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7일(화)

“변리사가 꿈” “경찰 될 것”…아름다운 꿈 키워주는 여기는 드림클래스 입니다

입학 1순위 학교까지 만들어 낸 ‘삼성의 방과 후 수업’

중학교에 영어·수학 가르친 덕분… 참여 학생 물론 학교 자율학습 분위기

작년까지 364명 특목고 입학까지 도와 …1기 졸업생 “배운 만큼 후배 가르칠 것”

 “장래희망을 물었더니 ‘치킨 배달부’라고 하더라고요. ‘치킨도 실컷 먹고 돈도 벌고 오토바이도 탈 수 있지 않냐’고 하는데 황당하기보다 가슴 한쪽이 시렸어요. 열여섯이면, 그보다 몇 배의 가능성과 꿈이 열려 있는 나이잖아요.”

 3년째 서울시 중랑구 면목동 중화중학교에서 방과 후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드림클래스’ 대학생 강사 김인영(24·동국대 법대 4)씨는 첫 수업에서 만난 조상혁(가명·18)군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시골에 살면서 ‘희망이 없다’며 무기력하게 지냈던 예전 자신의 모습과 닮아서였다. “상혁이는 저처럼 뒤늦게 후회하지 않도록, 자신감을 가질 계기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무조건 붙잡고 영어를 가르쳤죠. 틈틈이 저의 어린 시절 경험과 대학 생활을 들려주기도 하고요.” 김씨의 노력 덕분일까. 6개월 뒤 기말고사에서 상혁군의 영어 성적은 40점이나 껑충 뛰어올랐다.

 더 크게 바뀐 건 ‘태도’였다. “스스로 ‘대학에 가서 경찰이 되고 싶다’고 말하더라고요. 꿈이 생긴 뒤 무엇을 해도 치열하지도, 웃지도 않던 아이가 눈에 띄게 활발해졌어요.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려면 성적을 올려야 한다며 PC방 가자는 친구들도 뿌리칠 정도로 독해지기도 했죠(웃음). 변한 모습을 보면 얼마나 뿌듯한지 모릅니다.”

2012년 시작된 삼성 드림클래스는 지금까지 전국 43개 시 5만여명의 중학생들에게 대학생 수업 교육을 진행했다. / 삼성 드림클래스 제공
2012년 시작된 삼성 드림클래스는 지금까지 전국 43개 시 5만여명의 중학생들에게 대학생 수업 교육을 진행했다. / 삼성 드림클래스 제공

◇중화중학교, 지역 최고로 우뚝 선 비결

 2012년 3월 첫발을 뗀 ‘드림클래스’는 가정 형편 등으로 교육 기회가 많지 않은 중학생들에게 대학생 강사가 방과 후 학습을 제공하는 삼성의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영어·수학 교육을 가르치고, 대학생 강사들에겐 리더십 교육과 장학금도 지급한다. 지금까지 학습 지원을 받은 중학생 수만 총 5만여명에 달한다. 비단 양적인 변화뿐만 아니다. 드림클래스가 시작된 지 어느덧 5년. 교육 불평등의 현장엔 점차 변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고뭉치’라고 불리며 자습이 뭔지 모르던 아이들이 이젠 알아서 공부 계획을 세우고 예습도 하기 시작했습니다. 집중력이 좋아지면서 성적도 껑충 뛰었고요. 이젠 인근 학부모들 사이에서 입학 1순위 학교로 꼽힙니다. ‘둘째도 이 학교에 보내고 싶다’고 하실 정도로요.”

 지난 22일, 서울 면목동 중화중학교에서 만난 교사들이 너도나도 달라진 학교 분위기를 자랑했다. 비결이 무엇일까. 교사들은 “회초리로도 잡지 못한 아이들의 마음을 붙든 건, 드림클래스 대학생 강사들과 학생들 사이의 친밀한 교감”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중화중학교에선 총 12명의 대학생 강사가 45명의 학생을 담당한다. 영어, 수학 교육뿐만 아니라 맞춤형 멘토링까지 이뤄진다. 자신이 목표로 하는 명문대에 다니는 선배들이 직접 학습 지도를 하는 만큼, 동기 부여도 된다. 중화중에서 3년째 드림클래스 대학생 강사를 해온 이원우(26·서울시립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4)씨는 “낯가림이 심한 아이들도 마음의 문을 열고, 수시로 SNS를 통해 모르는 걸 물어본다”면서 “시험 기간엔 새벽까지 실시간 온라인 과외가 진행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질문을 할 때마다 이씨는 노트에 빼곡히 해설을 적은 ‘미니 답지’를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 보낸다. 철저한 사전 준비도 학습 의욕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씨는 EBS 등 전문 강사들의 강의를 미리 듣고, 자신만의 강의 교재를 따로 만들어 학생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3년간 중화중 아이들을 지켜본 그는 “처음엔 수업에 집중하지 않던 아이들이 이젠 ‘선생님, 저 나중에 어떤 직업을 가지면 좋을까요’ ‘좋은 대학 가고 싶어요’라며 열의를 보인다”고 전했다.

 중화중 아이들은 2014년부터 드림클래스 수업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자습을 시작했다. 중간에 포기하는 학생은 여지껏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정원의 두 배가 넘는 학생들이 신청을 할 정도로, 드림클래스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학생들의 학습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교사들도 드림클래스에 적극 힘을 보태고 있다. 중화중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드림클래스 출결을 돕고 대학생 강사들과 더 나은 프로그램 구조를 고민하고 있는 것. 이한나(30) 중화중 교사는 “이젠 수업 시간에 ‘필기하라’는 말을 안 해도, 어느 순간부터 열심히 적고 있더라”면서 “계획을 세워 공부하고 실천하는 습관이 아이들 사이 문화처럼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응도 뜨겁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드림클래스 수업을 신청한 김민수(가명·15·중화중 3)군은 “실시간 SNS로 모르는 걸 물어보면서 전 과목이 10점 이상 올랐다”면서 “원래 꿈이 프로그래머였는데 교사가 하고 싶어졌다”며 웃었다.

▲ 이원우(사진 왼쪽)씨는 3년 동안 드림클래스 대학생 강사를 이어온 가장 큰 원동력은 아이들의 변화가 주는 '기쁨'이라고 했다.
이원우(사진 왼쪽)씨는 3년 동안 드림클래스 대학생 강사를 이어온 가장 큰 원동력은 아이들의 변화가 주는 ‘기쁨’이라고 했다.
드림클래스 대학생 강사는 수업뿐만 아니라 진로 등에 대한 인생 멘토 역할도 하고 있다./삼성드림클래스 제공
드림클래스 대학생 강사는 수업뿐만 아니라 진로 등에 대한 인생 멘토 역할도 하고 있다./삼성드림클래스 제공

◇청소년과 청년이 함께 변화되는 시너지

 달라진 건 비단 중학생들만이 아니다. 드림클래스 강사로 참여한 대학생들은 한목소리로 “아이들을 통해 나 역시 한 단계 성장했다”고 입을 모은다. 김인영씨는 “나를 롤모델로 여기는 아이들을 보면서 더 노력하게 되고, 자존감도 높아졌다”고 했다. “막상 아이들을 만나면 ‘공부를 왜 해야 하느냐”대학을 왜 가야 하느냐’ 등 원초적인 질문을 듣게 돼요. 그럴 때마다 저 자신에게 묻게 되더라고요. ‘나는 왜 공부를 하는 걸까?’ 하고요. 아이들에게 ‘잘하는 걸 해야지’라고 답하면서도, 정작 나는 무엇을 잘하는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거죠. 저의 한마디 한마디를 귀담아 듣고 따라 하는 아이들에게 항상 고마웠어요. 대학 생활을 하면서 저를 이렇게까지 지지해주고 믿어주는 사람을 만나기 힘들었거든요. 아이들 덕분에 저도 꿈을 찾았어요. 학생들과 평생 이야기할 수 있는 강연가나 교수가 되고 싶어요.”

 삼성은 더 전문적인 멘토링을 위해, 드림클래스 대학생 강사들에게 연수 교육을 진행한다. 매년 면접을 통해 선발된 약 1850명의 강사들은 이틀간 연수를 받는다. 매너, 에티켓 등 기본 소양은 물론 지도법, 교수법 등 강의 내용도 다양하다. 시스템도 체계적이다. 학교별 드림클래스 대표 강사로 선발된 이들은 다른 대학생 강사들의 의견을 취합해 수시로 피드백을 나눈다.

 이윤선 삼성 드림클래스 과장은 “수업 준비 등 세밀한 강사 가이드를 제공하고, 삼성 드림클래스 담당 직원들이 직접 학교를 전담해 강사 관리와 지원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드림클래스가 이뤄지는 중학교와 대학생 강사 간 만남의 장(場)이 마련되기도 한다. 해당 중학교 영어, 수학 교사들은 대학생 강사들과 상·하반기 함께 오리엔테이션을 갖고, 학교 행사 일정·학기별 교육 방침·교과 내용까지 공유한다. 학생들의 상황과 수업 운영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눈다. 학교 수업과 방과 후 드림클래스가 연계되면서, 학습 효과가 높아지는 등 상호 시너지가 나타나고 있다.

 드림클래스가 발판이 돼 공부 및 특정 분야에 재능을 발견한 학생도 많다. 지난해까지 드림클래스 참여 학생 중 영재고(1명), 과학고(24명), 외고(87명), 국제고(11명), 자사고(83명), 마이스터고(158명) 등 총 364명이 특목·자사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별다른 사교육 없이 2년간 드림클래스 수업을 받고 지난해 우수한 성적으로 하나고에 입학한 강해솔(가명·17)양은 “대학생 언니·오빠들과 함께 공부하고서 두 배 가까이 성적이 올랐다”며 “특히 법과 제도에 관심이 많다고 했더니 ‘변리사’라는 몰랐던 직업을 알려줘 이후로 ‘인생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드림클래스 키즈’들이 다시 대학생 강사로 참여하는 교육 순환도 활발하다. 우수한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조기 졸업, 지난해 대학에 합격한 드림클래스 1기 출신 정은진(20·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2)씨와 엄지영(20·성균관대 화공과 2)씨는 지난 1월에 열린 20박 21일간의 ‘방학 캠프’에서 강사로 활약했다. 올해 연세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한 김승규(20)씨도 “내게 영어를 가르쳐준 연세대학교 다니는 형을 보며 내 꿈을 키웠듯, 받은 것을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며 “오는 9월 드림클래스 대학생 강사 신청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사회봉사단 장인성 전무는 “교육 환경이 열악한 학생들에게 공평한 교육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학업 성취도를 높이고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도록 드림클래스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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