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그린피스 “대기업 인스타그램 계정 41% 그린워싱 콘텐츠 게시”

국내 대기업 계열사 소셜미디어 계정 10개 중 4개는 ‘그린워싱’ 게시물을 올려 소비자에게 혼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피스는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대기업 인스타그램 계정에 업로드된 게시물을 조사한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조사는 시민 497명이 직접 참여해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공시 대상 기업 집단 2886곳 중 조사 기간에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한 399곳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 중 41.35%는 조사 기간에 그린워싱 게시물을 한 건 이상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 그린워싱 게시물 수. /그린피스
업종별 그린워싱 게시물 수. /그린피스

그린워싱 콘텐츠를 가장 많이 게시한 업종은 정유·화학·에너지 분야(80건)였다. 다음은 건설·기계·자재 분야(62건), 금융·보험(56건), 쇼핑·유통(56건) 순이었다.

그린피스는 그린워싱 유형을 ▲제품의 실제 성능이나 기업의 노력과 무관하게 브랜드와 제품에 친환경 이미지를 더하는 ‘자연이미지 남용’ ▲친환경 기술 개발과 혁신에 기여한다는 점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관련 정보는 불분명하게 표기한 ‘녹색 혁신 과장’ ▲시민 참여형 이벤트 등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책임 전가’ 세 가지로 구분했다.

유형별로는 ‘자연 이미지 남용’이 51.8%로 가장 많았다. 시민이 뽑은 이 유형 최악의 사례는 자연이미지를 남용한 롯데칠성음료의 게시물이었다. 이 게시물은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 그림을 플라스틱병 라벨에 삽입해 제품을 홍보했다. 하지만 플라스틱이 99% 이상 화석연료로 만들어지며,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해양 생물이 피해를 받는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린피스는 “자연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사용될 경우 소비자는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를 친환경적이라고 오인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많은 유형은 ‘책임 전가형’(40.0%)이었다. 대표 사례로는 GS칼텍스가 꼽혔다. 텀블러 사용의 긍정적인 효과를 소개하면서 개인의 텀블러 사용을 권장한 게시물이다. 보고서는 “정유 업계는 전력·철강·시멘트 업계와 함께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고 있지만, 효과가 미미한 개인의 실천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책임 전가형은 소비자가 기후위기 대응을 개인의 실천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인식할 소지가 커 위험하다”며 “이런 게시물이 경품을 주는 참여형 이벤트와 접목될 경우 부정적 파급력은 더 크다”고 했다.

그린피스가 공개한 그린워싱 유형별 비율. /그린피스
그린피스가 공개한 그린워싱 유형별 비율. /그린피스

‘녹색 혁신 과장’ 유형은 18.2%를 차지했다. ‘녹색 혁신 과장’ 유형 중 심각한 사례는 삼성스토어에서 발견됐다. 삼성스토어는 삼성전자의 에어컨이 친환경 냉매를 사용했고 솔라셀(태양광 충전) 리모컨을 갖췄다고 홍보했다. 문제는 정부의 친환경 인증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자사가 만든 친환경 마크를 교묘하게 사용했다는 것이다. 하단에만 작은 글씨로 ‘자사 마크’라고 기재해 소비자에게 공인기관 인증을 받은 것으로 착각하게 했다. 솔라셀 리모컨도 하단에 작은 글씨로 ‘태양광 충전만으로는 사용 불가’라고 기재하고 USB-C타입 충전을 권장했다. 그린피스는 “기업은 친환경 기술 혁신을 홍보할 자유가 있으나 정보를 정확하게 서술하지 않을 경우 일반 소비자는 기업 주장의 사실 여부를 명확히 분별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데이터를 분석한 정다운 그린피스 데이터 액티비스트는 “그린워싱은 단순히 환경 친화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훨씬 복잡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방식이 교묘해질수록 소비자는 진짜 친환경 기업을 구분하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조사 참여자들은 그린워싱이 만연한 이유로 ‘소비자와 기업 사이의 정보 불균형’을 꼽았다”면서 “기업은 소비자가 그린워싱 여부를 검증할 수 있도록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 시민이 직접 비교 가능하며, 신뢰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기업의 기후 대응 정보가 공개되도록 ESG 공시 제도가 하루빨리 도입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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