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韓 기업들, 글로벌 공급망 내 이주노동자 인권 보장해야”

IOM ‘이주, 비즈니스와 인권’ 워크숍 개최

“세계 주요국에서 노동자의 고용 정책을 개선하는 법령이 제정되고 있습니다. 영국·호주·캐나다의 현대판 노예제 방지법(Modern Slavery Act), 유럽연합 공급망 실사법(EU CSDD) 등이죠. 2만 곳에 이르는 한국 기업들도 변화에 발맞춰야 하는 때가 왔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국경이 열리면서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는 이주노동자들은 더욱 늘고 있습니다. ‘현대판 노예제’가 대두하고 있는 지금, 기업은 글로벌 공급망 내 윤리적인 채용 관행이 마련되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21일 서울 중구 르메르디앙 서울 명동 호텔에서 ‘이주, 비즈니스와 인권’ 워크숍이 열렸다. 이날 국내 기업인 40여명과 국제이주기구(IOM), IHRB, 유럽상공회의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IOM
21일 서울 중구 르메르디앙 서울 명동 호텔에서 ‘이주, 비즈니스와 인권’ 워크숍이 열렸다. 이날 국내 기업인 40여 명과 국제이주기구(IOM), IHRB, 유럽상공회의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IOM

21일 아나스타샤 비니첸코 국제이주기구(IOM) 베트남대표부 윤리적고용증진(CREST) 프로젝트 매니저는 서울 중구 르메르디앙 서울 명동 호텔에서 열린 ‘이주, 비즈니스와 인권’ 워크숍의 발제자로 나섰다. IOM은 ‘글로벌 공급망 내 윤리적 고용 증진’을 주제로 대한상공회의소,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와 공동으로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국내 기업인 40여 명과 IOM 베트남대표부, IHRB(Institute for Human Rights and Business), 유럽상공회의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IOM은 워크숍을 토대로 다양한 분야의 이해관계자들이 글로벌 공급망 내 근로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호하는 모범 사례, 도구와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유연철 UNGC 한국협회 사무총장은 “국내 기업들은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기존의 비즈니스모델에 도입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공급망 내 노동권, 인권 문제는 증가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6월 UNGC가 글로벌 기업 2만여곳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영국·독일 등 그간 이주노동자의 인권 문제가 없었던 서구사회에도 아동 착취, 강제노동 등의 ‘현대판 노예제’가 재등장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어느 때보다도 공급망 내 노동권, 인권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IOM에 따르면, 전세계 6000만명이 넘는 현대판 노예가 있다. 이 중 59%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있으며, 24%는 18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이다. 여성 비율은 54%에 달한다. 현대판 노예제는 강제 노동, 채무에 의한 구속, 강제 결혼 등 다양한 형태의 착취와 학대 행위를 모두 아우르는 포괄적 개념이다.

이날 첫 번째 세션은 ‘글로벌 공급망 내 공정하고 윤리적인 고용에 관한 국제 동향 및 노력’을 주제로 열렸다. 비니첸코 매니저는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증진하는 게 왜 기업에 중요한지, 기업은 인권 증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을 발표했다. 이어 조이스 초 암포리(Amfori) 아태지역국장, 구나 수브라마니암 IHRB 이주노동자 프로그램 동남아 지역 자문, 카산드라 쟌 탈봇 유럽상공회의소 물류·운송·지속가능성·관광산업위원회 과장이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토론했다. 수브라마니암 자문은 “기업들은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필요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 아태지역국장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주노동자가 된 이들도 결국은 가족을 다시 부양하기 위해 본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주노동자를 채용하는 기업들은 노동자의 가족까지 포용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두 번째 세션에서는 이은경 UNGC 한국협회 실장이 ‘기업의 공급망 내 노동자들의 인권 실사’, 임선영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침해조사과 이주인권팀장이 ‘이주노동자의 노동권과 노동착취 인신매매’를 주제로 각각 무대에 올랐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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