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일)

[전통시장 사회공헌 분석] ③ 모바일 쿠폰·결제 ‘불편해서 안 쓴다’

전통 시장 사회공헌 분석 ③ 금융권
우리銀 카드 결제 m-POS
“스마트폰 쓰기도 어려운데 머리 아픈 걸 왜 사용하나”
하나은행 터치마켓 쿠폰… 은행 가야 2000원짜리 얻어
“마트 쿠폰은 문자로 오는데 누가 번거롭게 은행 가겠나”
2개월 지났지만 반응 냉랭

우리은행이 스마트폰 카드 결제 시스템을 지원한 남대문 시장의 전경(왼쪽). 망원시장 중앙에 걸려있는 하나은행의 쿠폰 홍보 현수막. 상인들이 시장에서 체감하는 실효성은 낮았다. /주선영 기자
우리은행이 스마트폰 카드 결제 시스템을 지원한 남대문 시장의 전경(왼쪽). 망원시장 중앙에 걸려있는 하나은행의 쿠폰 홍보 현수막. 상인들이 시장에서 체감하는 실효성은 낮았다. /주선영 기자

◇전통 시장과 ICT 기기, 궁합 잘 안 맞아…

우리은행은 지난 3월 출시한 스마트폰을 이용한 카드 결제 시스템인 ‘우리 m-POS’를 전통 시장에 무료로 보급했다. ‘우리 m-POS’는 기존의 카드 단말기가 매달 통신비가 나가야 하는 것에 착안, 스마트폰에 무선 결제기만 꼽고 한 달에 2000원씩 1년만 내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것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전통 시장을 포함해 중소상인들에게 ‘우리 m-POS’를 2000여대 가까이 보급했다. 그러나 아직 스마트폰과 전통 시장은 ‘잘 맞지 않는 궁합’처럼 보였다. 광장시장 한 상인회 관계자는 서랍에 있던 상자에서 ‘m-POS’기를 꺼내 보였다. 그는 “이미 쓰던 카드 리더기가 있어 별로 필요 없다”고 했다. 주변에 기계를 쓰는 상인을 수소문해봤지만 찾기 힘들었다.

우리은행은 지난 추석을 전후로 서울 지역 전통 시장 인근 점포에 온누리 상품권 회수 전용 ATM 80여대를 보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은행 이용시간에 창구를 이용하지 않고도 입금한 액수만큼 다음날 바로 상인 계좌로 입금되어 상품권의 현금화를 돕는다는 것. 하지만 ‘온누리 상품권’이 입금 가능한 현금 자동입출금기(ATM)에 대해서도 시장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남대문시장에서 속옷 가게를 하는 김숙자(가명·58)씨는 “상가에 입점한 점포들은 공과금을 온누리 상품권으로 내고, 상인끼리는 온누리 상품권을 현금처럼 통용한다”며 “애초에 바꾸러 은행에 간 적이 없다”고 했다. 남대문시장 노점에서 전통 제품을 파는 상인은 “매일 새마을금고 직원이 가게에 들러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주고 있다”고 했다. 실효성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하나터치마켓… 고객에게 너무 먼 그대

하나은행은 지난 8월 22일부터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 고객들에게 ‘하나터치마켓’ 쿠폰을 나눠준다고 밝혔다. ‘하나터치마켓’은 하나은행에서 전통 시장에 지원하는 스마트폰 할인 쿠폰이다. 모바일로 할인 쿠폰을 제공해 고객 유입을 늘리겠다는 목표에서 만들어졌다.

8월 26일 망원시장에서 오픈행사가 열린 지 2개월 남짓, 시장에서 이 쿠폰을 찾기는 힘들었다. 야채 가게 주인 김상주(가명·41)씨는 “홈플러스나 이마트는 고객들이 앉아있으면 문자나 우편으로 쿠폰이 오는데, 이건 손님이 일일이 은행 영업시간에 시장 근처 하나은행을 찾아가 받아야 하니 그렇게 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고 했다.

견과류 판매상 이은주(가명·56)씨는 “전통 시장에 오는 고객들은 10원도 아끼는 마당에 하루에 4000원 할인 쿠폰이면 사람들이 많이 쓸 것 같아 설치했는데, 행사 때 시장에서 바로 쿠폰을 쐈을 때는 하루에 대여섯명씩 쓰더니 이후로는 쓰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며 “사람들이 쉽게 쿠폰을 받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고객 입장에선 쿠폰 받기가 번거롭고, 상인 입장에선 시스템을 설치하기가 번거롭다는 점이 문제다. 쿠폰을 받으려면 시장 인근 하나은행 8개 지점을 방문, 2000원짜리 쿠폰을 받아야 한다. 하루에 최대 2장, 한 달에 4장까지 쓸 수 있다. 게다가 주 고객도, 상인도 연령대가 높은 시장에서 ‘스마트폰 쿠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16년째 과일 가게를 하는 박순미(가명·53)씨는 “남들 한다니까 하기는 했는데 우리 집 오는 단골들은 노인네라 잘 모른다”며 “상인들이야 손님들이 쓴다면야 하니까 배우긴 배웠는데 아직 해본 적이 없어 가물가물하다”고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전통 시장에 소비자 유입을 돕고자 했던 ‘하나터치마켓’의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 소비자가 보다 편리하게 쿠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시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m-POS 단말기는 애초에 전통 시장 지원용이라기보단 배달 및 이동이 잦은 업종들을 위해 개발된 것이라 단말기 설치 운영 비용이 저렴하여 지원했다”며 “전통 시장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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