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8일(화)

“비영리 조직에는 ‘사회적 회계’가 필요하다”

[인터뷰] 로리 무크 애리조나주립대 지역사회개발학부 부교수

자원봉사활동을 경제적, 화폐적 가치로 환산하는 것에 대한 논란은 오랜 시간 이어졌다. 환산 가능 여부를 떠나 선의가 바탕인 봉사활동을 ‘돈’으로 계산할 수 있느냐는 인식 때문이었다. 다만 최근에는 기업뿐 아니라 비영리단체, 협동조합의 임팩트를 정량화하는 시도가 늘면서 자원봉사의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는 것에도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로리 무크 애리조나주립대학교(ASU) 공공서비스대학 지역사회개발학부 부교수는 지난달 17일 ‘위대한 도전, 사회적 회계’ 개정판을 발간하고, 자원봉사자들의 무급노동을 화폐로 환산해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사회적 회계’를 제시했다. 사회적 회계는 지난 2002년 발간된 초판에서도 등장한 개념으로, 사회적경제조직의 봉사활동, 사회적 사명 수행과 관련한 파급 효과를 회계보고서에 포함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적 회계는 20년 전부터 미국과 캐나다의 여러 사회적경제조직에 도입됐고, 그 사이 책의 공동 저자인 잭 쿼터 토론토대 온타리오 교육연구소 교수, 베티 제인 리치먼드 캐나다 요크대 교육대학 교수는 세상을 떠났다. 현재 무크 교수는 ‘비영리 및 필란트로피를 위한 로드스타 센터(Lodestar Center for Philanthropy and Nonprofit)’ 연구원으로 사회적 회계에 대한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 개정판 발간을 맞아 지난 20일 무크 교수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무크 교수와의 일문일답.

로리 무크 애리조나주립대학교(ASU) 공공서비스대학 지역사회개발학부 부교수 겸 ‘비영리 및 필란트로피를 위한 로드스타 센터(Lodestar Center for Philanthropy and Nonprofit)’ 연구원. /본인 제공
로리 무크 애리조나주립대학교(ASU) 공공서비스대학 지역사회개발학부 부교수 겸 ‘비영리 및 필란트로피를 위한 로드스타 센터(Lodestar Center for Philanthropy and Nonprofit)’ 연구원. /본인 제공

-한국에는 ‘사회적 회계’가 익숙치 않다. 구체적으로 정의해달라.

“사회적 회계란 한 조직이 이해관계자와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즉 재무적 성과와 함께 사회·환경적 성과를 고려한다는 개념으로, 기존의 회계 모델에서 더 확장된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여기에는 사회적경제조직 구성원들의 참여도 포함된다.”

-사회적 회계를 비영리 조직에 적용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

“사회적 회계를 적용할 경우 비영리단체의 활동성과와 사회적 기여는 지금보다 훨씬 더 실질에 가깝게 제대로 평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비영리조직의 인력은 사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한 자원인데, 이들이 창출하는 가치는 회계보고서에 기재되지 않기 때문에 인건비에 대해 오인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렇기에 자원봉사활동 등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면 사회적경제조직이 보조금이나 기부금을 쓰기만 하는 조직이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고 사회에 공헌하는 조직임을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 2018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원봉사활동·가사노동을 포함한 무급노동이 전 세계 GDP의 약 1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인류발전보고서에는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전 세계 노동 가치가 16조원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도 실렸다.

-이번 개정판에 추가된 자원봉사활동의 화폐적 가치를 측정하는 부분이 흥미롭다.

“물론 사회·환경적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건 어렵다. 일례로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받는 시간당 임금이 그가 지역 푸드뱅크에서 하루 동안 자원봉사를 하면서 받게 되는 보상의 적정한 기준이 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자원봉사활동의 시간당 임금 가치는 유급노동 평균 시급의 2분의1에서 7분의6에 해당한다는 선행연구가 있기 때문에 이를 참조할 수 있다. 또 ‘대체원가’ 접근법을 활용할 수 있다. 대체원가 접근법은 사회적경제조직들이 특정 분야의 시간당 평균임금에 기초해 자원봉사활동의 평균적인 화폐 가치를 계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비영리변호사조직은 대통령경제보고서에 실린 비농업 분야 노동자들의 시간당 평균임금에 12%의 복리후생급여를 더한 금액으로 환산한다.”

-미국과 캐나다에선 사회적 회계가 널리 쓰이고 있는지?

“현재 미국·캐나다의 비영리단체들은 연례보고서와 지속가능보고서 등에 사회적 회계 정보를 포함한다. 특히 캐나다의 밴시티 신용협동조합(VanCity Credit Union)은 지난 수년간 사회적 회계를 연례보고서에 기재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면서 봉사활동 등의 사회공헌활동을 재무적 가치로 환산해 제시한다. 이를 사회적 회계라고 볼 수 있는가?

“그렇다. 사회적 회계는 비영리단체뿐 아니라 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 사회공헌활동, 자원봉사활동을 화폐 가치로 환산해 제시했다면, 이는 모두 사회적 회계에 포함된다.”

-한국의 비영리 조직도 사회적 회계를 도입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조직이 창출하는 무형의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고민하는 비영리단체들은 모두 사회적 회계를 도입할 준비가 된 셈이다. 우선 구체적으로 ▲조직에서 자원봉사자가 수행하는 업무(구호활동, 나무심기 등) ▲각 업무를 수행하는 자원봉사자의 수 ▲각 자원봉사자가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시간 ▲자원봉사자들이 자원봉사활동을 준비하기 위해 들이는 시간 ▲자원봉사활동을 위해 이동에 소비하는 시간 등의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자원봉사자에게 월간보고서를 작성하게 해 정보를 수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결국 임직원, 기부자들, 자원봉사자들, 지역주민 등 이해관계자들의 이해를 돕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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