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오승훈의 공익마케팅] ① ‘빈곤 포르노’의 마케팅 심리학

오승훈의 공익마케팅

마케팅은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데 초점이 있다. 경쟁사에서 구매하던 고객의 행동을 변화시켜 우리 브랜드에서 구매하게 하고, 한 가지만 구매하는 고객의 행동을 변화시켜 두 개, 세 개 구매하도록 변화시킨다. 똑같은 원리로 손을 씻지 않는 아이들의 행동을 변화시켜 감염병으로부터 아이들의 생명을 지킬 수도 있다. ‘오승훈의 공익마케팅’은 마케팅이 어떻게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지 원리를 이해하고, 그것으로 우리는 어떻게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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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음 <출처: http://www.voicesofyouth.org>

이 아이를 위해 1달러만 기부하세요. 

가냘픈 팔, 유난히 동그랗고 큰 눈, 흑백의 무표정은 모금 광고의 전형이다. 오랫동안 모금 광고를 해오면서 쌓인 일종의 노하우일 것이다. 

최근 이런 사진을 찍기 위해 연출까지 하면서 빈곤을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이것을 ‘빈곤의 포르노(Poverty Porn)’라고 일컫는다. 외국의 한 방송사는 에티오피아의 식수난을 촬영하러 갔는데 생각보다 물이 깨끗하자 어린 소녀에게 썩은 물을 마시게 하고, 어느 NGO는 아동 노동 현장을 고발하기 위해 수심이 깊은 강물에 베트남 아이들을 수차례 빠뜨렸다 건지며 촬영을 했다고 한다. 

일부의 사례지만, 비난만 할 수도 없다. 구호단체들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모금액이 줄어들고, 짧은 시간에 촬영하지 않으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이들을 비난하기 전에 우리는 왜 저런 사진에 더 안타까워하고, 기부를 더 많이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마케팅의 근간에는 ‘경제학’과 ‘행동경제학’이 있다. 둘의 차이는 인간이 선택과 판단을 하는데 얼마나 합리적인가에 있다. 경제학은 인간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선택하고 판단한다고 가정한다. 행동경제학은 실제 인간의 행동은 조금 덜 합리적이고, 계산이 명확하지도 않으며, 일관된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최종 제안 게임’을 통해 둘의 차이를 명확히 알 수 있다. 만약, 당신에게 1만원을 준다고 가정하자. 당신은 1만원을 혼자 모두 가져도 되고, 옆 사람과 일부를 나누어 가져도 된다. 다만 옆 사람이 당신의 제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당신에게 주어진 1만원은 회수된다. 당신은 옆 사람과 얼마를 나눠 갖겠는가? 

경제학은 당신이 9990원을 갖고 옆 사람에게 10원을 주며, 옆 사람은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가정한다. 옆 사람은 이 제안을 거절하면 아무런 소득이 없지만, 받아들이면 10원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거절하기보다는 10원을 갖는 쪽으로 선택하는 것이 경제학이 전제하는 ‘합리적’ 인간이다. 실제 실험을 해보면 10원을 제안해서 받아들이는 경우는 거의 없고, 3000원에서 5000원으로 제안하고 옆사람도 이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것을 ‘제한된 합리성’이라고 한다. 자신이 갖는 가치가 큰 쪽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만, 그것이 수학 공식처럼 정교하게 적용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빈곤 포르노는 인간의 ‘제한된 합리성’에 집중한다. 사람이 어떤 판단을 할 때는 수학 계산처럼 명확한 근거보다는, 불분명하고 모호한 근거를 바탕으로 판단할 때가 더 많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흔하게 판단의 근거로 활용하는 것이 자신의 머릿속 이미지(image, 像)다. 자신이 누군가를 가엽게 여겼을 때의 기억 속 이미지를 바탕으로, 모금 광고의 이미지와 대조한다. 양쪽이 같거나 유사할 때 자신이 도와줘야 할 대상자라고 판단하게 된다. 가냘픈 한 아이가 아니라 아프리카의 식량난에 대한 인포그래픽을 보여주면, 도움의 대상자인가 아닌가로 판단하기보다는 상식으로 알고 있어야 할 정보로 처리할 확률이 더 높다.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필요한 대상자인가보다는 자신의 머릿속에 저장된 이미지 정보가 더 중요한 판단의 근거이다. 

머릿속 이미지는 기부금액이 타당한지를 고려할 때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똑같은 1달러를 요구하더라도, 광고 속의 아이가 1명일 때와 수천 명일 때는 다르다. 1달러로 한 명의 아이는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수천 명의 아이는 그럴 수 없다고 판단한다. 이런 생각을 할 때 ‘합리적’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그리는 것이다. 자신이 낸 1달러로 광고 속 한 명의 아이가 밥을 먹는 것은 쉽게 그려지지만, 수천 명의 아이가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그렇지 않다. 

빈곤 포르노의 대안은 미국의 비영리단체  채리티워터(Charity Water)에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은 물이 부족해서 마르고 갈라진 땅이나 가엾은 아이들로 호소하지 않는다. 맑고 깨끗한 물을 온 마을 사람들이 즐겁게 마시는 것을 보여준다. ‘당신이 낸 기부금이 이렇게 잘 쓰이고 있습니다.’라는 말(Text) 대신에 명확한 이미지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 증거로 투명한 유리컵을 들 수 있다.

  

Thank you, Jackson family. from charity: water (special donors) on Vimeo.

일반적으로 물이 부족한 아프리카 같은 곳에는 유리컵보다는 플리스틱 컵이 많다. 채리티워터는 더욱 더 선명하게 깨끗한 물을 보여주기 위해  투명한 유리컵을 사용하는 것이다. 당신이 기부한 1달러가 가치 있게 쓰인다는 것을 쉽게 상상하게 하고, 우리는 이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기꺼이 1달러를 내놓게 된다. 

빈곤 포르노가 효과적인 이유는 동정심보다는 우리 머릿 속의 이미지를 잘 활용하기 때문이다. 동정심의 이미지를 활용할지, 바람직한 세상의 이미지를 활용할지는 마케팅이라는 도구를 가진 사람의 선택이다.  

<다음 연재>채리티워터에 숨겨진 마케팅 원리

 

마케터.
세 글자로 저를 소개할 수 있는 그날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마케팅은 더 많은 사람을 위해 쓰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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