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5일(화)

‘휠체어 운동’ 이렇게 많다니… 생활체육 장벽 낮추는 장애인 여성들

휠체어 장애인 주성희(28)씨는 최근 운동 종목을 늘리는 재미에 푹 빠졌다. 작년부터 노르딕스키를 시작으로 휠체어 럭비, 핸드사이클 등 종목을 하나씩 체험하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강원 강릉으로 1박 2일 아이스하키 캠프를 다녀왔다. 스케이트 대신 장애인 하키 전용 썰매를 타고 빙판 위에서 이동하는 방법과 퍽(하키용 공)을 다루는 기술을 배우고 미니 게임도 했다.

지난달 25일 장애여성스포츠클럽(WLSC) 회원들이 강원 강릉 아이스하키센터에서 파라 아이스하키를 배우고 있다. /WLSC
지난달 25일 장애여성스포츠클럽(WLSC) 회원들이 강원 강릉 아이스하키센터에서 파라 아이스하키를 배우고 있다. /WLSC

주씨는 장애여성스포츠클럽(WLSC)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WLSC는 ‘휠체어 장애인’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2030세대 여성들이 생활체육에 대한 정보를 나누기 위해 만든 소모임이다. 매달 1~3회 운동 모임을 열고 사격, 피클볼, 노르딕스키, 아이스하키 등을 함께 체험한다. 해당 스포츠를 경험해본 멤버가 지인이나 기관에 문의해 모임을 주최하는 식이다. 지난달 17일부터 강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3박4일동안 진행된 노르딕스키 캠프는 주씨의 제안으로 열렸다. “올해 초에 개인적으로 타러 간 적이 있어요. 휠체어를 타고 눈 위를 달리는 건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직접 해보니까 가슴이 트이더라고요.”

WLSC는 지난해 8월 휠체어 장애인 장지혜씨와 김애리(37)·홍서윤(36)씨를 주축으로 설립됐다. 평소 알고 지내던 세 사람이 휠체어를 타고도 일상에서 꾸준히 운동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모임을 꾸렸다. 지인들을 대상으로 모임을 홍보했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이 예상보다 많았다. 모임 개설 일주일 만에 20명이 모였고, 지금은 총 28명이 활동 중이다. 대다수가 20·30대이고 40대도 있다. 이들의 직업은 공무원, 회계사, 프리랜서 등 다양하다.

지난달 17일부터 3박4일동안 강원 평창 알펜시아로 노르딕스키 캠프를 떠난 WLSC 멤버들. /WLSC
지난달 17일부터 3박4일동안 강원 평창 알펜시아로 노르딕스키 캠프를 떠난 WLSC 멤버들. /WLSC

평소 움직임이 제한적인 장애인에게 운동 부족은 건강 악화로 이어진다.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만성질환 유병률은 81.1%으로 전체 인구 평균 47.6%보다 매우 높다. 특히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은 팔을 많이 쓰기 때문에 오십견이나 어깨 염좌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근육을 미리 길러서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운동 여건은 좋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1년 장애인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최근 1년 간 운동 실시율은 39.6%다. 지체장애인의 경우 43%다. 이 중 78.2%는 홈트레이닝 등 개인 운동을 하고 있고, 시설 방문은 16.2%, 강좌 수강은 2.8%에 불과하다. 장애인 생활체육에 관한 정보를 얻고 있다는 답변은 24.6%에 그쳤다.

WLSC는 모임을 열지 않을 때 단체 채팅방으로 휠체어를 타고도 운동할 수 있는 기관, 이용 후기 등을 수시로 공유한다. 2018년부터 꾸준히 헬스를 해 온 장지혜(29)씨는 벤치프레스, 풀업머신 등 기구 사용법, 헬스장 이용 노하우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보통 헬스장에서는 부상 위험 때문에 장애인이 등록하는 걸 부담스러워해요. 하지만 제 상태를 정확하게 알리고 무슨 도움이 필요한지, 어떻게 기구를 사용할 수 있을지 설명하면 받아주는 곳도 있었어요. 이런 경험들을 나누는 거예요. 제가 입사하고 1년은 허리통증이 심해서 점심시간마다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게 일이었는데요. 운동을 하고서는 이런 불편함이 확 줄었거든요. 체력이 늘고 자존감도 높아졌어요.”

지난해 9월에는 충북 청주 대청호로 캠핑을 떠났다. /WLSC
지난해 9월에는 충북 청주 대청호로 캠핑을 떠났다. /WLSC

실제로 휠체어 장애인이 체육 시설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스포츠 강좌 등록부터 장벽이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는 전국체전 같은 대회출전을 목표로 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장인이 대회 일정에 맞춘 훈련을 받기에는 부담이다. 지역 복지관에서 수업을 열기도 하지만, 운영시간이 근무 시간과 겹쳐 참여가기 어렵다. 그나마 운영되는 기존의 장애인스포츠클럽도 40~60대 남성 구성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홍서윤씨는 “휠체어 장애인, 특히 20·30대 여성에게는 생활체육 관련 정보나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비장애인은 필라테스를 하다가 재미없으면 골프를 배우고, 또 지루하면 다른 운동을 찾아볼 수 있지만 장애인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에요.”

나이, 장애유형, 성별 등 공통점이 많은 이들이 모이다 보니 나누는 정보의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운동뿐 아니라 배리어프리 캠핑장, 공연 관람, 호캉스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는 한다. 지난해 9월에는 함께 무장애 캠핑 여행을 다녀왔다. 홍서윤씨는 “장애인이 레저, 여가, 문화생활을 즐기면서 ‘평범한 삶’을 살아낼 수 있도록 WLSC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지지대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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