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3일(수)

“수달의 서식지를 보호하라”…카카오 T ‘기브셔틀’ 타보니[더나미GO]

코로나19 팬데믹은 자원봉사 현장에도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2022년 전국 사회복지시설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한 사람은 53만여 명으로, 코로나19 유행 이전(2019년 125만 6421명)에 견줘 절반에도 못 미쳤습니다. 감염병 유행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크게 위축된 자원봉사, 더나은미래는 ‘더나미GO’ 코너에서 기자가 직접 ‘봉사자’로 참여해 다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나눔의 현장을 전합니다. /편집자 주

즐비하게 들어선 나무 아래 풀숲이 펼쳐져 있다. 버드나무와 갈대를 비롯해 눈부시게 푸른 자연이 우리를 맞이하는 곳, 수달 서식지로도 알려진 이곳은 바로 여의도샛강생태공원. 떨어진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울타리 옆 흙길을 걷다 보면 도심에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도심 속 자연에도 골칫거리가 있다. 우거진 풀숲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단풍잎과 닮은 잎이 달린 덩굴이 풀들을 휘감고 있었다. 이 덩굴의 정체는 생태 교란종인 ‘환삼덩굴’이다.

“환삼덩굴 얘가 나 어릴 때부터 문제였어. 보이면 다 뽑고 그랬는데. 어릴 땐 수풀이 천지라 무슨 풀인지 다 알지. 뿌리 부분이 붉으니까, 붉은 부분을 찾아서 뽑으면 되겠네.”

지난 11일 ‘생태종 보호’ 기브셔틀에 참가한 기자와 봉사자가 환삼덩굴을 제거한 뒤 뿌리를 들고 있다. /김규리 기자

작은 갈퀴를 쥐고 머뭇거리던 기자 곁에서 함께 봉사에 참여한 어르신이 환삼덩굴의 뿌리를 뽑아 들며 말했다. 지난 11일, 기자는 직접 ‘기브셔틀’을 타고 봉사 여행을 떠났다. 기브셔틀이란 자원봉사와 여행을 결합한 봉사로, 카카오모빌리티의 소셜 임팩트 프로젝트다. 다양한 자원봉사 프로그램과 함께 강연과 교통편을 지원한다.

총 5개의 테마로 달마다 이뤄지는 기브셔틀의 6월 주제는 ‘생태종 보호’. 수달의 서식지를 보호하겠다는 일념으로 약 50명의 봉사자가 모였다.

광명시청 앞에서 대기 중인 카카오모빌리티 무료 지원 셔틀버스 ‘기브셔틀’의 모습. /김규리 기자

기브셔틀의 시작은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자원봉사 장소로 이동하는 것. 카카오모빌리티는 광명시청 앞과 이매역 두 군데에서 무료 셔틀을 운영했다.

오선영 카카오모빌리티 임팩트브랜드팀장은 “서울에 거주하는 분들만이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도 올 수 있도록 비교적 지방에서도 접근성이 좋은 광명과 분당으로 출발지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기자도 오후 1시에 직접 광명시청 앞 버스에 탑승해 여의도로 떠났다.

‘기브셔틀’ 신청 화면에 올라온 수달의 사진. /카카오 T 앱 화면 갈무리

버스 옆자리에 앉은 20대 여성 봉사자는 “수달 사진이 귀여워 기브셔틀을 신청했다”고 전했다. 평소 동물권에 관심이 많아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해본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도 어떤 걸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위치도 천차만별이라 막상 시도하기가 어려웠다”며 “그런데 기부셔틀은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교통편도 지원해 줘 진입장벽이 낮았다”고 말했다.

(좌측) 수달의 ‘식탁’인 넓적한 돌. (우측) 새 대신 수달 모양인 샛강 공원의 솟대. /김규리 기자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참여 계기를 묻는 기자의 말에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은 “수달 사진이 귀여워서”였다. “동물권에 관심이 많아서”, “재밌어 보여서”, “좋은 일인 것 같아서”, “지난번 기브셔틀이 재밌어서” 등이 뒤를 이었다.

수달 세 마리가 산다는 여의도샛강생태공원. 공원에 도착하자마자 들은 말은 수달이 ‘야행성’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샛강 지도사가 ‘아아’ 아쉬워하는 봉사자들에게 귀띔한다.

“추적추적 비 오는 날, 밤 10시쯤이 되면 저 넓적한 돌 위에서 밥 먹는 모습을 볼 수도 있어요. 사람도 식탁에서 밥을 먹잖아요. 저 돌이 수달의 식탁이에요.” 다들 수달의 식사를 상상하는 듯 웃음이 터져 나온다. 봉사자들은 수달 대신 수달의 식탁과 수달 모양의 솟대를 사진으로 담았다. 기자도 함께 여러 장 찍었다.

작업복과 토시, 목장갑, 장화, 모자 등으로 무장한 기자의 모습. /김규리 기자

공원에 도착하자마자 친환경 굿즈를 수령했다. 다회용 컵과 방석이 담긴 에코백을 받은 뒤 환삼덩굴을 제거하기 위한 장비를 착용했다. 긴 소매와 긴 바지의 작업복과 함께 크기 별로 마련된 장화가 봉사자를 반겼다. “환삼덩굴 줄기에는 뾰족한 가시가 있어 조금만 닿아도 풀독이 올라 위험해요.” 어두운 작업복과 토시, 목장갑, 장화, 모자까지 무장한 상태로 길을 나섰다.

환경운동가 줄리안이 강연을 하고 있다. /김규리 기자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강연이 진행됐다. 숲 가운데 둘러앉아 환경운동가 줄리안의 강연을 들었다. 비건·제로웨이스트 제품을 판매하는 가게를 운영하는 줄리안은 봉사활동의 가치와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에 관해 설명했다.

줄리안은 “어떤 축제를 가도 봉사자가 있다”며 “봉사활동 없이는 인간 사회가 돌아갈 수 없으며, 봉사활동처럼 같이 무언가를 해서 접촉이 일어나면 사람들이 가까워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태계 균형의 가치에 대해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사례를 들어 소개했다.

줄리안은 “많은 생물종이 사라진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최상위 포식자인 늑대를 들이자, 늑대가 개체수가 늘어난 사슴을 사냥해 식물이 잘 자랄 수 있게 만들어 생태계 균형을 복원했다”고 설명했다.

갈퀴를 쥐고 환삼덩굴을 제거할 준비를 하고 있는 기자의 모습. /김규리 기자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다른 식물에 엉겨 붙어 잘 자라지 못하게 만드는 환삼덩굴을 사냥하는 것. 갈퀴를 받은 봉사자들은 세 조로 나뉘어 수풀로 들어갔다.

이날 서울의 기온은 31℃. 긴소매와 긴바지의 작업복을 입고 내리쬐는 이른 더위 속으로 향하니 옷이 다 젖을 만큼 땀이 났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땀에 젖은 옷도 환삼덩굴만큼 엉겨 붙었다. 온갖 풀 사이로 환삼덩굴이 얽히고설켜 처음에는 어느 것을 뽑아야 하는지도 분간이 가지 않았다.

‘샛숲지기’ 선생님이 환삼덩굴을 쥐고 봉사자에게 환삼덩굴의 생김새와 제거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규리 기자

공원의 ‘샛숲지기’ 선생님이 환삼덩굴을 뽑아 들어 올리며 일러준다. “다른 거 실컷 뽑고 가시는 분들 많은데, 줄기에 가시가 있고 뿌리로 갈수록 붉은 게 환삼덩굴입니다.”

무릎을 굽혀 앉아 붉은 뿌리 부분을 찾아 샅샅이 뒤졌다. 이미 높은 곳까지 휘감아 오른 덩굴의 뿌리를 뽑는 일은 까다로웠다. 다 엇비슷한 초록색 줄기라 애먼 식물을 뽑아내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선뜻 갈퀴를 뻗기 어려웠다. 바로 옆에서 수풀을 살피는 60대 여성 봉사자의 곁에는 이미 뽑힌 덩굴이 한 무더기 놓여있었다.

“땅 가까이서 헤집으면서 찾으면 더 쉬워요. 너무 엉겨 붙어 있으면 다른 식물도 같이 뽑힐 수밖에 없는 건 감수해야죠.” 그 조언대로 몸을 더 낮게 숙여 붉은 뿌리를 공략했다. 땀에 젖어 피부에 붙어오는 머리카락과 옷의 찝찝함은 덩굴 몇 뿌리를 뽑고 나니 금방 잊혔다. 기자 옆에도 환삼덩굴이 한 더미 쌓였다. 뿌듯함 한 더미도 함께 쌓여있었다.

나무를 엮어 만든 샛강공원의 바구니 모양 비오톱(Biotope)의 모습. 비오톱 안으로 뽑아낸 환삼덩굴을 넣으면 새와 미생물의 먹이가 된다. /김규리 기자

이제 남은 일은 뽑은 환삼덩굴 더미를 공처럼 뭉쳐 비오톱(Biotope) 위로 던져올리는 것. 비오톱은 동식물이 서식하기 위해 필요한 생태서식공간을 뜻한다. 나무로 만들어진 공원의 비오톱은 거대한 바구니 모양이다. 비오톱에 넣어둔 환삼덩굴이 썩으면 미생물이 생겨나고, 그게 새의 먹이가 돼 생태계를 보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줄기에 피부가 스치기만 해도 풀독이 오른다는 설명을 듣고 사냥한 환삼덩굴을 조금씩 나누어 옮겼다.

봉사자들이 환삼덩굴을 굴려 공 모양으로 만든 뒤 비오톱으로 던져 넣고 있다. /김규리 기자

비오톱 근처로 옮긴 환삼덩굴 더미를 굴려 공 모양으로 만든 뒤 던져 넣었다. 잠시 여의도샛강생태공원의 쇠똥구리가 된 기분이었다. 환삼덩굴로 만든 농구공을 비오톱 골대에 여러 번 휙휙 던져넣으니 쾌감과 성취감이 찾아왔다. 텅 빈 비오톱은 금세 봉사자가 캐낸 환삼덩굴로 수북이 채워졌다.

샛강 지도사가 공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규리 기자

봉사 후에는 샛강 지도사와 함께 공원을 거닐었다. 접촉이 일어나면 사람들이 가까워진다는 줄리안의 말처럼, 함께 환삼덩굴을 뽑아낸 봉사자들과 ‘전우애’가 생겼다. 가까워 보이는 두 봉사자는 알고 보니 지난 5월 기브셔틀에서 처음 알게 된 사이였다. 봉사하다 보니 친해져 6월에도 함께 오게 된 것이다. 쉬는 날인데 봉사하러 온 직장인부터 사회복지학과 대학생, 다 함께 온 가족, 가족에게 끌려온 중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현재 시험 기간이라고 밝힌 한 대학생은 “내일과 내일모레 시험이 있지만, 한 학기에 50시간씩 봉사활동을 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왔다”고 전했다. 샛강생태공원을 담은 영화 ‘땅에 쓰는 시’를 보고 왔다는 봉사자는 “꼭 한 번 공원에 와보고 싶었는데 이런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 감사하다”며 “혼자서는 오기가 힘들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5월에도 참석해 기브셔틀 티셔츠를 입고 온 대학생은 “봉사활동은 딱딱한 분위기라고 생각했는데 기브셔틀은 활동적이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뤄지는 것 같아 앞으로도 이런 프로그램이 더 많이 생겼으면 한다”고 전했다.

기브셔틀의 마무리를 알리는 샌드위치와 간식의 모습. /김규리 기자

기자도 소감을 밝힌 뒤 티셔츠를 받았다. 귀가 전 모여 앉아 샌드위치와 간식을 먹으니 말 그대로 ‘꿀맛’이었다. 한 봉사자는 “더웠지만 재밌었다”며 “봉사 시간이 짧게 느껴져 아쉬웠다”고 전했다. 어느새 오후 5시. 돌아가는 길에도 무료 셔틀이 제공됐다. 귀가하는 버스는 승차 여부를 선택할 수 있었다. 

봉사활동 운영을 담당한 사단법인 한국자원봉사문화의 강아름 팀장은 “시민봉사자가 일상에서 봉사를 지속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며 “매달 이슈에 대한 관심과 봉사경험을 함께 얻어가는 즐겁고 알찬 활동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여의도샛강생태공원 앞에서 탑승객을 기다리고 있는 기브셔틀의 모습. /김규리 기자

카카오모빌리티의 ‘기브셔틀’은 5월부터 10월까지 8월을 제외한 매달 진행된다. 5월에는 문화재 보호, 6월에는 생태종 보호를 주제로 진행됐으며 추후 ▲사회적 기업 탐방(7월) ▲농촌 지역 돕기(9월) ▲유기동물 지원(10월) 등의 테마가 운영될 예정이다. 참가비는 전액 무료이며 자세한 정보 확인과 참여는 카카오 T 앱의 특별한 경험 탭에 위치한 ‘기브셔틀’ 항목을 통해 가능하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kyuriou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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