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7일(화)

‘NPO·정부·기업’ 잇는 日 사회공헌 비결은?

일본 사회공헌 파트너십 현장
기금 지원 프로그램 매주 업데이트… 수혜 대상·금액별로 볼 수 있어
기업 재단·NPO 투명성 높이고 日 사회공헌 트렌드 파악도 가능

기업과 비영리단체의 파트너십은 어떤 시너지를 가져올까. ‘기빙인덱스 2015’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 NPO(비영리단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기업은 33.4%로 나타났다. 기업 사회공헌 비용 중 외부기관 협업사업에 지출하는 금액은 전체의 16%(2015 사회공헌백서)에 그쳤다. 가까운 나라, 일본은 어떨까. 일본경제동우회(經濟同友会)의 ‘2015 일본기업 CSR 자체평가보고서’에 따르면 “NGO(비정부기구)·NPO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45%로, 한국보다 12%P 높게 나타났다. 한 발 앞선 일본의 사회공헌 파트너십 트렌드를 살펴보기 위해 지난달 23일부터 사흘간 일본의 주요 중간지원조직과 기업재단 11곳을 방문했다. 이번 연수는 사회공헌정보센터와 한국비영리학회가 주관하고 국내 13개 기관 CSR 담당자가 함께했다. 편집자 주


“캔팬(CANPAN)은 전국 규모 조성(造成·기금을 지원하는 공익사업) 프로그램 350여개의 정보를 매주 업데이트해 사업별로 게시하고 있습니다. 각 기업이 어떤 공익사업에 얼마를 투자하고 있는지, 검색 한 번으로 모든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죠. 조성 대상이 조사·연구 사업인지 조직 운영비인지도 알 수 있어요. 금액별로도 검색이 가능하죠.”

야마다 야스히사 캔팬센터 대표가 입을 열자, 사회공헌 담당자들의 눈이 커졌다. 기업 사회공헌과 NPO의 투명성을 동시에 높이는 캔팬의 체계적인 시스템 때문이다. 2005년 일본재단(구 일본경정협회)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캔팬은 월평균 방문자 71만명, 페이지뷰 190만건의 대형 플랫폼이다. 야마다 대표는 “사회공헌 현장에 있는 사람들과, 이들을 응원하고 싶은 사람을 좀 더 쉽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연결해주기 위해 이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미상_그래픽_CSR_연결고리퍼즐_2015

◇일본 NPO·기업·정부 잇는 ‘연결고리’ 중간지원조직

캔팬의 데이터베이스엔 NPO에 대한 정보도 공개돼있다. 등록을 원하는 단체는 실제 조성프로그램에 지원할 때 필요한 60여 가지 항목을 기입해야 한다. 캔팬이 전국 규모 조성프로그램 130개의 신청서를 분석해 선발한 공통 항목이다. 체계적인 정보 기입 폼을 제공하기 때문에 정부, 기업 등 조성사업 관계자들은 물론 일반 이용자도 캔팬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어느 금액대의 조성사업이 가장 많은지, 모집은 언제 주로 시작되는지 등 조성 지원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도 유용하다.

중간지원조직인 캔팬이 대형 플랫폼으로 성장한 배경엔 오프라인 활동이 있었다. 캔팬은 지역 거점 NPO센터와 협력해 연 50회 이상의 오프라인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지방 비영리조직 관계자들에게 캔팬을 포함한 비영리전문 IT서비스 40여개를 홍보하고, 사용법을 교육하는 자리다. 야마다 대표는 “중간지원조직을 거치지 않고는 전국 각지에 흩어진 NPO들과 풀뿌리 파트너십을 맺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성재단 정보만을 전문으로 분석, 제공하는 곳도 있다. 일본조성재단센터는 1985년 도요타재단으로부터 기금을 지원받아 1988년 설립됐다. 현재 250개 재단법인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일본조성재단센터는 3600여곳에 조사 설문을 돌려 지난 30년간 2000개 재단의 누적 정보를 쌓아왔다. 일본 조성재단의 백과사전인 셈이다. 조성금을 지원한 단체끼리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도 한다. 지난해 6월 뉴욕에서 열린 UN장애인권리협약(CRPD)총회에서 일본장애인포럼(JDF)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도 조성재단센터가 있었다. 통역비용조차 부담할 수 없었던 JDF를 위해 조성재단센터가 도요타재단, 기린복지재단 등 5개 재단의 장애인 지원 기금을 한 데 모았던 것.

기업과 NPO의 협업이 활발해지면서 비영리단체를 좀 더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오타 다츠오 일본공익법인협회 이사장은 “공익법인의 건강한 성장과 효율적인 활동을 위해 객관적으로 조직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면서 “협회 차원에서 평가 조직 설립 총회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연수 첫날 한국 기업의 CSR 담당자들과 만난 다나카 히로시 일본조성재단센터 전무이사는 “일본에서 조성재단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것이 센터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사회공헌정보센터 제공
연수 첫날 한국 기업의 CSR 담당자들과 만난 다나카 히로시 일본조성재단센터 전무이사는 “일본에서 조성재단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것이 센터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사회공헌정보센터 제공

◇일본 CSR 트렌드… 쪼개고(도요타자동차)”붙이고(다케다약품공업)”함께하고(미쓰비시상사)’

“기업 내부에서 CSR 파트의 위치는 어느 정도죠?” “사업·홍보 파트 등 타 부서와는 어떻게 소통하고 있습니까?” 연수 둘째 날, 다케다약품 본사 건물에 위치한 세미나실. 한국 기업 CSR 담당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아시아 최대 제약회사인 다케다약품의 CSR팀은 커뮤니케이션과 위기관리, 글로벌사회문제 등 5개 파트와 함께 CCPA(Corporate Communications and Public Affairs) 아래 통합돼있다. 홍보·총무 등 타부서에 CSR팀이 소속돼있는 한국 기업의 구조와는 다르다. 올해 4월에는 CCPA에 글로벌헬스 파트를 신규 편입해 환자·의료인·국제보건기구 등 주요 이해당사자(Stakeholder)들에게도 다케다약품의 CSR 활동을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했다. 조직 구조가 통합된 만큼 CSR 팀의 사내 위상도 높다. 가네다 고이치 다케다약품 CSR 파트장(Head)은 “기업조직도상에서 CCPA 총괄책임은 전략과 재무를 책임지는 CSO·CFO와 동일한 위치에 놓인다”면서 “각 파트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가 CCPA를 구성하기 때문에, 조직 안에서의 소통이 곧 사내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소통이 된다”고 설명했다.

미쓰비시상사의 미쓰비시상사부흥지원재단(이하 부흥재단)은 기업과 정부, 지역사회의 파트너십이 돋보이는 사회공헌 사업으로 눈길을 끌었다. 부흥재단은 미쓰비시상사의 기부금 100억엔 중 20억엔을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인 후쿠시마·이와테·미야기현의 소상공인에게 지원하고 있다. 각 지역의 금융기관을 통해 무담보, 무이자로 융자금을 지원하는 것. 10년 후에도 상환 능력을 갖추지 못한 지역 금융기관이 이들을 후속 지원하도록 했다. 소상공인이 자립에 성공해 배당금이 발생하면 전액 지역사회에 기부한다. 지금까지 44개 사업체가 지원을 받았고, 2011년 1억엔의 융자금을 지원받은 이와테현의 ‘캐피털호텔’은 최근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야스다 사다미 사무국장은 “지역의 파트너 금융기관이 융자서비스를 직접 실시하기 때문에 재단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사업성 등을 좀 더 면밀히 평가할 수 있다”면서 “파트너십을 통한 지역사회공헌으로 재단과 수혜자 간의 긴장감을 적절히 유지하면서 좀 더 장기적인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수 마지막 날 방문한 도요타자동차는 일본공익재단 중 자산총액이 8위(420억엔, 2012년 기준)에 달하는 도요타재단을 설립했다. ‘도요타 모빌리티 기금(TOYOTA Mobility Foundation)’, ‘여성기술자육성기금(Female Engineer development foundation)’ 등 별도 사회공헌 기금도 지속적으로 설립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의 수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회공헌사업을 기금으로 독립해, 다른 CSR 사업이 홍보·마케팅 등 가시적 성과에 영향받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최근에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있다. 2009년 나가사키현의 오래된 민가를 활용한 민박집 프로젝트는 젊은 세대 수백명을 고향으로 돌아오게 만들었고, 2012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발생한 피난 주부의 자립을 돕기 위해 ‘키친 나고미(도쿄)’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이번 연수를 공동 주최한 비영리학회의 정무성 회장(숭실사이버대 부총장)은 “일본의 사례에서 보았듯 국내에도 자원을 중개하고 나눔 생태계의 건전성을 강화하는 중간지원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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