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기부자 56%가 MZ세대… 기부에 블록체인을 접목하다

[인터뷰] 이수정 체리 대표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이 발표하는 ‘세계기부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민국은 119개국 중 88위에 자리했습니다. 2011년 한국은 57위에 있었는데, 약 10년 만에 31계단 떨어진 셈이죠. 동정심만으로는 민간 기부를 활성화할 수 없습니다. 기부자를 움직일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하죠. 이에 기부자가 즐겁게 기부할 수 있는 플랫폼 ‘체리’를 만들었습니다.”

국내 최초의 블록체인 기부 플랫폼 ‘체리’를 설립한 이수정(59) 대표를 지난달 14일 만났다. 체리는 핀테크·블록체인 분야 IT전문기술기업인 ‘이포넷’으로부터 지난 1월 분사했다. ‘마이크로트래킹’이라는 기능을 통해 기부금 사용을 추적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마치 택배 발송 조회처럼 기부금이 언제 기부단체와 수혜자에게 전달됐는지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기능은 지난해 국제표준화기구(ISO)에 등재되기도 했다.

체리는 굿네이버스·사회복지공동모금회·유니세프한국위원회 등 362개 단체와 1700여건 이상의 기부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누적 후원 횟수는 약 20만건. 하루 평균 7890명이 체리를 이용한다. 지난 2019년 첫발을 뗀 지 햇수로 5년 만에 누적 기부금액 94억원을 달성하며 100억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국내 첫 블록체인 기반 기부 플랫폼을 설립한 이수정 체리 대표는 "기부 투명성의 부담을 블록체인 기술로 상당 부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신호철 청년기자
국내 첫 블록체인 기반 기부 플랫폼을 설립한 이수정 체리 대표는 “기부 투명성의 부담을 블록체인 기술로 상당 부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신호철 청년기자

-왜 블록체인이었나.

“대부분의 기부단체는 기부금 사용 내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그런데 그 중 하나가 기부금을 부정하게 사용한 것이 드러나면 모든 기부단체의 투명성이 오명을 쓰게 된다. 그걸 기술로 해결하고 싶었다. 보통 기부단체들은 투명성을 입증하기 위해 따로 비용을 들여야 한다. 그 부담을 블록체인이라는 기술로 덜어주고 싶었다.”

-대중이 블록체인 기술 기반 기부를 생소하게 느끼지는 않았나.

“블록체인 기부라는 걸 들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비트코인 아닌가요?”라고 오해하더라. 그래서 가볍고 즐거운 이미지로 시민의 일상에 다가가려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나.

‘체리 기부 키오스크’가 설치된 식당에서 기부 세트 메뉴를 주문하면 1000원이 자동으로 기부된다. 걷기를 통한 기부 캠페인도 했다. ‘체리 스니커즈데이’가 대표적이다. 또 가상공간을 활용한 기부 메타버스를 통해 기부자들이 손쉽게 체리를 알 수 있도록 했다. 그런가 하면 일반 시민이 체리 캐릭터를 직접 만들어 응모할 수 있는 ‘체리 마스코트 캐릭터 공모전’을 열기도 했고, 소셜미디어에 춤 영상을 개재해 기부할 수 있는 ‘체리댄스챌린지’를 열어 젊은 층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이수정 체리 대표는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기부를 녹여 선순환적인 기부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장성희 청년기자(청세담14기)
이수정 체리 대표는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기부를 녹여 선순환적인 기부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장성희 청년기자

-실제로 MZ세대의 관심을 끌었는지?

“체리 이용자의 56%가 MZ세대다. 모든 기부 데이터를 볼 수 있는 투명성, 클릭만 하면 기부가 되는 편리성, MZ세대와 맞닿은 홍보 효과가 함께 작용했다.”

-플랫폼 사용료를 따로 받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체리 후원자들은 기부할 때 일반 신용카드 외에도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다양한 결제 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 이때 후원자의 기부금 전액을 모금단체에 전달하기 위해 결제 수수료 3%를 제외한 중개수수료나 운영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사용료를 따로 떼는 순간 기부자들이 플랫폼의 투명한 운영을 의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료를 따로 받지 않으면 체리 플랫폼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 같은데.

“현재까지 ‘체리워크’(걸어서 포인트를 받는 앱테크에 기부를 접목한 서비스)와 ‘체리월드’(소셜임팩트 기반 커뮤니티) 광고료, 기부 키오스크 운영비, ESG 컨설팅과 마케팅을 위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꿈꾸는 목표가 있나.

“기부가 일상화됐으면 좋겠다. 일회성 기부도 물론 좋지만, 지속적인 기부가 훨씬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체리를 통해 일상의 행동과 기부를 연동시키고자 한다. 이동을 하기 위해 걸었을 뿐인데 기부를 할 수 있고, 가게 키오스크를 통해 특정 메뉴를 먹으면 일정 금액이 기부되는 것처럼 일상에 자연스럽게 기부를 녹여 선순환적인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

신호철·장성희·정예진 청년기자(청세담14기)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