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목)

산골 학교에 들어선 로봇축구장… 조용하던 교실이 왁자지껄

LG사이언스홀 찾아가는 과학교실
로봇축구장·3D용 스크린 등 설치해
폐교 위기 학교에 과학 교육 제공

“최종 스코어 0:0.”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立冬)인 지난 7일, 강원도 한계령 산기슭에 있는 오색초등학교에서 이색 축구 경기가 열렸다. 그라운드는 교실, 축구 선수는 로봇 청소기 4대. 아이들은 2명씩 팀을 이뤄, 전·후반 2분씩 리모컨으로 로봇 청소기를 조종하는 경기다. “으어, 도대체 왜 안 가는 거야!” 익숙하지 않은 조종 탓인지 골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일반 축구장을 30배가량 축소(가로 2.2m, 세로 3.2m)시킨 작은 경기장이 아이들의 축구 열기로 가득 찼다. 한 골도 못 넣었다며 “한 게임 더!”를 외치던 정다운(10·오색초4)군도 연이은 경기에 드디어 골든골을 터트렸다. “완전 신나요!” 정군의 입술이 신나서 씰룩거렸다. 강원도 양양에서 펼쳐진 ‘LG사이언스홀’의 ‘찾아가는 과학교실’ 현장이다.

LG사이언스홀 과학체험 아이템인 로봇청소기 축구를 즐기는 오색초 아이들. /LG 제공
LG사이언스홀 과학체험 아이템인 로봇청소기 축구를 즐기는 오색초 아이들. /LG 제공

LG가 운영하는 청소년 과학관인 LG사이언스홀의 찾아가는 과학 교실은 지난 2007년, 지역에 상관없이 청소년들이 과학 체험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서울·부산 등 대도시 청소년들은 쉽게 과학 교육·체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반면, 강원도나 경상도, 전라도 등 지역의 청소년들은 접점조차 부족하기 때문. 이에 LG사이언스홀은 소외 지역 초등학교를 직접 찾아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토 최끝단 학교 찾아가기’를 주제로 울릉도, 백령도, 가파도, 강원도 고성을 방문했다. 올해의 테마는 ‘폐교 위기 학교 찾아가기’. 서울 여의도에서 강원도 양양까지 약 200㎞의 거리를 로봇 축구장, 3D용 스크린, 강아지 로봇 등 LG사이언스홀에 설치된 아이템 30개 중 6개를 12인승 승합차 3대에 싣고 달렸다. LG사이언스홀 직원 40명 중 20여명도 일일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오색초등학교는 올해 초만 해도 전교생이 4명에 불과했던 ‘폐교 위기 학교’였다.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들이 인근 마을을 돌아다니며 학부모들을 설득해 5명을 전입시킨 결과, 지금은 학생 수가 9명으로 늘어났다. 강원도엔 폐교 위기에 처한 학교가 전체 초등학교의 약 45%에 달한다. 류상구 오색초등학교 교장은 “도시에 비해 산골 벽지 아이들은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가 부족하다”면서 “찾아가는 과학교실과 같은 행사가 꾸준히 지속되어 과학·문화 체험 인프라가 구축된다면 학생들을 유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은 과학 체험 외에도 다양한 교육·문화 프로그램이 결합했다. 카이스트 영재교육원 류지영 박사가 ‘꿈을 이루는 사람의 공통점’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고, LG생활건강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페리오 키즈스쿨’에서 치아 건강 관리 교육을 진행했다. LG의 음악 영재 지원 프로그램인 ‘LG 사랑의 음악학교’의 강사와 학생 3명이 베토벤, 브람스 등 유명 음악가의 연주곡을 선보였다. 김태연(10·오색초4)양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이 만들어졌다. “우리 동네엔 사람이 별로 없어요. 특히 젊은 언니·오빠들은 만나기 힘들어요. 근데 과학해설사, 카이스트 교수님, 음악가, 치위생사 선생님…. 완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한편, LG사이언스홀은 이번 강원도 양양 오색초등학교를 시작으로 11월 한 달 동안 경남 합천 해인초, 충남 금산 성대초, 전남 신안 팔금초 등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이승진 LG사이언스홀 관장은 “처음에는 1년에 한두 번 소외 지역 아이들을 방문했었지만 작년부터는 연4회로 확대했다”면서 “앞으로 ‘찾아가는 과학교실’이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했다.

김경하 기자

양양=정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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