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금)

함께 땀 흘리는 기쁨, 人性이 자랍니다

기업의 체육 사회공헌
달리기·자전거로 인성 교육… 속도 조절하면서 자기 성찰… 정서 안정되고 사회성 배워야구·축구 등 후원한 지역… 청소년 범죄율 줄어들고 주민 단합시키는 효과 거둬

“너무 즐거워하더라고요. 3개월이나 이어지는 프로그램인데도 지루하지 않대요. 유연성이나 지구력도 좋아졌고, 소극적이고 수줍음 많던 성격도 몰라보게 변했어요.”

지난해 9월 초부터 11월 말까지 ‘소녀, 달리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채하언(11·석촌초5)군 어머니 김순덕(50)씨의 말이다. 현대해상이 후원하고, 루트임팩트·와이즈웰니스가 기획·운영하는 ‘소녀, 달리다’는 초등학교 4~6학년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방과후 프로그램이다. 달리기에 재밌는 게임과 인성교육을 접목한 활동으로, 미국의 ‘걸스온더런(Girls on the Run)’을 벤치마킹했다. 지난해 25개 학교에서 759명의 여학생이 참여했다. 이영란 명일초등학교(강동구 명일동) 생활인성교육 부장은 “‘멈추고, 숨 쉬고, 듣고, 반응하기’ 절차를 배우며 또래 압력에서 이겨내는 연습을 하고, ‘나에게 맞는 달리기 속도 선택하기’를 적어가며 자기성찰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지난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114명을 조사한 결과 인성, 정서, 자기개념 등 인성발달지표가 최대 3.6%까지 향상됐다.

지난해 초 “집중력과 주의력이 부족하다”는 진단을 받았던 김태형(10)군. 어머니 안인순(40)씨는 “또래 관계가 안 좋았고 괴롭힘을 당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김군은 자전거를 타며 눈에 띄는 변화를 겪었다. 지난해 7월부터 4개월간 진행됐던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사업본부의 사회공헌사업 ‘스피돔 자전거 힐링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안씨는 “담임선생님으로부터도 ‘아이가 확 달라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했다. 손유진 사회복지사(광명정신건강증진센터)는 “35명 정도의 아이가 함께 자전거를 타며 수신호나 규칙을 익히는 과정에서 공감능력과 사회성 등을 배운다”며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의 관심도 높았다”고 했다.

1 롯데리아 ‘어린이 야구교실’에 참여한 아동이 전문코치로부터 스윙을 배우고 있다. 2 현대해상의 ‘소녀, 달리다’는 체력과 인성을 올바르게 성장시켜주는 인재양성 프로그램이다. 3 ‘말라위FC’ 프로그램은 아프리카 유소년들이 가장 좋아하는 축구를 활용했다. 4 ‘소녀, 달리다’에 참여하고 있는 초등학생이 밝은 모습으로 운동장을 뛰고 있다. / 롯데리아·루트임팩트·아이들과미래·광명정신보건센터 제공
1 롯데리아 ‘어린이 야구교실’에 참여한 아동이 전문코치로부터 스윙을 배우고 있다. 2 현대해상의 ‘소녀, 달리다’는 체력과 인성을 올바르게 성장시켜주는 인재양성 프로그램이다. 3 ‘말라위FC’ 프로그램은 아프리카 유소년들이 가장 좋아하는 축구를 활용했다. 4 ‘소녀, 달리다’에 참여하고 있는 초등학생이 밝은 모습으로 운동장을 뛰고 있다. / 롯데리아·루트임팩트·아이들과미래·광명정신보건센터 제공

◇사회공헌 임팩트 고민하던 기업, 체육 활동 지원으로 눈 돌리다

왕따, 학교폭력, 우울증 등 청소년 문제 해결을 위해 인성교육이 중요해지면서, 체육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기업 사회공헌에도 체육 활동을 강조하는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다. 기업 사회공헌 전략개발기업 와이즈웰니스의 김민철 대표는 “2~3년 전만 해도 장학사업을 펼치던 기업들이 최근에는 생활 전반을 바꿀 수 있는 참여·체험형 프로그램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그중 체육 활동의 영향력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현대오토에버는 지난해 초 ‘말라위FC(Football Club)’ 프로그램의 후원을 시작했다.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가 2012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사업으로, 아프리카 말라위 현지의 축구코치들을 고용해 주 4회 아이들에게 방과 후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다. 박윤선 아이들과 미래 매니저는 “학교에 안 갔던 아이들이 축구를 위해 학교에 가고, 시합이 있는 날은 마을 주민이 몰려나와 동네축제가 된다”고 했다. 김지훈 현대오토에버 총무팀 사회공헌 담당은 “‘못 먹는 애들도 많은데 무슨 축구냐’는 내부 의견도 있었지만, 아프리카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축구를 통해 생활 전반을 바꿀 힘을 키울 수 있다고 봤다”고 했다. 말라위 FC의 참여가구 조사 결과, 40가구 중 36가구가 “활동 참여 후 학교 출석률이 높아졌다”고 했으며, 33가구는 “가정 내에서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답했다.

롯데리아의 사회공헌 활동인 ‘어린이 야구교실’도 유소년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는 체육 지원 프로그램이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6년째 운영되고 있으며, ‘방과후 야구교실’과 ‘유소년 야구캠프’로 나뉘어 운영된다. 지난해 서울·대전·대구·부산·광주 지역 초등학교를 160차례 방문해 2만명의 아이와 땀을 흘렸다. 누적 참여 인원은 7만여명. 7월말에는 초등학생 300명과 함께 2박3일 일정의 유소년 야구캠프를 진행하기도 했다. 변기남 롯데리아 ‘어린이 야구교실’ 실장은 “야구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인프라가 갖춰진 곳은 별로 없다”며 “즐겁게 뛰노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서 운동의 효과를 절감한다”고 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2년째 진행하는 ‘스피돔 자전거 힐링 프로젝트’는 광명시 소재 초등학생 및 만성정신장애인(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자전거 교육 프로그램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2년째 진행하는 ‘스피돔 자전거 힐링 프로젝트’는 광명시 소재 초등학생 및 만성정신장애인(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자전거 교육 프로그램이다.

◇해외선 체육 사회공헌 효과성 인정받아

체육 활동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 사회공헌 활동은 미주·유럽에서는 이미 효과성을 인정받아왔다. 영국의 금융기업 ‘바클레이스(Barclays)’는 지난 2004년부터 영국의 빈민 지역을 중심으로 농구장이나 풋살(Futsal·미니축구)장을 지어주는 ‘스페이스 포 스포츠(Space for Sports)’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이 지역의 범죄율이 감소했으며, 2008년을 기점으로 미국·스페인·잠비아 등으로 범위를 넓혔다. 현재 영국에서만 200개의 스포츠 시설이 설치돼 있으며 매주 5만3000여명의 청소년이 이용하고 있다.

북미지역에서 18년 역사를 지닌 ‘걸스온더런(Girls on the Run)’ 프로그램도 유명하다. 창시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몰리 바커(Molly Barker)씨. 그녀는 자신의 알코올중독을 달리기로 치유한 경험을 바탕으로, 1996년 13명의 소녀와 함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2000년에는 1300여명으로 늘었고, ‘걸스온더런 인터내셔널'(Girls on the Run International)이라는 비영리기구까지 세워졌다. 지난해에만 북미지역에서 10~15세 소녀 13만8800명이 12주간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지금까지 누적 참여 인원은 71만여명. 북미 200개 도시에서 5만50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함께하며, 세계적인 장난감 회사 ‘레고(LEGO)’나 미국의 의류 브랜드 ‘아스레타(Athleta)’ 등 기업 후원도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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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호 202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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