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7일(화)

경쟁하던 19개 생보사가 뭉쳤다… 현재 출연된 예산만 1912억원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주요 활동
연리 2% ‘착한 학자금 대출’ 성실히 상환한 대학생에겐
총이자 납부액의 50% 반환 진로상담도 지원할 예정
예산 부족한 지자체 3곳에 국공립 어린이집 건립 지원 앞으로 30곳 더 도와주기로
이주노동자·다문화가정 무료진료 사회단체에 3년간 7억원 기금 전달

“고등학교 졸업 후 몸이 편찮으신 어머니를 돕기 위해 매일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2년 전 다리를 다쳐 잠시 일을 못 하게 됐어요. 눈앞이 캄캄하던 그때, 휴대폰에 ‘대학생 대출 가능’ 문자가 왔습니다. 순간 혹해서 200만원을 고금리로 대출받았습니다. 이자 부담 때문에 다른 곳에서 또 대출을 받아 버텼고, 반년쯤 지나자 대출 원금만 1000만원이 넘었습니다.”

묵묵히 이야기를 하던 황현태(가명·25)군이 하늘을 쳐다봤다. 황군은 “지금은 한 달 이자로 2만4000원을 내고 있다”며 “아르바이트는 계속 하지만 예전처럼 고금리 이자 부담을 갖지도 않고, 매달 5만원씩 저축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착한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200억원을 출연해 2012년부터 올해 말까지 학자금 부채로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에게 연 2%로 전환 대출(고금리 채무를 저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것) 및 학자금 대출을 제공하는 것이다. 성실히 상환하면 총 이자 납부액의 50%를 돌려준다. 올 8월까지 총 1750명 이상이 대출을 지원받았다. 황군은 “회계 관련 법조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다시 꿀 수 있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사업을 집행하는 ‘사회연대은행’ 구현정 마이크로크레딧본부 미래사업팀 팀장은 “앞으로 신용정보회사와 협력해 금융 멘토링과 진로 설정 컨설팅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는 대학생 학자금 부채상환 지원사업 외에 ▲초·중·고·대학(원)생 장학 사업 ▲사회적 일자리 창출 지원 ▲청소년 대상 금융보험 교육 등 미래 세대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시행 중이다.

① 대학생 학자금 부채상환 지원 사업 면접심사 현장. / 문상호 기자 ② 생명숲 캠프에 참가한 구로구 천왕동 생명숲 어린이집 원아. /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③ 사회복지법인 라파엘 클리닉은 지난 3년간 7억원의 자금 지원을 받았다.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제공
① 대학생 학자금 부채상환 지원 사업 면접심사 현장. / 문상호 기자 ② 생명숲 캠프에 참가한 구로구 천왕동 생명숲 어린이집 원아. /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③ 사회복지법인 라파엘 클리닉은 지난 3년간 7억원의 자금 지원을 받았다.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제공

◇20년간 총 1조5000억원의 대규모 사회공헌 재원을 제공

2007년 설립된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는 생명보험사 19개(현재 기준)가 공동으로 사회공헌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설립된 조직이다. 시장에서는 서로 경쟁하던 기업들이 좋은 일을 하겠다며 힘을 모은 ‘혁신적 사회공헌 모델’인 셈이다. 개별사 이익의 최대 1.5%를 갹출해, 2026년까지 총재원 1조5000억원을 출연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출연된 예산만 1912억원에 이른다. 대규모 기금이 모인 만큼, 투명성과 공공성 강화에 각별히 공을 들였다. 3개 기관(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생명보험사회공헌기금·생명보험사회공헌 지정 법인)을 별도 기구로 운영하고,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사회공헌위원회에는 사회복지 전문가, 소비자 단체 대표, 공익 법인 대표, 학계 인사 등 외부 인사가 과반수를 차지하도록 구성했다.

김관철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사회공헌팀 팀장은 “대규모 재원을 통한 장기적 사회공헌이 가능하기 때문에, 개별 기업에서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분야 혹은 예산 부족에 허덕이는 정부를 대신해 사회 안전망을 확보하는 사업을 펼쳐왔다”고 말했다. ▲희귀 난치성 질환자 의료비 지원 사업 ▲다문화 가정의 자립 및 활동 지원 사업 ▲저소득 치매 노인 지원 사업 ▲노후 준비 지원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지자체 예산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국공립 어린이집 건립 사업이 대표적이다. 서울시 구로구는 2010년부터 ‘아이 키우기 좋은 구로’를 목표로 구립 어린이집 확충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당시 5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어린이집을 짓기 위해서는 약 40억원이 필요했다. 부지는 서울시의 지원으로 확보했지만, 구의 자체 예산만으로 공사비 27억원을 충당하기 힘들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2012년 구로구와 손을 잡고 천왕동에 생명숲 어린이집을 세웠다. 현재 125명의 아동이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이성 구로구청장은 “미국의 명소인 금문교, 카네기홀도 기업 기부를 통해 설립됐다”며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한 복지 서비스를 만드는 데 민간의 참여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올해 3곳을 포함, 앞으로도 30개 지자체에 국공립 어린이집 건립을 지원해나갈 계획이다.

◇적극적인 지원, 사회단체의 역량 강화로 이어져

생보업계의 공동 사회공헌 방식은 이후 은행, 손해보험, 여신 등 타 금융계는 물론, 정유 업계 등 다른 분야에서 공동 사회공헌 사업을 추진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2008년에는 정유업계가 ‘정유업계 특별 공동기금’ 1000억원을 조성해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에너지를 지원하는 활동을 펼쳤으며, 작년에는 은행연합회 소속 17개 은행이 ‘대학생 전환 대출 지원 기금’ 500억원을 조성하여 대학생 및 청년 창업자 대상으로 저금리 전환 대출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이뿐 아니라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는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사회복지 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5년간 116개 단체가 지정 법인으로 선정돼 기금 516억원을 지원받았다. 사회복지 법인 라파엘클리닉은 1997년부터 이주 노동자 및 다문화 가정을 위한 무료 진료소를 운영해왔다. 매주 일요일 혜화동과 동두천의 진료소 환자 수는 350명에 이른다. “일요일 하루 클리닉만으로는 정밀 검사나 수술을 하기 어렵습니다. 100개 병원에 중환자를 맡기고 라파엘클리닉이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연간 3억원에 육박합니다.” 안규리 라파엘클리닉 이사가 말했다.

라파엘클리닉은 2011년부터 3년간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로부터 총 7억원을 지원받았다. “안정적으로 진료할 수 있게 되면서 회사의 역량을 교육 사업에 투입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2주에 한 번씩 외국인 환자 90명을 대상으로 건강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지속적 후원은 단체의 능력을 키우는 데 큰 힘이 됩니다.”

김관철 팀장은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의 설립은 다른 산업의 공동 사회공헌 활동을 이끌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담당했다”면서 “앞으로도 사회의 소외층을 어루만지는 공익 캠페인 사업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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