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6일(월)

“SPC 덕에 농가 주름 펴지고 있슈~”

의령 45만평 밀 단지서 전량 구매, 2018년까지 농산물 14종 1조원치 사들일 것

“밀 재배 농가들이 벌써부터 내년 수확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정동현 의령군 농업기술센터 주무관이 모처럼 농가에 ‘생기’가 돌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 내 국내 최초 150ha(45만평) 규모의 제빵용 밀 재배 단지가 조성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및 의령군 등과 협약을 체결한 SPC가 올해부터 단지 내 생산되는 밀 전부를 매입하기로 했기 때문. 의령군에서 생산되는 밀은 단백질 함량이 월등해 쫀득한 식감의 빵을 만들기에 제격이지만, 그동안 유통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안정적인 판매처가 없고 값싼 수입 농산물에 계속 밀려난 것. 잉여 생산물이 증가하면서 이를 건조·저장시키는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등 악순환을 겪어왔다.

SPC그룹과 강진군이 상생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문을 연 파리바게뜨 전용 농장에서 파프리카를 수확한 농부들이 활짝 웃고 있다. /SPC 제공
SPC그룹과 강진군이 상생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문을 연 파리바게뜨 전용 농장에서 파프리카를 수확한 농부들이 활짝 웃고 있다. /SPC 제공

의령군우리밀생산자위원회위원장인 전원길(41)씨는 “밀은 수확해 하루라도 그냥 두면 쉰내가 나서 빨리 말려야 하는데, 건조기가 없는 농가는 그냥 버릴 수밖에 없었다”며 “이젠 SPC가 밭에서 바로 100% 매수해가니, 판매 걱정 없이 농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농가에서는 벌써부터 내년 생산량을 위해 파종량을 4분의 1까지 늘릴 계획. 전씨는 “최근 단지 내 신규로 들어오고 싶다는 농가가 부쩍 많다”고 귀띔했다.

SPC는 올해부터 의령군을 포함해 2008년부터 밀 직거래 협약을 이어온 해남, 하동, 부안, 군산 등의 지역에서 우리 밀을 총 4000톤 구매하고, 2018년까지 5500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렇게 공급된 우리 밀은 ‘우리 밀로 만든 10곡 식빵’등 제품 40여종으로 소비자들의 식탁에 오른다.

이처럼 농가 직거래를 통한 SPC와 농촌의 동반 성장이 확대되고 있다. SPC는 2008년부터 전남·경북·경남·충북 등 총 16개 농촌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찹쌀·포도·파프리카·사과 등 우수한 품질의 국내 농산물 14종을 직접 구매해 조달하고 있다. 구매액은 지난 한 해만 5450억원에 이르며, 2018년까지 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전남 강진에서 20년 동안 파프리카 농사를 지어온 명동주(55)씨는 2013년 SPC와 파프리카 공급 협약(MOU)를 체결하고, 그의 파프리카 농장단지에 SPC 파프리카 전용 온실을 설치했다. 최첨단 유리로 외부 온도 변화 영향을 최소화하고, 수경재배 시설을 갖춰 깨끗하고 최상급으로 품질이 균일한 파프리카 재배가 가능하다. 그는 “SPC의 식품 안정성 기준이 깐깐해서 항상 최상품을 고집한다”며 “못 말린다”고 웃었다. SPC 역시 최상의 품질을 이어가기 위해 농가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백승훈 삼립GFS 농수축산팀 부장은 “농가와는 협약 전, 농산물의 크기·색깔·당도 등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방법, 농가 생계 안정을 위한 선급금, 날씨 및 시장 변동에 따른 최소 수익금 보전책 등 기업과 농가 모두가 득이 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한다”며 “협약 후에도 2~3달마다 정기적으로 농산물 품질과 생산 환경 등에 대해 토의하는 자리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SPC와 농가 서로 수년간 신뢰를 쌓으며 품질을 높이자, 우리 농산물로 만든 빵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경북 영천 미니사과로 만들어진 ‘가을엔 사과 요거트 케이크’와 강원도 고랭지 딸기를 올린 ‘딸기 요거트 듬뿍 케이크’는 다른 제품 대비 2배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농산물을 이용한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자, SPC의 대표 브랜드인 파리바게뜨는 매장 내 ‘우리 농산물 제품’이라는 별도 코너를 마련했다. 우리 농산물로 만든 제품을 한곳에 모아 진열하니, 소비자들이 지역별 특화 농산물에 친숙하게 다가가 구매할 수 있게 됐다.

김범성 SPC그룹 홍보실 상무는 “SPC그룹은 현재 파리바게뜨 브랜드로 프랑스·미국 등 세계 5개국에 18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지난해까지 국산 단팥·찹쌀·고구마 등 약 600톤 규모의 국내 농산물을 해외에 공급하고 있고, 2020년에는 10만톤까지 국내 농산물 제품의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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