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6일(월)

동화책으로 버마 어린이 키우는 남자

마웅저 ‘따비에’ 대표
버마 난민촌 등에 도서관 설립… 7년간 동화책 1만5천여 권 만들어

“세상을 바꾸는 건 무력과 시위뿐일 줄 알았죠. 그런데 한국에서 시민단체들을 보고 배우며 ‘교육’으로 사람도, 사회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습니다.”

버마(미얀마) 교육 단체 ‘따비에’ 마웅저(48·사진) 대표의 말이다. 그는 지난달 한양대에서 열린 ‘2016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APA·Asia Philanthropy Awards)’에서 ‘올해의 필란트로피스트’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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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NGO ‘따비에’는 동화책이 없는 버마 어린이들에게 1만5천여 권의 동화책을 만들어 기부한 것은 물론 신진 동화작가 발굴도 하고 있다./강미애 더나은미래 기자

버마에서 7년간 군부 독재에 반대하며 민주화 운동을 했던 마웅저 대표는 민주주의 사회를 기대하며 1994년 한국으로 도망 왔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외국인 노동자’ 신분 속에서 임금 체불은 예사였고, ‘불법 체류자’로 언제 체포돼 강제 추방당할지 몰라 매일 두려움에 떨었다. 그때 손을 잡아준 건 한국 시민단체 사람들이었다. “덕분에 ‘나눔’이란 걸 배웠죠(웃음).”

단체들의 소개로 성공회대에서 야학을 다녔고, 그것이 계기가 돼 성공회대 아시아 NGO정보센터에서 버마 민주주의에 관한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한국에서 배우면서 버마 사회와 계속 비교해봤죠. 버마의 정치, 인권 등 모든 문제가 결국 ‘교육’이 부족해서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후 마웅저 대표는 2003년, 태국 국경 지대 버마 난민촌 아이들의 교육을 지원하는 소모임(APEBC)을 만들었다. 처음엔 국내 버마 이주민 10인과 함께 매달 10만원씩 태국 현지로 보냈다. 소문이 나면서 6개월 뒤엔 기부자가 100명으로 늘었고, 이듬해부터 한국 시민들도 모금에 동참해준 덕분에 2005년 난민촌엔 첫 고등학교, ‘메타오교’가 생겼다. 이 학교에는 현재 1000여명의 버마 난민 청소년들이 다니고 있다.

2008년 난민 지위가 인정돼 버마 난민촌을 오갈 수 있게 되면서, 마웅저 대표는 교육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직접 현지를 돕는 일에 나섰다. ‘따비에’의 시작이었다. 난민촌에서 2년간 의료봉사를 했던 정보임 치과의사, 평화활동 하던 염창근씨 등 한국인 친구들이 힘을 보탰다. 마웅저 대표는 난민촌 거주인들을 만나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직접 물었다고 한다. “그때 모두 ‘도서관’이라고 입을 모았죠. 75년부터 독재정권이 도서관을 모두 동사무소와 정부 시설로 쓰면서, 아이들이 도서관이라는 걸 아예 모르고 자랐어요.” 이후로 따비에는 난민촌과 버마에 도서관 4개를 건립했다.

문제는 도서관을 채울 동화책이 없었다. 그는 “도서관이 모두 절 한쪽 구석에 책장 한두 개 있는 정도인데도, 꽂을 책이 없었다”고 했다. 독재정권이 들어서면서 출판 제한이 엄격해지고 책은 국가 찬양 등의 내용뿐이었던 것. 그때부터 마웅저 대표와 따비에 일원들은 동화책 만들기에 돌입했다. 출판 일을 해봤던 염창근씨가 동화책 출판사와 동화 작가들에게 일일이 연락하고 설득해 저작권 기부를 받았고, 이를 마웅저 대표가 번역했다. 버마 현지에서 출판하기 위한 비용은 정보임 공동대표와 따비에 일원들이 뛰어다녔다. 마웅저 대표는 “가장 힘들었던 건 당국의 엄격한 ‘검열’이었다”고 했다. “기준이 없으니 매번 가슴만 졸였죠.” 이렇게 7년간 동화책 1만5천여 권을 만들어냈다. 이 책들은 난민촌과 버마 전역의 초등학교, 아동 보호 시설 등 450여 곳에 기부됐다. 마웅저 대표는 “우리가 만든 책은 아이들 엄마들이 더 좋아한다”고 웃었다. “한국에서야 책이 너무 흔하지만 버마에서는 동네 한 권뿐인 경우가 많아 어찌나 소중히 다루는지 몰라요. 그때 제일 뿌듯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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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따비에의 현재 후원자는 250여 명. 이 기부금으로 지어진 ‘따비에 도서관’. / 따비에 제공

저작권 기부가 더욱 어려워지면서 마웅저 대표는 아예 동화 작가로 직접 동화책을 쓴다. 지금까지 집필한 것이 3권. 현재 한 권 더 작업 중에 있다. 그는 동화에 자신의 어린 시절과 고향 이야기를 담는다. “동화책들을 읽으면서 가까이 있는데 소중한 의미를 몰랐던 걸 깨닫게 해주는 내용들이 큰 감동이더라고요. 마당에서 항상 집을 지키는 개 이야기로 동물의 권리 등을 다루죠.”

2013년 마웅저 대표는 고국으로 돌아가 현재 따비에에서 지은 현지 도서관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방과 후 수업을 운영 중이다. “버마 아이들도 한국 시민운동가들처럼 자신감 있고 훌륭하게 컸으면 좋겠어요. 그 마음을 계속 동화 집필에 담을 겁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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