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토)

“우리가 만든 올리브유, 고립된 팔레스타인과 세상 이어주는 통로”

팔레스타인 최초 공정무역회사 ‘카나안페어트레이드’

지난달 13일, 나세르 아부파하 대표는 서울 시청 8층에서 아이쿱 활동가들과 간담회를 갖고 공정무역이 팔레스타인에서 중요한 이유에 대해 전했다. /강미애 더나은미래 기자
지난달 13일, 나세르 아부파하 대표는 서울 시청 8층에서 아이쿱 활동가들과 간담회를 갖고 공정무역이 팔레스타인에서 중요한 이유에 대해 전했다. /강미애 더나은미래 기자

“우리가 만든 ‘올리브유’는 단순 제품이 아닙니다. 고립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대신하는 ‘외교사절’이죠.”

지난달 ‘세계 공정무역의 날’을 맞아 방한한 팔레스타인 최초 공정무역회사 ‘카나안페어트레이드(Canaan Fair Trade)’의 나세르 아부파하(Nasser Abufarha)씨의 말이다. 그가 말하는 팔레스타인 상황은 처참하다. 이스라엘이 불법 정착촌을 짓고 통행은 물론 물길조차 막는 데다 수천 년 내려온 올리브나무 들을 베고 불태워, 해외 원조에 의존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팔레스타인이 자립하면서, 어려운 상황을 전 세계에 알릴 방법은 없을까.’ 2000년대, 당시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국제개발학 박사 과정 중이던 나세르씨는 이를 고민하다 우연히 접한 ‘공정무역 커피’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한다. 그 후 2004년 그는 자신의 고향인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가 올리브 농가를 모아 ‘팔레스타인 공정무역 협동조합(PFTA·Palestine Fair Trade Association)’을 조직하고 여기서 생산된 올리브를 오일로 만들어 공정무역을 시행하는 ‘카나안페어트레이드’를 설립했다. 팔레스타인 내 최초 시도였다.

처음엔 ‘공정무역’ ‘협동조합’ 등 생소한 개념을 농민들에게 이해시키느라 애를 먹었다고 한다. “당시 시장가격(8세겔)에 두 배(15세겔)를 더 준다고 하니 모두가 ‘사기꾼’으로 의심하더라고요(웃음).” 하지만 가장 어려웠던 건 수많은 소규모 농가에서 고품질의 균등한 올리브를 생산해내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마을마다 상시 감독관을 파견, 재배부터 수확까지의 전 과정을 통일되게 지도했다. 올리브 전문가를 초청해 워크숍도 열고, 최신 설비도 완비했다. 2005년엔 국제공정무역인증기구(FLO)에 올리브오일 공정무역 기준을 만들어 제안했다. 그는 “처음에 기준을 설정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시장이 작다’며 거절해 우리가 직접 다른 국제기관들의 표준을 참고, 역으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4년 뒤인 2009년, 그 기준은 FLO에서 정식 채택됐다.

3개 마을로 시작했던 협동조합엔 이제 52개 마을이 참여, 1700여명의 농부가 매년 최상급의 올리브 8억 통을 생산해낼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나세르씨는 “농사를 그만두었던 사람들이 대거 돌아오고 특히 청년들의 참여 수가 부쩍 늘고 있다”며 “우리 협동조합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농업 자체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뿌듯해했다.

현재 올리브유는 미국, 캐나다, 호주는 물론 한국까지 총 25개국에 수출돼, 연 매출만 900만달러(원화로 약106억원)에 이른다. 그는 “무엇보다 이제 팔레스타인을 ‘분쟁’ 이미지만이 아니라, ‘건강한 식재료의 원산지’로 인식이 바뀌는 게 기쁘다”고 했다. 나세르씨는 2년 전, 카나안 유기농 연구센터(CORE, Canaan Organic Research & Extension)를 설립해 현재 팔레스타인 고유 종자에 관한 연구에 매진 중이다. 그 첫 결실이 바로 ‘아몬드’였다. 토종 아몬드 종은 가뭄에 잘 견디지만 쓴맛이 강해 이를 개량, 맛은 물론 크기와 영양을 월등하게 만든 것이다. 연구소에선 작년에 아몬드 나무 2만5천그루를 농가에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11년째 그는 해외에서 소농들에게 올리브나무 등 묘목을 기부하는 ‘트리포라이프(Tree For Life)’ 운동도 이어가고 있다. 국제사회가 계속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전 세계에선 해마다 약 12만5천그루의 나무를 팔레스타인에 기부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엔 아이쿱 생협도 수익의 일부로 1만 5천그루의 올리브와 아몬드 나무를 팔레스타인에 전할 예정이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