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일)

‘대한민국표 사회봉사’가 中 소학교에 피었습니다

SK China ‘써니 중국대학생지원봉사활동’

베이징 시내 중심가에서 불과 차로 1시간 거리를 갔을 뿐인데, 도시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어둡고 좁은 길 안쪽으로 들어서자 곳곳에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었다. 골목 양쪽으로 서 있는 낡은 집들의 열린 문틈으로는 낡고 더러운 살림살이가 뒹굴고 있었다. 한참을 걸어 골목 끝에 다다르자 취재 목적지인 ‘펑잉 소학교’가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이곳은 농민공 자녀들을 위한 학교다.

농민공은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사람들을 말한다. 이주(移住) 전의 주소가 평생 따라다니는 중국 특유의 신분제인 호구제(戶口制) 때문에 농촌 호구를 갖고 있는 농민공들은 도시에 살더라도 각종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대부분이 저임금 일용직 노동자들이어서 삶도 고달프다. 자녀들도 비싼 학비와 선발에서 후순위로 밀려 일반 소학교에 다니는 것이 쉽지 않다. 중국 중앙교육과학연구소가 발표한 ‘중국 도시농민공 자녀들의 의무교육문제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농민공 자녀의 60%만이 일반 소학교에 진학한다. 나머지는 민간단체 등에서 세운 농민공 자녀 학교에 다니는 것이 최선이다.

학교를 찾았다. 평소 뭔가를 만들어볼 기회 가 없던 아이들은 탈 만들기, 고무찰흙 공예 등 다양한 만들기 수업으로 모처럼 신나는 주말을 보냈다.
학교를 찾았다. 평소 뭔가를 만들어볼 기회 가 없던 아이들은 탈 만들기, 고무찰흙 공예 등 다양한 만들기 수업으로 모처럼 신나는 주말을 보냈다.

펑잉소학교 역시 농민공 자녀 교육문제에 뜻을 둔 민간인에 의해 세워진 학교다. 정부의 정식 인가는 받았지만,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다. 시멘트 바닥의 운동장, 난방이 전혀 되지 않는 교실에서 열악한 현실이 엿보였다. 커튼도 블라인드도 없는 탓에 고학년 교실에서는 그대로 내리쬐는 햇볕에 눈이 부셔 칠판을 쳐다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해가 전혀 들지 않아 ‘냉동실’ 같은 저학년 교실보다는 나은 편이다. 혼자 쓰기에도 넓지 않아 보이는 책상에 부서질 것만 같은 의자가 3개씩 놓여 있다. 70여 명이 한 학급에서 공부한다.

펑잉소학교 아이들에게 가장 즐거운 시간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이다. ‘써니(SUNNY) 중국대학생지원봉사행동(우리나라의 ‘대학생봉사단’에 해당)’이 찾아온다. ‘써니 중국대학생지원봉사행동’은 ‘SK China’의 대학생봉사단으로 올 9월 발족했다. SK텔레콤이 2003년부터 계속해온 대학생자원봉사단 사업을 중국에 적용한 것으로 북경과 쓰촨시 소재 9개 대학에서 선발된 100명의 대학생들이 총 7개 소학교에서 교육봉사활동을 펼친다. 한국의 사회공헌사업이 중국에 수출된 셈이다.

11월 마지막 주 토요일. 북경인민대학교와 우전대학교 학생 18명이 수업에서 활용할 재료와 도구들을 잔뜩 들고 나타났다. 3·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1박2일 동안 영어회화, 노래, 모래 페인팅, 찰흙 만들기 등의 체험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영하 5도의 추운 날씨에도 언니·오빠들을 만나려고 아침 일찍부터 학교에 와있던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꾸지아위(9)양은 “주말엔 집에서 혼자 숙제를 하거나 공터에서 그냥 시간을 보내며 노는데, 오늘은 언니·오빠들이 와서 찰흙도 만들고 모래로 그림도 그려서 너무 신난다”며 하나라도 더 만들어보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농민공 자녀들은 대부분 주말에도 부모님이 일을 하는 탓에 학교에 가지 않는 주말이 더 배고프고 심심하다.

펑잉소학교 영어교사인 옌추이핑(32)씨는 “시설도 열악하고 교사도 부족해서 음악이나 그림, 만들기 등의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웠는데 이렇게 ‘써니’ 대학생들이 찾아와줘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른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들이 매주 목요일, 금요일이 되면 몇 번을 물어봐요. ‘써니’ 언니·오빠들이 이번 주엔 오냐고요. 앞으로 더 많이, 더 자주 와서 아이들의 견문을 넓힐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농민공 자녀들은 부모님과 그런 체험을 하기 어렵거든요.”

어떤 수업을 진행할 것인지, 어떤 체험을 아이들에게 선물할 것인지는 모두 대학생들에게 맡겨져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봉사단 대학생들이 기획하고 준비한다. 봉사활동을 통해 창의력·팀워크·리더십 등을 키우고 훈련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써니’봉사단의 탕샤오리(20·북경인민대학교 신문방송학과)씨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제공해 시각과 마인드를 넓히도록 돕는 것도 큰 의미가 있지만, 저 스스로가 가장 큰 도움을 얻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지금까지 성적, 경쟁만이 전부였는데, 이렇게 봉사활동을 하면서 제 그릇이 커지는 것 같아요. 다른 친구들과 하나가 되어 먹고 자며 봉사하는 것에서 책임감이나 협동심 같은 걸 배우게 돼요.”

SK China의 모든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진두지휘하는 꾸밍(40) 브랜드관리팀장도 ‘써니’의 지역사회 기여측면과 글로벌 인재 양성 측면 둘 다를 강조했다. “북경이나 상하이 중심지를 조금만 벗어나면 아직 열악한 곳이 참 많습니다. 중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대학생들이 이러한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죠. 앞으로 양과 질 둘 다를 키워가면서 지역의 필요와 대학생들의 열정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해 나가겠습니다.”

SK China는 그간의 꾸준한 사회공헌활동으로 중국 홍십자로부터 특별훈장, 미디어 분야에 대한 정부기관인 광전총국으로부터 성광상 등을 받았을 뿐 아니라 올해 초에는 CCTV의 ’10대 외국 기업’ 중 3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순위에 든 유일한 아시아 기업이다. 앞으로 보다 많은 대한민국표 사회공헌사업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나눔의 다리’를 세워가기를, 그래서 세계에 대한민국을 알리는 ‘다리’ 역할도 하기를 기대해 본다.

베이징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