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0일(목)

은퇴 여성 선수들이 만든 ‘모두를 위한 운동장’

[인터뷰] 신혜미 위밋업스포츠 대표

“코로나 엔데믹 이후 국민 10명 중 6명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운동할 정도로 생활체육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어요. 10년 전과 비교해도 20%나 늘었죠. 생활체육은 ‘모두를 위한 체육(Sport for All)’이라고 불리지만, 실제로 여성이나 장애인은 ‘모두’에서 빠져 있습니다.”

지난달 16일 서울 광진구 동부서울여성발전센터에서 만난 신혜미(46) 위밋업스포츠 대표는 “생활체육 종목 중 구기종목인 축구나 풋살의 경우 여성의 참여율은 0.8% 정도로 매우 낮다”며 “장애인 참여율은 26.6%로 국민 전체 참여율 61.2%보다 34.5%p나 낮아 이들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밋업스포츠는 2018년 출범한 5년차 예비 사회적기업이다. 여성과 장애인의 스포츠 경험 확대를 위해 여러 종목의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신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 축구선수 동료였던 양수안나 대표와 함께 은퇴 여성 선수가 강사로 참여하는 축구, 농구, 배구 등 생활체육 수업을 만들었다. 지난해엔 여성으로만 구성된 축구 대회 ‘언니들 축구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16일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동부여성발전센터 회의실에서 만난 신혜미 위밋업스포츠 대표는 “여성들이 운동을 꼭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며 “운동뿐만 아니라 생각하고 있는 것들에 다 도전해보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민아 청년기자
16일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동부여성발전센터 회의실에서 만난 신혜미 위밋업스포츠 대표는 “여성들이 운동을 꼭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며 “운동뿐만 아니라 생각하고 있는 것들에 다 도전해보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민아 청년기자

-여성만을 위한 체육 플랫폼을 만든 이유가 있나?

“생활체육 수업을 운영하는 여러 단체가 있지만, 대부분 수강생 확보 등을 이유로 혼성으로 진행되는 게 대부분이다. 그래서 생활체육을 주저하는 여성들이 많다. 2019년 여성 주짓수 강사와 여성을 위한 수업을 열었는데 30명이나 모였다. 이때를 계기로 여성이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신했다.”

-강사들도 전부 여성이다.

“여성 강사야말로 여성 회원들의 운동 능력 등을 높일 수 있는 최고의 인재라고 생각한다. 여성의 몸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강사도 여성으로 구성돼야 진정한 여성을 위한 체육 플랫폼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대부분 강사는 은퇴 선수들이다. 은퇴한 여성 선수들은 체육 관련 일자리가 적어 동종 업계에 재진입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이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현재 운영하고 계신 프로그램이 궁금하다.

“현재 축구, 농구 등 12개 종목의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엔 2개 종목으로 시작했지만, 수강생들이 늘고, 다양한 종목에 대한 수요가 생겨서 확대했다. 올해는 패들보드와 프리다이빙 등 수상종목에 대한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수업 외엔 대회도 열고 있다. 수강생분들이 수업 말고 실제 경기를 해보고 싶다고 요청이 잦았다. 지난 5월에 ‘제1회 농구 페스티벌’을 개최할 수 있었다.”

지난 5월 서울 노원구 월계구민체육센터에서 열린 ‘제1회 위밋업 농구페스티벌’에서 참여자들이 시합을 준비하고 있다. 위밋업 농구 페스티벌은 농구 클래스에 관한 수강생들의 관심이 늘어남에 따라 신설된 대회 프로그램으로, 기존 농구 클래스 수강생을 대상으로 팀을 꾸려 경기를 진행한다. /위밋업스포츠
지난 5월 서울 노원구 월계구민체육센터에서 열린 ‘제1회 위밋업 농구페스티벌’에서 참여자들이 시합을 준비하고 있다. 위밋업 농구 페스티벌은 농구 클래스에 관한 수강생들의 관심이 늘어남에 따라 신설된 대회 프로그램으로, 기존 농구 클래스 수강생을 대상으로 팀을 꾸려 경기를 진행한다. /위밋업스포츠

-청각장애인을 위한 홈트레이닝 영상도 제작했다.

“3년 전 운동을 좋아하는 청각장애인 김관이란 친구를 만났다. 이 친구가 보디빌딩대회를 나가려고 서울에서 천안까지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천안에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트레이너가 있어 운동을 쉽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운동을 하는데 꼭 알아야 할 용어들이 수어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그때 처음 알게 됐다. 그래서 청각장애인 친구와 수어로 설명하는 홈트레이닝 영상을 찍자고 제안했다.”

-생활체육에 관한 수어 책자를 발행한 일도 연장선인가?

“위밋업스포츠에서 함께 일하는 수어 통역사분이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수어책을 보여준 적이 있다. 국내에도 스포츠 동작을 수어로 설명해주는 책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하게도 한 사진작가분께서 재능기부를 해주시고, 빅이슈에서 책자 디자인을 맡았다.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운동 종목과 동작에 대한 설명을 담은 수어책자를 완성할 수 있었다.”

-여성 장애인을 위한 클래스도 따로 운영되나?

“장애인만을 위한 클래스는 없다. 대신 모든 수업에 동일하게 참여하실 수 있다. 모든 강사분이 수어표현을 하실 수 있기 때문이고, 수업 시 입 모양을 더 명확히 해서 참여에 어려움도 없으시다. 앞으로도 모든 수업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모두에게 스포츠 장벽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운영될 예정이다.”

-활동 범위를 아시아 지역으로 확장한다고 들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오가면서 아시아권 여성들이 한국과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동남아시아의 은퇴 여성 선수를 만나 그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확인하고, 위밋업스포츠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도움을 주고 싶다.”

최민아 청년기자(청세담1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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