소셜에디터스쿨 ‘청세담’ 프로그램 역시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우리 사회의 ‘진짜’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이슈를 확산하는 저널리스트들을 양성해, 사회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키로 한 것이다. 기존 저널리스트 교육과정이 100만원 넘는 고가(高價)인 데다, 대부분 언론사 입사 요령에 집중해 미래 언론인에게 필요한 인성과 전문성을 키우는 교육이 전무했던 문제도 있었다. 이에 ‘청세담’은 저널리즘과 공익을 아우르는 맞춤형 커리큘럼으로 6개월을 구성했다. 모든 과정은 무료로 진행된다. 3개월 동안 기부·자원봉사·기업 사회공헌(CSR)·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국제구호개발·언론 윤리와 법 등 공익 분야 전반의 전문가들과 토론식 수업을 배치했고, 스트레이트·인터뷰·르포 기사 쓰기 등 이론 수업 후 실제 현장에 나가 기사를 작성하는 워크숍 강의도 포함됐다.

이후 3개월간은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기자 한 명당 청년 5~6명이 멘토·멘티가 되는 ‘공익 기자 실전 과정’이 진행된다. 팀별로 담당 기자와 아이템 발굴부터 취재, 기사 작성, 지면 게재까지 전 과정을 맞춤형으로 배우는 장점 때문에 “다른 언론사 인턴 과정보다 낫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수강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실제로 올해 조선일보 공채에 최종 합격한 청세담 3기 졸업생 양승주(26·국제부)씨는 “청세담 강의를 들은 이후 기사 작성이 포함된 언론사 실무 전형에서 단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다”면서 “청세담에서 보고 듣고 배운 공익 현장들이 기자 생활을 하는 내게 밑거름이 됐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 8일 열린 청세담 6기 입학식. 35명의 예비 소셜에디터들이 선발됐다. / 박창현 사진작가
지난 8일 열린 청세담 6기 입학식. 35명의 예비 소셜에디터들이 선발됐다. / 박창현 사진작가

◇사회공헌의 임팩트, 사회 전반에 확산

‘사람을 키우겠다’는 뚜렷한 목표와 진정성 덕분일까. 3년 만에 그 성과는 눈에 보이는 임팩트(impact)로 확산됐다. 청세담 졸업생 100명 중 절반 이상이 조선일보, 동아일보, 연합뉴스, KBS, JTBC, MBC 등 주요 매체에 합격해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청세담 1기를 최우수 졸업한 뒤 KBS에 합격한 김민정(26)씨는 “청세담을 통해 ‘내가 왜 기자를 하고 싶은지, 어떤 기자가 돼야 하는지’를 깨달았고, 그때 마음에 새긴 비전으로 방송 기자 생활에 더욱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합뉴스에 합격한 청세담 2기 졸업생 김예나(30)씨는 “매번 최종 면접에서 고배를 들다가 기사 작성의 기본부터 다시 배우고, 공익 현장을 취재하며 느낀 점을 어필한 것이 합격을 좌우했다”며 “당시 청세담 과정에서 만나 스터디모임을 꾸린 친구가 모두 한국일보, 동아일보, 시사저널 등 언론사에 취업해 기자로 활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조선일보 공채에 나란히 합격한 청세담 1기 졸업생 백수진(25·사회부), 3기 졸업생 양승주씨는 지난 5월 조선일보의 ’40년 규제에 발목잡힌 공익법인’ 기획팀에 합류해, 청세담에서 배운 공익 분야 전문성을 발휘하기도 했다.

비단 언론사뿐만 아니라, 비영리단체·공익재단·사회적기업에 취업해 직접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청년들도 있다. 유엔인구기금(UNFPA)에 합격해 현재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로 몽골에서 활동 중인 조은총(28·청세담 4기)씨는 “몽골에 있는 비영리단체들을 취재해 기사와 카드뉴스를 만들어 확산하고 있다”고 했고,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회사 ‘텀블벅’에 근무하고 있는 임선민(24·청세담 4기)씨는 “크라우드펀딩이 진행되는 단체나 기관들의 사연을 소개하려면 글쓰기 능력이 많이 요구되는데, 청세담에서 취재하고 기사를 썼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말 열렸던 '제1회 홈커밍데이' 현장
지난해 연말 열렸던 ‘제1회 홈커밍데이’ 현장./박창현 사진작가

매년 연말엔 ‘홈커밍데이’를 개최, 청세담 졸업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네트워킹도 한다. 청세담을 졸업한 청년들이 글쓰기와 공익 전반의 이해도가 높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언론사·기업·비영리단체 등에서 스카우트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해상 CCO 신대순 상무는 “현대해상은 사회 혁신과 변화를 지원한다는 사회공헌의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시작했다”면서 “청세담을 통해 우리 사회의 혁신과 변화 사례들이 사회에 많이 알려질 수 있도록 함께 응원하고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박란희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이사(편집장)는 “사람과 교육에 투자하는 사회공헌 활동이 10년 후, 100년 후의 씨앗을 뿌리는 가장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라며 “사람을 키우고 공익 플랫폼에 투자하는 사회공헌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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