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토)

“버려지는 물건이지만 그들에게는 절실합니다”

현물기부로 제3국 돕는 북스포아프리카·안아주세요·옮김

안 보는 책 4만권 남은 비누 3만5000개 크레파스 1200세트 버려지는 안경 등 지원
현물 기부는 왜 필요할까.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3기)들이 현물 기부로 제3국을 돕는 청년단체를 한자리에서 만났다. 박지원(23) ‘안아주세요’ 대표, 지예정(23) ‘옮김’ 사무국장, 이희준(27) 북스포아프리카 대표(이상 ‘가나다’순)가 그 주인공이다.

사회=어떤 방법으로 제3국을 돕고 있나.

이희준 대표(이하 이)=’북스포아프리카’는 법인단체가 아닌 프로젝트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4만권의 책을 기부받아 이 중 4000권을 말라위 등 8개국에 전달했다.

박지원 대표(이하 박)=’안아주세요’는 2008년 동두천외국어고 동아리에서 시작해 현재는 20여명의 운영진과 안경광학자문위원회로 자리 잡았다. 기부된 안경테에 안경사의 재능기부로 만든 렌즈를 합쳐 에티오피아, 가나, 케냐 등 9개국에 안경을 전달했다.

지예정 사무국장(이하 지)=’옮김’은 2010년 ‘클린더월드’ 한국지부로 시작했다. 비누·크레파스·이면지 등 쓰고 남은 자원을 필요한 곳에 옮기는 일을 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비누 3만5000개, 크레파스 1200세트, 이면지 노트 500여권을 기부했다.

사회=개발도상국 지원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수료 없이 현금을 기부하는 시스템도 등장했다. 그럼에도 왜 현물 기부가 필요한가.

왼쪽부터 박지원 안아주세요 대표, 지예정 옮김 사무국장, 이희준 북스포아프리카 대표. /황영찬 더나은미래 청년기자
왼쪽부터 박지원 안아주세요 대표, 지예정 옮김 사무국장, 이희준 북스포아프리카 대표. /황영찬 더나은미래 청년기자

=악순환을 끊는 힘은 교육이고 책은 그 시작이다. 혹자는 아프리카 사람들도 다 휴대폰을 갖고 있는데 차라리 교육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면 어떻겠느냐고 한다. 실제로 미국의 한 단체에서 ‘킨들(e북 리더기)’ 후원 제의도 해왔지만 거절했다. 우리가 종이 동화책을 고집하는 이유는 기기의 악용을 막고 아이들을 유해 콘텐츠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다.

=돈을 지원하면 의식주 위주로 지출할 수밖에 없다. 비누 같은 물건은 관광 도시에서 소비하기 때문에 시골까지 잘 퍼지지 않는다. 옮김에서 비누를 기부할 때 꼭 두 장씩 주는데, 학교에서 비누를 받은 아이들이 집으로 가져가 가족이나 마을 사람과도 함께 쓰고 있다.

=안경을 기부하는 이유는 사용자의 시력이 바뀌면 그냥 버려지는 자원이기 때문이다. 안경은 고물상에 파는 것보다 완제품으로 활용할 때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

사회=각 단체가 기부하는 물건은 어떤 과정을 거쳐 전달되나.

=비누는 호텔 등에서 쓰고 남은 일회용 비누를 재생한다. 크레파스는 기부받은 것을 다듬어서 보냈는데 길이가 각기 달라 받는 아이들끼리 싸움이 많이 났다. 우리가 그들의 마음까지 배려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은 아예 크레파스를 8가지 색으로 녹여서 새것으로 만들고 있다.

=영어 또는 스페인 동화책을 기부받는데, 정치·군사·종교색이 있는 책을 배제하고 나면 전체 기부량의 약 40% 정도만 기부 가능하다. 배송 전 분류 스티커를 붙인다. 스티커 표기대로 서가에 꽂기만 하면 바로 도서관이 된다. 도서 목록을 정리한 컴퓨터 파일과 출력물도 함께 준비한다.

=안경은 수작업으로 알을 분리한 다음, 사이즈, 재질, 디자인 등에 따라 테만 분류한다. 안경알은 안경사분들의 재능기부를 받아 제작한다. 도수별로 제작한 것을 들고 현지로 가 직접 시력 측정을 해서 안경으로 맞춰준다.

사회=제3국을 지원할 때 유념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크레파스 기부를 시작하면서 해외 봉사단체가 현지에 미술 교육 하는 걸 보게 됐는데, 대부분은 테두리만 그려진 태극기를 색칠하고 있다. 그게 어떻게 좋은 교육이 되겠나. 받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으면 좋은 지원이 될 수 없다.

=받는 사람의 필요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주고 싶은 것만 주는 것은 폭력이 될 수도 있다. 대상자를 가려내는 것도 어렵다. 안경을 구매할 능력이 되는데도 공짜니까 받아간다거나. 국내보다 대상자 정보가 부족한 해외에서는 필요한 사람을 가려내는 것이 더 쉽지 않다.

=북스포아프리카는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만 책을 전달한다. 한번은 엘살바도르 학교 선생님이 우리에게 책을 부탁한 적이 있었다. 치안이 너무 열악한 나머지 학교 맞은편 공립도서관으로 가려다 아이들이 총에 맞아 죽는 일이 생겨서다. 통학용 방탄버스는 매일 무시무시한 속도로 그 길을 지난다. 죽음을 무릅쓰고 공부하려는 아이들이 지구 반대편에서 책을 요청하면 안 보낼 수가 없다. 그래서 필리핀 지인에게 연락해 스페인어 책을 구해다줬다. 이렇게 필요한 곳에 책을 기부하면 교육도 관리도 잘된다.

■3곳에 기부하려면

북스포아프리카: 기부자의 이름과 연락 가능한 번호, 기부할 책(정치·종교·군사적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영어 또는 스페인어 동화책)의 수량을 적어 북스포아프리카 홈페이지(face book.com/ BooksForAfrica)또는 이메일(korea mar ket2015@gmail.com)로 전송하면 자세한 기부 방법에 대해 유선 안내를 받을 수 있다.안아주세요: 안경은 안아주세요 사무국(수원시 장안구 영화로 71번길 2, 수원시자원봉사센터-안아주세요) 앞으로 선불 배송하면 된다. 안경 분류 작업, 사진 촬영 등 재능기부 참여 문의는 홍보팀 이메일(public.relations@hugforvision.org)을 통해 하면 된다.옮김: 이면지·크레파스 기부를 원하는 가정 또는 단체는 물품을 선불 택배(서울시 은평구 통일로 684 1동 1층 청년허브 미닫이사무실 옮김)로 보내거나, 인터넷카페(cafe. naver.com/ctwk) 또는 홈페이지(www.omkim.org)로 수거 신청 하면 된다. 수거는 수도권 내, A4용지 5박스(약 12500장)부터 가능하며 단체에서 정기 기부할 경우 수거함을 설치한다.

권보람 기자

정재윤·최보람 청년기자(청세담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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