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일)

더나은미래 그후… “세상은 아직 우리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호펜 프로젝트’ 임주원씨·4년 전 해외봉사 다녀온 청년 5인방
‘커뮤니티매핑센터’ 임완수 박사
중고 학용품 기부 프로젝트의 여고생 리더… 대학서 경영학 배워 관리 시스템 개선
해외 자원봉사 다녀왔던 대학생들… NGO·회사 내 공익 분야에서 활약
뉴욕 공공 화장실 위치 알리던 박사… 동네 위험지역 지도 만드는 활동 이끌어

2012년 중고 학용품을 기부받아 개발도상국에 전달하는 ‘호펜 프로젝트’ 리더로 소개〈본지 2012년 10월 9일자〉된 여고생 임주원(20)씨는 이제 대학생이 됐다. 고려대 경영학부 2학년생인 이씨는 “경영정보시스템·물류 관리 등의 과목을 수강하면서 조직을 경영하는 방법은 물론, 호펜의 실질적인 재고·수량 관리 시스템 개선 방법을 배우고 있다”면서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닌,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공부라 굉장히 즐겁다”고 말했다.

동료도 늘었다. 지금은 같은 과 동기·선배 5명(구현우, 티파니 장〈Tiffany Zhang〉, 팔라비 카우쉭〈Pallavi Kaushik〉, 박준호, 손승하)과 함께 호펜의 ‘물류 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호호호’ 프로그램도 신규 개설했다. 전국 24개 분점뿐 아니라 일반 단체나 개인도 참여할 수 있고, 1~2년 단기 참여도 가능하도록 했다(참여는 blog.naver.com/hopenproject). 카타르 항공사와 글로벌 종합 물류 기업 DHL 등과 협업까지 이뤄지고 있다. TED 강연에서 임씨의 이야기를 들은 한 관객의 지인이 카타르 항공사 직원을 소개하면서, 휴가 때 봉사를 나가는 승무원의 수화물칸(100㎏) 중 일부를 빌려 학용품을 전송한 것이다. DHL도 CSR 마케팅의 일환으로 호펜과의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임씨는 “논산의 연무고에선 전교생의 3분의 1이 호펜 동아리에 지원했는데 면접 때 ‘호펜은 봉사활동 시간 인증서가 발급되지 않는데 괜찮은가’라고 질문하자, ‘이미 알고 있으며, 순수하게 참여하고 싶다’고 답했다”면서 “호펜 프로젝트가 단지 해외의 저개발국 아이들만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국내 청소년들에게도 중요한 교육적 가치를 나눠주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임완수 박사의 3년 전 ‘커뮤니티매핑’ 활동 무대는 미국 뉴욕이었지만, 지금은 한국 전역으로 퍼져나가는 주요 활동이 됐다. /임완수 박사 제공
임완수 박사의 3년 전 ‘커뮤니티매핑’ 활동 무대는 미국 뉴욕이었지만, 지금은 한국 전역으로 퍼져나가는 주요 활동이 됐다. /임완수 박사 제공
어느덧 대학생이 된 임주원씨는 5명의 동료와 함께 ‘호펜 프로젝트’ 체계를 다지는 작업이 한창이다. /민동은 작가 제공
어느덧 대학생이 된 임주원씨는 5명의 동료와 함께 ‘호펜 프로젝트’ 체계를 다지는 작업이 한창이다. /민동은 작가 제공

◇해외 1년 자원봉사 다녀온 청년 5인방, 공익 분야 활동가로

4년 전, 진로 고민과 취업 걱정을 뒤로하고 탄자니아·이집트·필리핀 등 해외로 1년의 자원봉사를 다녀왔던 청년 5인방〈본지 2011년 9월 6일자〉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박예슬(26)씨와 하아련(31)씨는 현재 국제구호개발NGO 굿네이버스에서, 이규홍(30)씨도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에서 근무하고 있다.

굿네이버스에서 아동 학대 예방 업무를 맡고 있는 박씨는 “취업 고민을 하고 있을 때, 해외 봉사가 큰 전환점이 되었다”면서 “타국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과, 세상에 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했다.

현재 한국무역협회 아주(亞洲)실에서 근무하며 인도·서남아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조아라(27)씨는 3년 전 ‘인도의 지역사회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이뤘다. 조씨는 “인도에서 1년간 봉사한 경험 덕분에 문화적 특성을 이해하고, 업무에도 큰 도움이 됐다”면서 “회사에서 ‘오지 전문가’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다”고 했다.

대학 졸업 후 법률사무소에 입사한 송대규(29)씨는 어느덧 대리 직급을 달았다. 휴가 때는 인도에서 지원봉사자로 근무할 때 상관이던 지부장을 만나러 아프리카 케냐에도 다녀왔고, 직장에서는 봉사 동호회 ‘나누는 사람들’에도 참여한다. 송씨는 “간헐적인 봉사로는 채워지지 않아 고민 끝에 NGO로 이직하겠다고 보고했는데, 회사에서 올해 공익재단을 설립할 예정이라 공익위원회 설립을 보조하는 업무를 맡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면서 “현재 공익 법률 지원 분야를 연구하며, 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에 등록해 공부하고 있다”고 근황을 밝혔다.

2012년 1월, 굿네이버스에 입사한 하아련씨. 3년 전 만난 청년 5인방은 “봉사의 경험이 삶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제시해줬다”고 입을 모았다. /굿네이버스 제공
2012년 1월, 굿네이버스에 입사한 하아련씨. 3년 전 만난 청년 5인방은 “봉사의 경험이 삶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제시해줬다”고 입을 모았다. /굿네이버스 제공

◇우리 지역 위험 지도, 직접 그려 해결하는 ‘커뮤니티매핑센터’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서 주민·대학생 60여명이 모여 ‘해방촌 동네방네 마을지도 만들기’에 참여했다. 1시간 30분 만에 해방촌의 위험한 곳, 불편한 곳은 물론 아름다운 곳, 눈길 끄는 곳까지 250여 지리 정보가 웹사이트( http://www.mapplerk.com/hbc)에 공유됐다. ‘자재가 방치돼 위험해요’ ‘인도가 없어서 사람들이 다니기 불편해요’ ‘쓰레기가 마구 버려진 곳이라, CCTV 설치가 필요해요’ 등 사람들이 경험한 다양한 정보들까지 추가됐다. 이 프로젝트의 이끄는 ‘커뮤니티매핑센터’의 대표이사인 임완수(48) 박사는 미국 뉴욕의 공공 화장실 지도를 만들어 유명세를 톡톡히 치른 인물이다〈본지 2011년 3월 22일자〉.

해방촌 동네방네 마을지도. /임완수 박사 제공
해방촌 동네방네 마을지도. /임완수 박사 제공

커뮤니티매핑은 구글 맵(Google map) 등의 온라인 지도에 사회적 의미가 담긴 정보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활동이다. 지난 20년을 머해리 의과대학과 럿거스 뉴저지 주립대학에서 도시계획과 보건과 관련된 지리정보 및 커뮤니티매핑을 가르쳤던 임 박사는 지금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커뮤니티매핑’을 알리고 있다.

2013년, 임 박사는 국내에 ‘커뮤니티매핑센터’를 개소해 본격 활동에 나섰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미국에만 국한된 프로젝트였다. 서울 숭덕초·포항 영일고 등 학생들과 ‘청소년 안전 지도’를 만들고 강북구 보건소와 ‘어린이 놀이터 안전 지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미국에서의 관심도 한층 고조되고 있다. 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동부를 강타한 뒤, 재난 지역에서 ‘기름 대란’을 겪자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주유소 정보 지도’를 만든 프로젝트는 미국연방재난관리청에서 공식 데이터로 활용됐고, 지난해에는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커뮤니티매핑’이 고등학교 커리큘럼으로도 채택됐다.

“한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커뮤니티매핑’에 참여하고 나서, 게임보다 재밌다고 그랬어요.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필요한 부분, 개선점을 써서 스마트폰에다 올리면, 해결점까지 도출되거든요. 최근 한국에서도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는 만큼, ‘커뮤니티매핑’이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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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호 202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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