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22일(목)

[사회혁신발언대] 챗GPT에 비영리조직이 직면한 문제를 물었더니

이재현 NPO스쿨 대표
이재현 NPO스쿨 대표

질문) 비영리조직이 직면한 문제는 무엇인가?
답변) 비영리조직은 가까운 미래에 다음의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1) 재정적 지속가능성 불안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2) 빠른 기술변화에 대한 적응은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습니다.
3) 심화하는 자원 경쟁으로 소규모·기성 조직은 부담이 커집니다.
4) 까다로운 기부자들의 기대 변화로 신뢰 구축이 더욱 부각됩니다.
5) 정부 정책, 경기침체, 자연재해 등 외부적 영향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챗GPT(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에 비영리조직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물었다. 챗GPT는 5개 항목을 지목했고 항목별 설명을 제시했다. 항목별로 구성된 내용이 핵심을 다루고 있었고 문맥은 매끄러워 이해가 쉬웠다.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한국의 비영리조직이 직면하고 있는 주요 이슈는 무엇인가’를 물었다. 챗GPT는 제한된 자원과 지속가능성, 투명성에 관계된 조직의 신뢰도 이슈를 꼽았다. 화제를 돌려 기후변화를 위해 일상에서 실천할 방법, 직장에서의 번아웃 대처법, 인간의 성격변화 가능성 등 점점 까다로운 질문을 해봤더니 ‘자신이 생각하는 적절한 의견’을 제시했다.

챗GPT가 공개 이후 두어 달 만에 월 사용자 1억명을 돌파했다. 여타 소셜미디어(SNS) 사용자 통계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숫자다. 챗GPT를 만든 ‘오픈AI(OpenAI)’는 2015년 미국의 샘 알트만, 일론 머스크 등이 10억달러를 합작투자한 비영리단체로 출발했지만 2019년 마이크로소프트가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상업화됐다. OpenAI는 챗GPT 출시 전에도 다양한 인공지능 서비스를 공개했으나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챗GPT에 적용함으로써 전 지구적인 호응을 받고 있다. 

기존 포털사이트의 검색엔진이 원하는 정보를 나열해 제시하는 수준이었다면, 챗GPT는 원하는 정보를 맥락에 맞게 요약하고 정리해 핵심만을 제공한다. 검색창에서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일일이 살펴보며 검색을 수차례 반복하던 수고를 덜어주는 셈이다. 특히 특정한 입력어를 고려해야만 했던 과거의 인공지능 서비스와 달리 챗GPT는 일상 언어를 그대로 입력하면 마치 사람이 설명해주는 듯한 결과를 제시한다. 인공지능의 일상화를 기대할 만하다.

챗GPT의 활용법은 생각보다 많다. 이해가 어려운 학술서적을 쉽게 한 페이지로 요약해달라거나, 초보자가 다루기 어려운 프로그램의 코딩을 검토해 오류를 잡아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유튜브 동영상을 만들고 싶다면 주제를 선정한 후 스크립트까지 써달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시를 써달라는 요청도 단시간에 해결한다. 알려진 바로는 챗GPT가 미국의 4년제 대학들의 졸업시험을 B~C학점으로 통과했고 나아가 MBA 졸업 시험, 변호사 시험, 의사면허 시험까지 통과했다고 한다. 챗GPT의 지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10년간의 기술 변화는 놀라울 정도다. 수년 전 알파고가 등장해 인간을 상대로 승리했고, 블록체인은 정보의 신뢰성을 보강했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은 이미 상업화됐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비대면 원격기술은 한층 성장했다. 이때 챗GPT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또 하나의 지나가는 기술적 트렌드일까? 왜 전문가들은 인터넷이 탄생했을 때의 ‘인터넷 혁명’에 빗대는 것일까?

기존의 기술과 챗GPT의 차이는 접근성과 정확도다. 알파고가 대단하다고 해서 나의 일상까지 들어오지는 않는다. 암호화폐에 관심이 없다면 블록체인을 접할 기회는 많지 않다. 제페토나 로블록스가 세계적인 유행을 한다고는 하지만 기성세대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다. 비대면 시대에 많은 사람이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사용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대면의 만남을 선호한다. 그러나 챗GPT는 이러한 제약을 넘어서는 게임체인저다. 이러한 변화는 비영리 영역에 어떠한 고민을 던져주는가.

다음 몇 가지의 도전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비영리조직이 시민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제공하는 콘텐츠가 챗GPT의 맞춤형 콘텐츠보다 더 매력적일 수 있는가? 둘째, 비영리조직이 설계하고 제공하는 시민교육의 콘텐츠는 챗GPT가 제공하는 그것과 비교해 어떠한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가? 셋째, 법률상담 등 시민이 일상적 곤란함을 겪을 때 도움을 청하던 비영리조직의 역할을 챗GPT가 대체할 때 비영리조직의 존재 이유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넷째, 과거 사람이 담당하던 업무를 챗GPT에 위임할 때 직면하게 되는 조직의 변화에 대해 비영리조직은 어떠한 판단을 해야 하는가? 다섯째, 비영리조직과 챗GPT의 의견이 상충 될 때 비영리조직은 어떠한 가치로 자신의 신뢰를 주장할 것인가? 

이러한 고민이 비영리의 급선무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특성은 학습 능력의 무한한 성장이다. 학습은 데이터의 복제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인공지능의 학습이 고도화된다는 뜻은 기존의 지식보다 더 좋은 것을 제공하는 쪽으로 무한히 성장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누군가의 독창적 콘텐츠가 쉽게 복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비영리조직이 많은 수고를 들여 만들어낸 콘텐츠가 챗GPT에 의해 쉽게 재가공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당장의 피해에 대처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자면 비영리조직의 경쟁력, 차별화, 생존, 존재 이유와 관련된 이슈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사라질 직업은 정형화된 업무를 수행하는 직업군이라 우려했던 때가 10여 년 전이다. 반복되는 업무는 인공지능에 의해 사라지는 반면 창의적이고 변수가 많은 직업군은 그나마 살아남을 것이라 했다. 그러나 챗GPT 등의 인공지능 서비스는 이제 창의성과 전문성을 뽐내기도 한다. 해외의 전문가들은 이제 화이트칼라의 위기를 지목하고 있다. 그렇다고 챗GPT가 완벽한 존재는 아니다. 데이터 학습으로 인한 저작권 침해의 문제, 사회적 감수성에 반하는 비윤리적 판단, 잘못된 데이터로 인한 가짜뉴스 생성 가능성 등이 여전한 과제로 꼽힌다. 이렇듯 챗GPT의 강점과 한계를 이해했다면, 이제 비영리 영역이 고민해야 할 주제는 구체적으로 무엇이어야 할까? 챗GPT가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성의 본질은 어디에 근거하고 있을까? 

최근 넷플릭스에서 글로벌 1위를 다투는 한국작품 ‘피지컬100’이 화제다. 근육질의 다양한 직업군이 출전해 일종의 게임을 수행하는 예능프로그램으로 포맷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런데도 아시아는 물론 영미권을 비롯해 남미까지도 호응하고 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히트 요소가 뜻밖이다. ‘게임이 재미있다’라거나 ‘근육질의 출연자들이 멋있다’가 아니다. 출연자들이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가 신선하고 감동적이라는 것이다. 영미권의 유사한 예능과 달리, 잘난 척하거나 이기적인 캐릭터가 없고, 불필요한 감정적 대립이나 외모를 어필하는 불편한 장면이 없어 좋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예능이라기보다 감동적인 예능이라는 피드백이 서구에서 유난히 많다.

첨단의 기술로 무장된 사회에서 레트로가 오히려 참신하게 느껴지듯, 너무나 방대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심이 담긴 한 마디가 마음을 움직이듯, 전략보다는 현장의 경험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인공지능이 복제할 수 없는 독창성이다. 순수함과 진정성으로 표현되는 인간성은 인공지능으로부터 비영리를 지킬 수 있는 영구한 독창성이 아닐까.

이재현 NPO스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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