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7일(화)

“세계 시민 교육 활성화 위해 NGO가 중심 역할 해야”

제 66차 유엔 NGO 콘퍼런스
“수혜국서 공여국 된 韓… 그 시작은 ‘교육’이었다”

“지속 가능 개발 목표(SDGs) 달성의 첫걸음은 ‘교육’이며, 그 성패는 ‘NGO의 화합’ 여부에 달렸다.”

지난달 5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경주 화백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 66차 유엔 NGO 콘퍼런스’를 책임진 장순흥 한동대 총장과 스콧 칼린(Scott Carlin) 롱아일랜드 교수가 한목소리로 말했다. ‘유엔 NGO 콘퍼런스’는 1946년 창설돼, 해마다 전 세계 NGO들이 모여 비영리의 흐름과 해결 과제를 논의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비영리 포럼으로 꼽힌다. 올해는 ‘세계 시민 교육, 지속 가능 개발 목표(SDGs) 이행을 위한 협력’이라는 주제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을 통틀어 한국에서 최초로 개최돼 그 의미를 더했다.(SDGs란 2030년까지 모든 형태의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전 세계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 등이 합의한 17가지 핵심 목표를 말한다)

국내 대학 최초로 유엔 공보국(DPI)으로부터 올해 NGO 지위를 인정받은 한동대의 장 총장은 이번 콘퍼런스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공동위원장을 맡은 스콧 교수는 10여간 미국 롱아일랜드대 ‘지속 가능 발전 연구소’를 이끌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소속의 대학교수 연합 NGO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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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혁신 대학교육을 이끄는 두 사람은 ‘교육’이 SDGs 이행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 이영걸 사진작가 제공

유엔 NGO 콘퍼런스’ 둘째 날인 지난달 31일 한자리에 모인 두 사람은 “세계 시민 교육 활성화에 정부가 움직이도록 NGO들이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지금은 교육 집중으로 SDGs 이행의 발판 다져야 할 때

―이번 콘퍼런스는 지난해 SDGs 선포 후 첫 국제 NGO 행사이다. 17개 목표 중 ‘교육’이 가장 먼저 화두가 된 이유는 무엇인가.

장순흥(이하 장)= “한동대 학생들은 해외 봉사 활동을 떠나기 전 한 학기 동안 방문할 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현지 문제를 파악해 전공과 연계한 해결책을 마련한다. 2009년 이전까지 말 한마디 못한 채 단순 해외 봉사 활동만 하던 문제가 해결되더라. 생명공학과 학생 중에는 인도에서 NGO들이 보급한 수질 정수용 필터들의 관리 부실로 생긴 현지 질병을 발견, 올바른 사용법을 만들어 보급한 경우도 있다. 이 외에도 건축학과 학생들은 수년간 매달려 싱가포르에서 자본을 유치, 베트남 1400여가구에 임대주택을 공급하기도 했다. 13개국에서 이뤄진 프로젝트만 40여개에 이른다. SDGs 달성을 위해선 가장 먼저 세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부터 정확히 교육해야 한다. 명확한 이해 없이는 변화도 없다.”

스콧 칼린(이하 스콧)= “100% 공감한다. 17개의 SDGs 목표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예컨대 현재 전 세계는 물과 에너지, 음식의 연결고리에 집중한다. 이스라엘에서는 경작할 때 식물에만 정확히 물을 한 방울씩 떨어뜨리는 기술(Drip Irrigation)을 활용, 물을 90% 절약하고 물을 끌어오는 데 썼던 에너지 비용도 절감해 식품의 생산 가격을 낮춘다. SDGs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상호 연관돼 있는지를 이해하고 교육하면 자원과 기술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문제를 더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수 십 년 간 교육 현장에서 혁신적 변화를 이끈 요소들을 이번 콘퍼런스에 담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다. / 이영걸 사진작가 제공
두 사람은 수 십 년 간 교육 현장에서 혁신적 변화를 이끈 요소들을 이번 콘퍼런스에 담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다. / 이영걸 사진작가 제공

◇교육 발전 롤모델 대한민국에서 ‘SDGs 세대’ 간 연대 꿈꿔

―아시아·아프리카 대륙 최초로 한국에서 ‘유엔 NGO 콘퍼런스’가 개최된 의미는 무엇인가.

장= “한국은 60여년 전 한국전쟁 당시 원조 수혜국이었다. UN과 유네스코 등에서 교과서를 기부해줬고, 미국 미네소타대학 등은 한국 대학의 역량 강화를 위해 5년간 1000만달러(약 115억원)를 투자했다. 덕분에 한국은 현재 원조해주는 나라(공여국)가 됐다. ‘누구에게든 교육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는 SDGs의 목표 중 하나이자, 이번 콘퍼런스의 어젠다를 보여주기에 가장 적합한 나라가 한국이다.”

―이번 콘퍼런스를 준비하면서 가장 주력한 점은 무엇인가.

스콧=”정부뿐만 아니라 기업, 학생, NGO들이 함께 협력하는 ‘SDGs 세대’를 만들고자 했다. 롱아일랜드대학에서는 6년 동안 매달 대학의 지속 가능한 발전 방향을 논의하고 실천하기 위한 학생, 교수, 직원들의 모임(Sustainable Post)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총장과 ‘기후 행동 계획(climate action plan)’ 협약을 맺기도 했다. 학교 측은 화석 연료를 해마다 일정량 이상 친환경적으로 바꾸기로 하고 한 학생의 건의를 수용해 캠퍼스에 무농약으로 식물을 키우는 컨테이너를 설치, 이를 학생 식당에 제공하는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을 실행하기로 했다. 이번 콘퍼런스 또한 참여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했다. 대표적으로 ‘성비’를 맞춰달라는 요청이 많아 라운드 테이블, 워크숍마다 연사들의 성비를 최대한 동수로 했고, 이전 콘퍼런스보다 청년의 참여를 늘린 것도 특징이다.”

장= “내 역할은 유엔 등 국제기구와 한국 중앙 및 지역 정부, NGO들을 연결하고 조화시키는 것이었다. 솔직히 너무 힘들었다. 지금까지 NGO들은 개별 단체 활동에만 집중해 왔을 뿐 접점이 전혀 없어 애를 먹었다. 또 NGO의 범위를 대학까지 확장해 시민단체들과 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콘퍼런스가 다양한 NGO의 연결 통로가 돼 소통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부뿐 아니라 민간이 참여하는 캠페인 늘려야

―앞으로 SDGs 달성을 위해 이행돼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스콧= “정부는 예산 지출의 순위를 바꿔야 한다. 안보 문제만큼 교육도 중요시해야 한다. 또 ‘세계 교육의 날’ 제정 등 이번 콘퍼런스의 최종 합의서인 ‘경주액션플랜’에 담긴 내용을 이행해주길 바란다. 정부를 움직이는 것은 바로 NGO다. 나는 1990년부터 보스턴의 환경운동가, 관련 NGO들과 보스턴 항구의 하수구 처리 부실로 인한 수질오염 문제에 대해 연구하며 정부의 관심을 촉구한 끝에 3년 만에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냈다. 다른 NGO들과 협업해 앞으로는 보건과 관련된 SDGs 목표 이행 촉구에 더욱 나설 예정이다.”

장= “이제 정부만 캠페인하던 시대는 지났다. 오히려 민간이 참여하고 주도해야 한다. 특히 시민단체, 대학도 힘을 보태야 한다. 한동대는 20년 전부터 교비로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며 개도국 청년들을 양성해왔다. 2007년부터는 아시아 최초로 유네스코에서 개도국 역량을 강화하는 선도 대학, 일명 ‘유니트윈 대학’으로 지정돼 케냐·우간다·몽골 등을 직접 방문, 대학생과 교수 및 공무원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단기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여기에 학생들도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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