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토)

국경·나이 뛰어넘어… 인터넷으로 교육 민주화 나선 남자

‘유다시티’ 설립 제바스티안 스런

구글 부회장 자리 내려놓고
온라인 교육 사이트 설립

사이트 내 강좌는 무료가 기본
수강생 대부분 24~50세

 

 “구글X에서 나는 학습하는 기계를 만들었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자율주행차를 보며, 아내는 ‘당신이 운전하는 것보다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글X를 떠나 만든 회사(유다시티)는 다르다. 우리는 인류를 위해, 사람을 더 똑똑하게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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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역할은 ‘교육의 민주화’입니다.” 지난달 19일 SDF(서울디지털포럼)에 참석한 제바스티안 스런 유다시티 회장이 ‘인간을 위한 AI’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제공 SDF 사무국

제바스티안 스런(49·Sebastian Th run)은 구글의 비밀 연구 조직 ‘구글X’의 초대 소장을 맡으며 ‘자율주행 자동차의 아버지’라는 별칭을 얻었다. 과학자로서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그는 2011년, 스탠퍼드 대학에서 한 가지 실험을 시작했다. 교편을 잡고 있던 스탠퍼드 대학의 인공지능 강의를 온라인에 무료로 개설한 것. 자원봉사자 2000명이 42개 언어로 번역에 나섰고, 195개국 16만명의 학생이 강의를 들었다. 학생 한 명에게 소요된 비용은 60센트(약 710원).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둔 상위 400여명은 스탠퍼드 외부에서 온라인으로만 공부한 학생들이었다. 그는 이 실험에서 ‘온라인 교육’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듬해 최초의 무크(MOOC·Massive Open Online Cours e, 온라인 대중 공개 강좌) 사이트 유다시티(Udacity)를 설립했다. 그가 구글의 부회장 자리까지 내려놓고 선택한 유다시티는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지난달 중순, 서울디지털포럼(SDF)에 연사로 나선 제바스티안 스런을 만났다.

―’기계의 편이 아닌 인간의 편에 서기 위해 구글을 떠나 유다시티를 설립했다’고 했다. 두 조직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구글X에서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이끌며 인공지능을 이전보다 40%가량 향상시켰다. 큰 자부심을 느끼는 한편, 기계뿐만 아니라 사람을 똑똑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새로운 경제에 기여한 이들은 강도 높은 교육을 받은 소수 엘리트다. 만약 인터넷을 통해 수준 높은 기술 교육을 할 수 있다면, 지구의 모든 사람이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온라인으로 교육을 진행한다고 해서 교육 민주화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식으로 소외 계층을 돕고 있나.

“지금까지 이집트, 인도, 독일에 있는 시리아 난민 1만여명에게 장학금을 제공해왔다.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장소를 주고, 기술 훈련을 지원했다. 유다시티 강좌는 무료가 기본이다. 멘토링이나 개별 피드백 등 일부 서비스에 대해서만 비용을 책정하고 있다. 또 우리가 발행하는 ‘나노디그리(Nanodegree·짧은 기간 내 지정된 과목을 수료하고 발급받는 학위)’는 일자리 보장형이다. 구글, 페이스북, AT&T 등 실리콘밸리의 강력한 회사들과 협력해 IT 교육을 제공하고, 6개월 내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등록금 전체를 반환해준다(이 서비스는 미국에 한정돼 있다).

세바스찬 스런 (2)
/ 제공 SDF 사무국

―유다시티의 교육 방식은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나.

“얼마 전 한국의 한 프로 골퍼가 유다시티를 통해 IT 업계에서 새 삶을 시작했다. 10년 이상 프로 골퍼로만 살아온 사람이 기술자가 되기란 대단히 어렵다. 유다시티는 이처럼 경력을 쌓는 중간에 길을 잃은 이들이 더 좋은 출발선에 서도록 돕고 있다. 똑똑하고 헌신적인 사람들이 다른 길을 못 걷는 것은 사회적인 손실이다. 미국 직장인의 평균 근속연수는 4~5년에 그치고, 26% 미국인이 임시 계약직으로 일한다. 이제 영원한 직업은 없다. 우리는 사람들이 나이에 관계 없이 새로운 지식에 접근하도록 돕고 있다.

―온라인 교육이 오프라인 교육만큼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온라인 교육 그 자체만으로는 수료율이 2~3% 정도에 그친다. 동기 부여가 확실한 소수만이 무크를 끝낸다는 얘기다. 그래서 유다시티는 기존의 무크 시스템에서 방향 전환을 했다. 단지 교육 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일대일 멘토링 등 서비스 중심으로 가려 한다.”

―유다시티는 성장 중인가.

“유다시티는 현재 400만명 이상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정확한 매출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최근 인도와 중국에 진출했는데, 중국에서만 지난 4월 한 달 동안 40% 성장률을 거뒀다. IT 영역 이외의 커리큘럼도 확장 중이다. 비즈니스 영역에서 이미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 과정을 작업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의 비즈니스는 IT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새로 만든 커리큘럼도) IT와 무관하지는 않다.”

―유다시티가 기존의 대학 교육 시스템을 위협하게 될까.

“대학들이 우리의 콘텐츠를 강의에 사용하고 있지만, 대학 교육 개선은 우리의 역할이 아니다. 대학에서 할 수 있는 경험과 온라인 강좌를 통해 얻는 경험은 매우 다르다. 우리의 타깃은 평생교육을 원하는 사람들이다. 실제로 유다시티 수강생의 대부분은 24~50세다. 유다시티에서 발행하는 학위 역시 대학 졸업 이후 평생 동안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이 그리 는 더 나은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거의 무료로 인간의 기본 욕구가 충족되는 사회다. 과거에 비해 주거·교육·의료 등 삶의 많은 요소가 더 싸게, 보편적으로 변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빈곤은 줄고 수명은 늘었다. 사람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은 단 한 명의 승자를 만드는 대신 더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준다. 이런 기술을 가능하게 하는 열쇠가 바로 교육이다.”

 

권보람 더나은미래 기자

오다인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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