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카카오, 은행권…상생은 허울좋은 구호뿐?

2023 ESG 리스크 사건 읽기 <2>

가맹 택시 우대, 분식회계 의혹…카카오모빌리티 연이은 악재

2023년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악재가 이어진 해였다.

2월 14일, 카카오모빌리티는 ‘콜 몰아주기’ 의혹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257억 원(최종 271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가맹 택시인 ‘카카오T블루’에 우선 배차하도록 하는 등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고 불공정거래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에서 운행 중인 카카오 T 택시. /뉴스1

이에 대한 카카오모빌리티의 입장은 단호했다. 배차 알고리즘은 승차 거부 근절 등으로 승객과 기사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배차 대기를 줄이는 효과를 창출했다며 맞섰다. 그러나 10월, 3000억 원대의 분식회계 의혹으로 받은 회계 감리와 카카오 대표의 검찰 조사 등 악재가 이어지자, 카카오모빌리티는 운영 방식 전반을 바꾸겠다고 태세를 전환했다.

12월 13일,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택시 수수료율을 2.8%로 낮추고, 비가맹 일반택시에 제공해 온 유료 서비스를 폐지하는 ‘상생’ 쇄신안을 내놨다. 택시 기사 자녀 장학금 지급 및 전체 기사 대상 단거리 호출 수행 시 인센티브 제공 등 100억 원 규모의 상생 재원 집행 방안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그럼에도 같은 달 19일, 중소벤처기업부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카카오모빌리티를 검찰에 고발해 달라고 공정위에 요청했다. 중기부 요청을 받으면 공정위는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해야 해,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작년 12월 1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EG빌딩에서 김소영 준법과신뢰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지는 악재에 카카오가 쇄신 방안으로 내놓은 것은 ‘준법과 신뢰 위원회'(준신위)였다. 준신위는 카카오와 계열사의 준법 경영과 내부 통제 체계를 관리·감독하는 외부 기구로, 올해 1월 준법 시스템 소위원회와 함께 신뢰·상생 소위원회를 신설했다. 준신위 김소영 위원장은 카카오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논란으로 발생한 리스크를 ‘상생’ 카드로 대처하겠다는 모습이다.

5대 은행, 불황에 성과급 잔치…사회공헌에는 인색?

반면 은행에서 2023년은 ‘역대급’ 실적의 해였다. 고금리의 장기화로 인해 5대 금융그룹(KB·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2023년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0조 8882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갱신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권의 ‘돈 잔치’를 비판하며,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으니, 수익을 국민에게 ‘상생 혜택’으로 돌아가도록 배려하라’고 지시했다.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경제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은행권의 최대 실적 발표와 평균 6억 원에 달하는 퇴직금 지급 뉴스 등이 나오면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정책 차원에서도 은행의 ‘과도한 이자수익’에 ‘횡재세’를 물리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지난해 11월 14일,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횡재세 법안인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부담금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금융사가 직전 5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초과하는 이익을 얻으면 해당 초과이익의 최대 40%를 ‘상생금융기여금’으로 징수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5대 금융지주 계열 은행. /뉴스1

이에 은행권은 지난해 2월 은행연합회를 통해 3년간 10조 원 효과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저소득·저신용자 등을 지원하고 중소기업과 취약계층 보증 사업 등에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였다.

그러나 이러한 은행의 ‘상생’이 허울좋은 구호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023년 2월 은행권이 내놓은 지원책의 ‘10조원 효과’는 지원 효과를 공급 규모로 책정한 것일 뿐 실제 지원 금액과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은행권 공동 재원 규모는 7800억원에 그쳤으나, 보증 재원만 일부 늘려 보증액의 10배가 넘는 것으로 추산하는 대출 증가액을 지원액에 포함한 것이다. 이는 은행권이 같은 해 1월 발표한 사회공헌 규모인 5000억원 외에 2800억원만 늘어난 셈이라 ‘부풀리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아울러 고객이 찾아가지 않은 돈으로 사회공헌을 하고 생색을 낸다는 평가도 있었다. 2022년 은행권의 사회공헌활동 금액 1조2380억원 중 4분의 1(3320억원) 이상이 고객 휴면예금(계좌 개설 후 5년간 찾지 않은 예금)에서 나온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은행권에 ‘사회공헌 실적에서 휴면예금은 제외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2024년도 신년사에서 공통적으로 상생 방안을 언급했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사는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상생금융 전담 조직을 신설한 바 있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신년사에서 “기존의 방법이 ‘경쟁과 생존’이었다면 이제는 ‘상생과 공존’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KB고객의 범주에 ‘사회’를 포함해 KB-고객-사회의 ‘공동 상생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신년사에서 “자신을 둘러싼 모두의 가치를 높이고자 힘쓰는 기업만이 오랫동안 지속가능할 수 있다”며 “우리 사회와 이웃, 함께하는 모두와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상생의 가치를 지켜 나가자”고 강조했다.

올해 카카오와 금융권의 상생 방안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

김규리 기자 kyuriou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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