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2일(일)

케이크 덕분에… 농사일이 달콤하답니다

지역 농가와 상생하는 SPC그룹
농가와 직거래 하는 SPC – 농산물 활용한 제품 출시하며
연간 계약 맺고 선금도 지불… 농가는 품질 향상에만 집중
제품 연구도 나눔으로 – 대학 특허로 신제품 개발… 수익금은 복지기금으로 기탁

미상_사진_사회공헌_미니사과_2013

“미니사과가 우리 영천 지역의 보물이 됐습니다.”

50년차 농부 최병혁(67)씨는 요즘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주문량이 급증하면서, 일손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벼, 콩, 참깨 등 수많은 작물을 재배해온 최씨는 2년 전, 친환경 농법(유기농·무농약)으로 아기 주먹만 한 사과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초기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미니사과를 영양·당도가 부족한 ‘불량사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1년 후, 상황은 급변했다. 그가 재배한 미니사과가 파리바게뜨 케이크에 장식되면서부터다.

전국 파리바게뜨 매장에는 미니사과를 품에 가득 안고 웃는 최씨 사진이 홍보 포스터로 붙었다. 소비자 반응은 뜨거웠다. 경북 영천 미니사과로 만들어진 ‘가을엔 사과 요거트 케이크’는 일반 케이크 대비 4배 높은 매출을 올렸다. 최씨는 “평소 거래해본 적 없는 식자재 회사들에서도 ‘급식이나 식후 간식용으로 쓰고 싶다’며 연락이 오고, 중간 상인들이 영천군 산지까지 직접 와서 미니사과를 사갈 정도”라면서 “대기업과 직거래로 수익·홍보·판로 확보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대기업·농가 직거래…안정적인 판로와 수익 보장

SPC그룹은 농가와 직거래를 통해 상생 경영을 진행 중이다. 2008년부터 전남·경북·경남·충북 등 총 12개 농가와 계약을 체결하고, 딸기·토마토·청포도·찹쌀 등 우리 농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것. 지난해 이렇게 구매한 농산물 양만 1만628메가톤(MT·1메가톤=100만톤)에 이른다. 20년 동안 파프리카 농사를 지은 명동주(53)씨는 1년 전부터 파프리카를 공급하고 있다. 그동안 판로가 일본뿐이다 보니 환율 등 갑작스러운 외부 환경 변화로 어려움이 많았던 그는 “이제야 국내 시장에도 안정적인 공급처가 생겼다”고 했다.

SPC는 농가와 연간 계약을 맺고 선급금을 지불한다. 날씨, 시장 변동을 고려해 최소한의 수익금도 보전해준다. 직거래이다 보니 유통 마진이 없어 합리적인 가격으로 거래할 수 있다. 명씨는 “계획 재배가 가능해져 품질 향상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해외 진출이 확대된 농가도 있다. 15년차 농민 이병호(53)씨는 4년 전부터 SPC그룹에 토마토를 공급하고 있다. 그는 “해외 바이어들이 우리 농가가 대기업이 인정하는 생산자란 점을 신뢰해, 거래량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다른 생산자단체들도 우리 영농조합법인에 합류하려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경북 영천에서 미니사과를 재배하는 최병혁(67·가운데)씨가 파리바게뜨의 ‘가을엔 사과 요거트 케이크’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SPC그룹 제공
경북 영천에서 미니사과를 재배하는 최병혁(67·가운데)씨가 파리바게뜨의 ‘가을엔 사과 요거트 케이크’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SPC그룹 제공

◇기업도 농가도 윈윈(win-win)…지역사회로 수익금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까지

SPC그룹 구매본부 직원들은 직접 농가를 방문해 토지·병충해·기후 등을 꼼꼼하게 조사하고, 기업과 농가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방안을 함께 모색했다. 수년간 신뢰가 쌓이니 품질도 높아졌고, 거래도 안정을 찾았다. 김억동 SPC그룹 구매본부 차장은 “케이크에 올라가는 과일은 크기가 작고 당도가 높아야 하는데, 일반 시장에서 이런 과일을 찾기 어려웠다”며 “농가와 직거래를 통해 SPC 역시 좋은 우리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유통 과정이 복잡할수록 보관 등의 문제로 과일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게 된 것이다. 김 차장은 “SPC 상품을 위해 맞춤형 농법을 개발해준 농가도 있었고, 더 좋은 품종을 위해 전용 농장을 따로 만든 영농조합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품질이 좋아지니 소비자의 관심도 높아졌다. 경기도 용인 유정란으로 개발한 ‘나무틀에 구운 유정란 카스테라’는 다른 제품 대비 2배 매출을 기록했다. 강원도 고랭지 농가의 딸기를 올린 케이크 역시 비수기인데도 배 이상 매출이 늘었다. 송기우 SPC그룹 홍보팀 과장은 “여름에 딸기 자체가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강원도 농가와 전량 매입하는 형태로 직거래를 했다”고 설명했다.

SPC그룹은 농가와 직거래를 통해 출시한 제품 수익금 일부를 해당 지역사회에 기부한다. 최근 파리바게뜨는 ‘가을엔 사과 요거트 케이크’의 판매 수익금으로 미니사과 포장상자를 만들어 영천 농가에 기부했다. 포장상자 디자인은 숙명여대 디자인 벤처회사인 ‘브랜드호텔’과 산학협력을 통해 이뤄졌다. 총 1만4000개의 상자가 영천 미니사과 유통법인에 전달됐다. 미니사과를 재배하는 최병혁씨는 “1개당 1000원에 달하는 사과박스가 항상 부담이었는데, 손잡이까지 달린 예쁜 상자를 만들어줘서 고객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산학협력 통한 CSV 경영…품질 높이고 나눔 늘려

SPC그룹은 2009년 서울대와 공동으로 SPC농생명과학연구동을 건립한 이후, 우리 농산물의 품질 향상 연구를 진행해왔다. 2011년엔 서울대와 합작법인인 ㈜에스데이리푸드를 설립해 유제품 연구를 강화했다. 산학협력을 통해 맛과 영양가를 높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체지방 감소 효과가 있는 CLA(공액리놀레산) 함량이 일반 우유나 요거트에 비해 2배 높은 ‘밀크플러스’와 ‘요거트플러스’를 개발, 출시한 것. 이는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보유한 ‘우유 내 CLA 함량을 높이는 특허기술’을 활용해 만든 제품이다. 항암·혈액순환·성인병 예방에 좋은 오메가3 함량도 높였다. 덕분에 밀크플러스는 1년 만에 매출이 30% 올랐다.

파리바게뜨는 최근 밀크플러스로 반죽한 ‘밀크플러스 우유 식빵’도 출시했다. 일반 우유 식빵보다 4배가량 우유 함량이 높은 제품이다. 이렇게 연구·판매된 제품 수익금은 서울대 농생명과학대학 학생들을 위한 복지기금에 기부된다. 기업과 학교가 공동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사회공헌을 확대한 새로운 CSV 모델인 것.

백승훈 SPC그룹 해피봉사단 부장은 “SPC그룹은 상생 경영을 바탕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이웃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 필요한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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