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22일(목)

[가상발전소가 바꿀 미래] RE100 달성의 필수 조건… 국내외 대기업도 뛰어들었다

국내 가상발전소(VPP) 시장은 초기 단계다. 가상발전소 시장이 활성화 되려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관리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인프라 산업이 필수적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9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소규모 전력중개 시장 개설로 첫발을 뗐다. 재생에너지 등 분산자원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사업자 간 계약 구조, 인센티브 분배 등의 문제로 아직 참여가 저조하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가상발전소 시장에 뛰어든 건 대기업이다. 기업의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글로벌 캠페인 ‘RE100’을 달성하려면 가상발전소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SK는 그룹 차원에서 가상발전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지난해 8월엔 전력중개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태양광 등 소규모 분산전원을 모아 20MW 이상의 발전 능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SK E&는 ESS, VPP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SK텔레콤은 한국전기연구원, 가상발전소 기술 개발 스타트업 식스티헤르츠, 소프트베리 등과 가상발전소 기술 개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SK그룹 외에도 포스코에너지, KT 등이 가상발전소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SK에너지, 한국전기연구원, 식스티헤르츠, 소프트베리와 미래 가상발전소(Virtual Power Plant)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SK텔레콤
SK텔레콤은 지난해 SK에너지, 한국전기연구원, 식스티헤르츠, 소프트베리와 미래 가상발전소(Virtual Power Plant)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SK텔레콤

분산된 재생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는 기술 외에도 수요반응자원 관리 방식의 가상발전소 스타트업도 성장하고 있다. 그리드위즈(Gridwiz)는 사업장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수요전력을 예측하고 이를 통해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 식스티헤르츠는 다양한 분산 자원을 연결하고, 연결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통해 가상발전소 시장에 진입했다. 또 약 8만2000개에 달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추적한 후 발전 용량과 발전량을 예측한 ‘햇빛바람지도’를 개발해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다.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는 “국내 가상발전소 관련 사업이 한국전력과 중부발전 등 6대 발전 공기업, 일부 대기업에서만 이뤄지고 있어 아직 초기 단계지만 재생에너지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가상발전소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발전소가 바꿀 미래] RE100 달성의 필수 조건... 국내외 대기업도 뛰어들었다

지난해 9월 삼성전자가 신(新)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면서 RE100 이니셔티브에 가입했다. 사업장에서 전력사용으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는 목표를 담았다. 삼성을 마지막으로 현대, SK, LG 등 국내 4대 기업이 모두 RE100에 가입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RE100 이니셔티브에 가입한 국내 기업은 381곳에 달한다.

기업들의 RE100 선언에도 국내 사업장의 전력 사용량을 충당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한국전력이 발표한 ‘전력 다소비 기업 상위 30개사 판매 실적’에 따르면 2021년 상위 30개사의 산업용 전력 사용량은 102.92TWh다. 삼성전자가 18.41TWh로 가장 높았고, SK하이닉스(9.21TWh), 현대제철(7.04TWh), 삼성디스플레이(6.78TWh), LG디스플레이(6.23TWh), S-OIL(4.04TWh), LG화학(3.87TWh)가 뒤를 이었다.

이에 반해 2021년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50.65TWh로 전체 발전량의 8.3% 수준이다. 국내 상위 30개사가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100TWh 이상의 전력을 사용한 것을 고려하면 국내 사업장의 RE100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는 턱없이 부족하다.

해외 기업들은 일찍이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에 투자하며 RE100 달성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애플은 2014년부터 미국, 영국, 중국 등 43개 국가에 있는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활용 중이다. 애플은 태양열 설비 투자 등 총 25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운영해 연간 626MW의 전력을 수급할 수 있다. 또 재생에너지를 저장, 관리하기 위한 ESS와 마이크로 그리드(Micro Grid) 시스템을 구축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직접투자 외에도 재생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가상발전소에 대한 투자도 있다. 전기자동차 생산 기업 테슬라는 지난해 호주 정부와 함께 재생에너지를 관리할 수 있는 가상발전소 구축을 완료했다. 해당 사업에는 총 8억달러(약 1조원)를 투입했다. 남호주 지역 주택 5만개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 250MW 수준의 재생에너지를 수급하고 있다. 전력 생산과 판매까지 모두 테슬라가 맡는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의 RE100 달성을 위해선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와 더불어 가상발전소 시장 성장을 위해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오랜 기간 한국전력이 망관리와 판매시장을 독점 운영하고 있어 민간에서 작동해야 할 모델이 성장하지 못한다는 의견이다.

한가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2030년까지 국내 사업장의 RE100 달성을 위해선 재생에너지 비중을 35%까지 확보해야 한다는 연구가 있다”며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업 투자 확대와 더불어 한국전력의 망관리와 판매시장 독점 운영 등 전력 시장의 구조적 문제들을 하루빨리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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