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7일(화)

7박8일 휴가 대신 타지키스탄 봉사… “베풀기보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다음커뮤니케이션 임직원 모금운동 벌여 지은 ‘지구촌희망학교’ 다녀와
K팝 댄스·체육대회 등 다채로운 추억 선물

“학교가 가까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타지키스탄 파흐타코르 마을의 ‘지구촌희망학교’에서 만난 파르쉬보노(13·여)양이 까만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1년 전만 해도 왕복 2시간을 걸어서 학교에 다녀야만 했다. 올해 초, 수도 두샨베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도시 빈민가 파흐타코르 마을의 숙원사업이 해결됐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과 굿네이버스가 함께 ‘지구촌희망학교’를 만들면서다. 건립비, 학교 운영에 필요한 지원금은 다음의 사내 카페테리아 및 바자회 행사 수익 등 임직원들의 자체적인 모금으로 마련했다. 지난달 28일부터 10월 5일까지 ‘설레는 휴가’팀으로 선발된 다음 직원 12명은 7박 8일간 휴가를 반납하고 타지키스탄 ‘지구촌희망학교’로 봉사활동을 떠났다.

타지키스탄 파흐타코르 마을의 아이들이 지구촌희망학교에서 문화체험 프로그램 시간을 갖고 있다. /김경하 기자
타지키스탄 파흐타코르 마을의 아이들이 지구촌희망학교에서 문화체험 프로그램 시간을 갖고 있다. /김경하 기자

꼬박 24시간이 걸렸다. 베이징, 우루무치를 거쳐 두샨베까지 비행기를 3번 갈아탔다. 타지키스탄은 비자 외에 초청장을 받아야만 방문이 가능하다. 새벽 2시까지 입국 수속을 밟느라 파김치가 됐다. 봉사단 이혜리(31)씨는 지친 비행 일정에도 “아이들을 만날 생각에 설렌다”며 웃었다. 아이 600명에게 나눠 줄 티셔츠, 각종 문화체험 프로그램에 사용될 물품이 담긴 짐박스 27개를 나르는 것도 봉사단의 몫이었다. 3일간의 추억을 선물하기 위해 3개월이란 시간이 걸렸다. ‘설레는 휴가’팀은 일주일에 두 번씩 온라인 화상회의, 오프라인 미팅 등을 통해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했다. 한아람(31)씨는 “일방적으로 베푸는 입장이 아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에 주력했다”고 했다.

봉사단이 방문한 3일 동안 파흐타코르의 학교가 들썩거렸다. 학교 밖은 댄스교실에서 배운 크레용팝의 “빠빠빠” 노래가 울려 퍼졌고, 교실에선 아이들이 직접 만든 3D 안경을 쓰고 영화관람에 집중했다. 사드로드(11·남)군은 “공룡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 같았다”며 신기해했다. 아이들은 축구선수, 파일럿, 택시기사 등 자신의 꿈들을 티셔츠 뒤에 그리기도 했다. 난생처음 전교생이 함께 체육대회를 가져봤다는 파랑게스(13·여)양은 “함께 재밌는 시간을 보내서 즐겁고 우리를 웃게 해줘서 고맙다”며 손으로 쓴 편지를 직접 전해줬다.

4개 조로 나눠 아이들의 가정을 직접 방문하는 시간도 가졌다. 샤흐다트(9·여)양의 아버지 릴쇼드(36)씨가 집 안으로 봉사단을 안내했다. 3평 남짓한 방 중앙에 놓인 식탁엔 빵, 과일, 만두 등 타지키스탄 전통음식이 정성스레 준비돼있었다.(음식을 마련할 수 있는 식재료비는 미리 굿네이버스를 통해 가정에 전달됐다) 릴쇼드씨는 “하나밖에 없는 딸이 더 열심히 공부했으면 좋겠다”면서 “집을 더 좋게 고치면 한 번 더 초대하겠다”며 웃었다. 함미진(26)씨가 방문한 딜쇼드(12·남)군의 집엔 아버지가 없었다. 일자리를 찾아 러시아로 떠났기 때문이다. 타지키스탄은 가구 월 평균소득이 약 100달러(한화 약 10만원) 정도로 빈곤한 나라고, 낮은 소득으로 제대로 된 교육은 꿈을 꾸기 힘들다. 지난해 1월부터 봉사단 중 5명은 ‘파흐타코르 지구촌희망학교’의 아동과 결연을 하여 정기적으로 후원을 하고 있다. 이번 일정에 결연 아동과의 만남도 이뤄졌다.

“압둘라몬이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많이 자라서 처음엔 못 알아봤어요.”

손영곤(32)씨가 압둘라몬(7·남)군을 바라보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각자의 짝꿍을 만난 봉사단은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아 카드를 쓰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 선물하며 추억을 남겼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설레는 휴가’에 지원한 곽두환(33)씨는 “후원하고 있는 아동을 직접 만나게 돼서 뜻깊다”면서 “다른 팀과 소통도 하면서 좋은 사람도 만나고 해외 봉사활동도 할 기회”라고 했다. 다음 사회공헌팀 김태완 과장은 “봉사단 선발 기준은 IT프로보노 활동 등 국내 사회공헌 프로그램 참여 점수에 따른다”면서 “직원들이 더 나눔의 즐거움에 동참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했다. 내년엔 인도 볼드만 지역에 제9호 지구촌희망학교가 완공될 예정이다.

타지키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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