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수)

[미래 TALK] 한국의 청렴도 점수 56점… 윤리경영 그렇게 어려운가요

 

Image courtesy of Sira Anamwong at FreeDigitalPhoto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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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점 만점에 56점. 우리나라의 청렴도 점수입니다.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한국 공공 부문의 부패 지수는 168개국 중 37위로, 이웃 나라인 일본과 홍콩(각각 18위), 싱가포르(8위)보다 낮았습니다. 일반적으로 70점대를 ‘사회가 전반적으로 투명한 상태’, 50점대를 ‘절대 부패로부터 벗어난 정도’로 해석하는데, 최근까지도 ‘방산 비리’와 ‘입법 로비’ 등으로 홍역을 치른 한국은 7년째 50점대로 답보 상태입니다.

반면, 반부패에 관한 글로벌 기준은 계속 강화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 영국 뇌물법과 청탁금지법은 모두 직원의 위법 행위 시 해당 직원은 물론 기업까지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을 채택했습니다. 이에 기업은 법에 명시된 뇌물 제공 예방을 위한 ‘적절한 절차(영국 뇌물법 제7조 2항)’를 따랐다는 것, 해당 업무에 관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청탁금지법)’을 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면책이 가능합니다. 미국·영국 기업과 거래하던 한국 기업들도 뒤늦게 윤리 경영 체계를 마련하느라 고심에 빠졌다는 후문입니다.

이와 맞물려 글로벌 기업과 한국 기업의 엇갈린 행보가 눈에 띕니다. GE는 윤리 경영 위반사항을 유형별로 세분해 위반 건수를 공개하고 지역별 발생 비율까지 밝히고 있습니다. 특히 2008년 뇌물 스캔들로 1조원이 넘는 벌금을 물었던 지멘스는 준법경영 평가 결과를 연간 인센티브 책정 요소의 17%까지 반영키로 했습니다.

2009년부터는 세계은행, 유럽투자은행과 함께 ‘지멘스 청렴성 이니셔티브(Siemens Integrity Initiative)’를 발족해 15년간 총 1억달러(약 1203억원) 규모의 글로벌 반부패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최근 한국 기업들도 지멘스의 반부패 프로젝트의 수혜자가 됐습니다. 지멘스 청렴성 이니셔티브가 3년간 10억원 규모로 한국 기업의 윤리 경영 확산 프로그램을 지원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지난 1년간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와 ㈔글로벌경쟁력강화포럼은 전자정보통신, 자동차, 기계, 철도 등 17개 산업군별 윤리경영 교육 및 자가진단 서비스 등을 지원했습니다.

지난달 18일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페어플레이 반부패 서약 선포식’도 열렸습니다. LG전자, KT, 유한킴벌리, 풀무원, LG생활건강, 교보생명, 국민은행, 롯데쇼핑 등 서약에 참여한 기업들은 ‘페어플레이 클럽(반부패 증진을 위한 준법 윤리경영 민관협력포럼)’의 일원이 되어, 반부패 운동에 앞장서게 됩니다.

그런데 반부패 서약에 참여한 뒷얘기를 들으니 씁쓸함이 번집니다. 1년간 연락한 3000개 기업 중 실제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이 58곳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실무자 선에선 긍정적으로 검토했어도, 임원급으로 올라가면서 번번이 거절당한 사례가 많았습니다. 반부패 원칙에 서명했다가 나중에 관련 이슈라도 터지면, 리스크 관리가 힘들 거라 판단한 것입니다.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에 계열사 전체가 가입하지 않은 유일한 10대 그룹인 S기업은 역시나 페어플레이클럽 명단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최근 오너의 비리, 지배구조의 투명성 문제로 구설에 오른 기업들 역시 참여 거절 의사를 밝혔습니다.

기업의 부패를 10%만 줄여도 전 세계적으로 3800억달러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한국의 부패인식지수가 OECD 평균 수준으로만 개선돼도 1인당 국민소득은 138.5달러, 경제성장률은 0.65% 올라갈 수 있다고 합니다. 5가지 페어플레이 원칙엔 의무 조항이 없습니다. ‘준법 경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서로간의 약속만 있습니다. 서명조차 못한 채 꽁무니 빼는 한국 기업의 모습을 보니, 전 세계 기업들의 준법 경영 확산을 위해 1억달러를 내놓은 지멘스가 새삼 대단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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