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6일(화)

[모두의 칼럼] 산업보조금은 살리고, 사회보조금은 죽이고?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얼마 전 대통령실은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내년도 보조금 예산을 5000억원 이상 삭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에 내년 예산안을 다시 작성할 것을 요구했고, 재검토 과정에서 국고보조금 사업이 대거 삭감·폐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고보조금은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 올해 국고보조금 규모는 약 102조원이다. 이 중 81%가 지방자치단체, 19%가 민간에 교부된다. 민간보조금은 개인, 영리법인, 개인사업자, 공공기관·학교, 비영리법인에 교부되는데, 분야별로 살펴보면 산업·중소기업·에너지 22%, 농림수산 20%, 문화·관광 18%, 교통·물류 9%, 사회복지 8% 등이다. 대부분이 산업과 농수산, 관광 분야에 지출되고 비영리단체들이 주로 활동하는 분야인 사회복지는 8%에 불과하다. 지난해 사회복지 분야 예산 비율은 16%였는데 1년 새 절반으로 줄었다. 

대통령실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2년도 비영리민간단체(이하 비영리조직) 국고보조금 규모는 3조4452억원(직접지원과 매칭펀드 국비)으로, 전체 민간보조금 22조8800억원의 15%에 불과하다. 나머지 85%가 영리기업과 개인, 공공기관 등에 교부됐지만, 15%의 비영리조직에 대해 집중 감사가 진행된 것이다. 그리고 감사 결과를 근거로 비영리에 대한 예산 축소가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다르게 생각해 보면, 보조사업자 중 주식회사 감사에서 부정수급 사례가 발견됐다면서 향후 주식회사에 대한 보조금을 감축하겠다는 꼴이다. 이해 가능한 정책인가.

보조사업자의 도덕적 해이, 부정한 집행이 문제라면 개인, 영리, 비영리 등 구별 없이 위반 사례를 조사하고 문제 단체를 강력히 제재하는 것으로 해결해야 한다. 대통령실은 지난 정부에서 민간 단체 보조금이 급증했다며 비영리조직에 대한 특혜가 있었던 것으로 주장한다. 하지만 이 기간 민간보조금뿐 아니라 전체 국고보조금이 66조9000억원(2018년)에서 102조원(2022년)으로 증가했다. 이 중 전체 민간보조금은 16조7652억원에서 22조8796억원으로 약 36% 증가했으나, 대통령실 보도자료에 따르더라도 비영리조직에 대한 보조금 증가율은 34%에 그친다. 같은 기간 영리 법인 등에 대한 보조금 증가율은 더 큰 것이다.

5000억원 보조금 감축이 비영리조직에 한정된 것이라면, 영리조직과의 부당한 차별이다. 또 이윤이 없어 영리 사업자의 참여를 기대하기 어려운 취약계층 지원 분야 보조사업은 대규모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산업 분야 보조금은 어떨까. 얼마 전 대통령의 ‘정치보조금은 없애고, 경제보조금은 살리고, 사회보조금은 효율화·합리화하라’는 발언에 따라 현재도 높은 비율로 교부되는 산업 분야 보조금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보조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불분명하나, 정부 정책을 감시하는 애드보커시 단체에 대한 보조금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애초에 보조금을 받는 애드보커시 단체는 적고 금액도 미미하다. 결국 5000억원의 보조금 감축은 복지·사회서비스 분야로 귀결될 것이다. 수개월간 29개 부처가 보조금 사업 감사에 나섰다는데,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한 결과로 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보조사업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열심히 일할수록 취약계층의 삶은 더욱 팍팍해진다.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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