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폐배터리 희속금속 추출… 兆 단위 ‘도시광산 시장’ 선점 경쟁

전기차 한 대에 포함된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선 리튬이 약 70kg 필요하다. 코발트, 니켈 등 이른바 ‘희소금속’도 다량 투입된다. 최근 몇 년 새 배터리 산업이 커지면서 세계 각국의 희소금속 수급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해 삼정KPMG의 ‘배터리 순환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2월 리튬 수입 가격은 1t당 4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0% 증가했다. 이외에도 코발트와 니켈도 같은 기간 각각 120%, 47% 증가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는 폐배터리나 태양광패널 등에서 희소금속을 추출하는 ‘도시광산’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조치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도시광산이란 도시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폐가전, 귀금속 등으로부터 산업에 사용되는 금속을 재활용하는 산업을 뜻한다.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광산 채굴 없이도 희소금속을 확보할 수 있어 미래산업으로 꼽힌다.

에너지 발전효율이 떨어져 버려진 태양광 폐패널 모습. /조선DB
에너지 발전효율이 떨어져 버려진 태양광 폐패널 모습. /조선DB

지난달 미국은 기후변화 대응 법안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도입 1주년을 앞두고 특이한 조항을 하나 추가했다. 전기차 폐배터리의 재활용 과정에서 추출한 금속은 미국산으로 간주해 보조금을 지급해준다는 내용이다. 미국 정부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지급해 도시광산을 활성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EU는 규제를 통해 태양광 패널 등 재생에너지 폐기물을 재활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EU는 2014년 폐전기·전자기기 처리 지침(WEEE)에 태양광 모듈을 포함해 태양광 폐기물 재활용을 의무화했다. 2018년부터는 시장 보급량의 65%, 발생한 폐기물의 85%를 수거하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지난해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폐기될 태양광 패널에서 회수 가능한 원자재의 누적가치는 4억5000만달러(약 5767억원)에 달한다. 이는 6000만개 태양광 패널을 새롭게 만들 수 있는 원자재 비용과 맞먹는다.

특히 지난 3월에는 ‘유럽판 IRA’로 불리는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을 내놨다. CRMA는 2030년까지 제3국에서 생산된 원자재 의존도를 전체 소비량의 65% 미만으로 낮추는 게 목표다. 2030년부터 생산하는 배터리에는 재활용 광물을 일정 비율 쓰도록 규정했는데 코발트 16%, 리튬 6%, 니켈 6% 등이다.

세계에서 태양광과 풍력 인프라를 가장 많이 보유한 중국도 잇따라 노후화된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를 처리하기 위한 계획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의 세계 태양광 패널 평균 점유율이 84.0%에 달했다. 유럽(2.9%), 북아메리카(2.8%)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중국 정부는 지난 17일(현지 시각) 늘어나는 노후 풍력 터빈과 태양광 패널을 처리하기 위해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 투아스에 위치한 전기·전자 폐기물 재활용 기업 테스(TES) 공장에서 폐배터리를 수거해 흑연을 추출하고 있다. /조선DB
싱가포르 투아스에 위치한 전기·전자 폐기물 재활용 기업 테스(TES) 공장에서 폐배터리를 수거해 흑연을 추출하고 있다. /조선DB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도시광산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근거가 마련되면서 관련 시장도 함께 성장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에스퍼트마켓리서치(EMR)는 전기차 보급 확대와 차량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폐배터리 시장 규모를 지난해 110억달러(약 14조원)로 추정했고, 2028년까지 180억달러(약 23조원)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글로벌 에너지시장조사기업 리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에 따르면 태양광 폐패널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억7000만달러(약 2232억원)에 달했다. 이후 시장이 꾸준히 증가해 2030년엔 27억달러(3조5453억원), 2050년까지 800억달러(10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 스타트업도 함께 성장 중이다. 스타트업 시장조사 업체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재활용 분야 활동 기업은 지난해 80곳이었다. 또 스타트업 50 곳이 지난 6년간 투자받은 금액은 약 27억달러(약 3조5000억원)에 달했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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