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찜통 더위에 에어컨 없이…코스트코·쿠팡, 근로 환경 논란

2023 ESG 리스크 사건 읽기 <3>

코스트코 노동자 산재 인정… 중처법 위반 조사 진행 중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1300명, 폭염 시 휴게시간 보장 요청

지난해 여름은 말 그대로 ‘찜통더위’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폭염으로 관측된 일수는 19일이며, 8월에는 11일 연속 폭염이 기록됐다. 극한의 더위는 노동 환경도 달궜다. 2023년 6월 19일,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카트 정리를 하던 직원이 쓰러져 폐색전증(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

사고 당일 낮 기온은 최고 35도, 주차장은 햇빛에 노출되는 구조에 에어컨 가동 시간이 정해져 있어 무더운 환경이었다. 피해 직원은 악조건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시간당 100여개의 카트를 밀며 하루 3만~4만보 이상을 걸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23년 8월 2일 경기 광명시 코스트코 광명점 본사 앞에서 열린 코스트코 카트 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추모집회 현장의 모습. /뉴스1

고용노동부는 코스트코코리아가 직원 사망 하루 이후 노동부 신고를 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며 법인에 과태료 3000만원을 부과했다. 아울러 직원 업무가 계산원에서 주차장 업무로 바뀌던 당시 안전보건 교육을 하지 않은 점에 대해 500만 원 이하 과태료도 부과했다.

근로복지공단 성남지사는 사고 134일 만인 10월 31일, 유족이 낸 산재 신청에 대해 산재를 인정했다. 이번 산재 승인 결정은 열질환으로 인한 폐색전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고용노동부는 과태료 부과와 별개로 코스트코코리아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따르면, 고열 작업 또는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하는 작업으로 발생한 심부체온 상승을 동반하는 열사병 또한 직업성 질병으로 규정하고 있다. 위반이 인정되면 경영책임자인 조민수 코스트코코리아 대표가 1년 이상의 징역형 처벌을 받게 된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와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023년 8월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폭염 속 물류센터 현장을 고발한다-온도감시단 활동 보고 및 서명운동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 물류센터의 근로 환경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같은 해 8월 1일, 쿠팡 노조는 설립 이후 첫 파업에 나섰다. 에어컨 설치, 휴게시간 보장 등 여름철 ‘찜통 노동’의 대책을 요구해 왔으나,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쿠팡은 냉방 시설을 운영하겠다고 했으나, 실내 온도를 제대로 측정하지 않는 등 ‘꼼수’를 부린다는 내부의 비판도 계속됐다.

지난해 쿠팡 노조 인천분회는 물류센터 노동자 1300명의 서명을 모아 쿠팡에 폭염 시 휴게시간 보장 등을 요청한 바 있다. 이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개정(체감온도 33도 이상일 때 매시간 10분, 35도 이상일 때 매시간 15분 휴게시간을 주도록 권고) 됐지만, 사실상 권고안일 뿐 사업주를 강제할 의무가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열악한 근로 환경은 중대재해 등 산업안전 이슈와도 연관성이 깊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형 처벌을 받게 된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은 평판 손상과 금전적 손실뿐 아니라 법적 책임까지 지게 될 수 있는 것이다. 기업 간의 경쟁에서 ESG가 더욱 중요시되는 지금, 올해는 근로 환경에 대한 관심과 모니터링 또한 강화될 전망이다.

김규리 기자 kyuriou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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