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금)

쓰레기속 고철 대신 미용가위·재봉틀… 일하는 행복 느껴요

나이로비 단도라직업훈련학교

고철 팔아 일당 벌던 청소년들
컴퓨터·용접·목공 등 배우고
개인 가게 운영하거나 취업
월 수입 6배 늘어난 졸업생도

“이곳이 머리를 잘한다고 이웃 사람이 소개해줘서 왔어요.”

지난 15일, 나이로비의 단도라직업훈련학교 1층 미용실습실에서 만난 아이링(Iring·40)씨는 파마 후 컨디셔닝(모발을 보호하는 미용단계) 중이었다. 그녀는 “싼 가격뿐만 아니라 네일아트, 패디큐어 등 다른 미용실에는 없는 서비스도 받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기존 미용실 가격이 300~400실링(약 4200~ 5600원)인데, 단도라직업훈련학교에서는 30% 수준인 100실링(약 1400원) 정도다. 미용반 강사 파울링(pauline·36)씨는 “11월이 6개월 코스의 마지막 달인데 오전 9시부터 1시간 30분가량 이론 수업을 진행한 후 오후 4시까지 실전 수업이 진행 중”이라면서 “연습생이 거리로 직접 나가 모객한다”고 설명했다. 한 명의 손님을 데리고 오면 지불 비용의 30%를 인센티브로 받을 수 있다.

단도라 지역은 쓰레기마을 고로고초와 쌍벽을 이루는 케냐의 슬럼가. 80만명의 인구 중 60% 정도가 30세 미만 청년층이지만 실업률은 무려 90%에 육박한다. 단도라로 가는 길 내내 아프리카대머리황새, 돼지, 아이들이 뒤섞여 길 중간중간에 있는 쓰레기더미를 뒤지는 걸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14년 전, 굿네이버스가 들어와 아동 결연, 지역 초등학교 개보수 등 교육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04년에는 미용 수업을 시작으로 14세 이상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단도라직업훈련학교를 만들었다. 로즈(Rose·43) 굿네이버스 단도라사업장 매니저는 “미용, 재봉, 목공, 용접, 컴퓨터 교실 총 5개 수업이 진행 중”이며 “가정방문을 통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우선 선발한다(단 컴퓨터 수업은 선착순으로 신청받음)”고 했다.

단도라직업훈련학교의 청각장애인을 위한 컴퓨터 교실(왼쪽)과 미용 교실(오른쪽) 현장. /굿네이버스 제공
단도라직업훈련학교의 청각장애인을 위한 컴퓨터 교실(왼쪽)과 미용 교실(오른쪽) 현장. /굿네이버스 제공

피터(Peter·31)씨는 2008년 단도라직업훈련학교 재봉반을 졸업했다. 이전에는 작은 식료품 가게 종업원으로 일하며 한 달에 5000실링(약 7만원)을 벌었지만, 요즘엔 재봉사로 자기 가게를 운영하면서 매달 3만실링(약 42만원)가량을 번다. 그는 “단골손님이 400명이나 될 정도”라면서 “학교 동기도 대부분 공장에서 일하거나 배운 기술을 바탕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도라직업훈련학교의 재봉반은 2012년 국가자격증 테스트에서 95개 직업훈련학교 중 2등을 할 만큼 우수한 수준이다. 로즈 매니저는 “지난 학기엔 컴퓨터 수업에 시의원 등 정부기관 사람 15명이 배우러 왔다”면서 “교사들의 자격 수준과 실력도 우수한 성적의 비결”이라고 했다.

올해부터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컴퓨터 수업도 시작했다. 청각장애인 권리 옹호 단체인 ‘데프에이드(deaf aid)’에서 여는 노트북 및 컴퓨터 수업 지원 공모 사업에 채택되면서다. 현재 7명이 청각장애를 가진 교사에게 수화로 컴퓨터 구성 및 조립, 네트워크, 워드 등을 배우고 있다.

학생인 모리스(Moris·40)씨는 “컴퓨터에 친숙해지면서 업무 효율도 이전보다 많이 늘었다”면서 “청각장애인들에게 시각적인 기술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컴퓨터 활용 능력을 익히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나이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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