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6일(월)

유방암 이겨내고 강사로 당당하게 선 그녀들… 마라톤으로 기부도

아모레퍼시픽 유방암 인식개선 핑크리본 캠페인
여성암 발병률 1위 유방암, 조기발견·치료 장려 위해 한국유방건강재단 세워
유방암 극복한 여성이 직접 강의하는 핑크투어와
남녀노소 참여할 수 있는 핑크리본 마라톤 기획
처음엔 어색해하던 사람들, 점점 인식 개선되는 것 느껴

“저는 9년 전만 해도 유방암 환자였습니다.”

고경자(55)씨가 자신의 투병 경험을 올올이 풀어냈다. 샤워 중 가슴에 멍울이 만져지는 것을 느꼈지만 기분 탓으로 넘겼던 것이 화근이었다. 8개월 후, 병원에서 ‘유방암 2기’ 진단을 받았다. 5㎝ 크기의 종양이었다. 1년간의 긴 투병생활이 이어졌다. 일도 그만둬야 했다.

하지만 유방암이 완치된 후, 고씨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다. 아모레퍼시픽의 대국민 유방건강강좌인 ‘핑크투어’ 캠페인의 ‘유방암 예방 홍보 강사’로 강단에 서게 된 것이다. ‘핑크투어’는 아모레퍼시픽 ‘핑크리본캠페인’의 일환으로, 유방암을 극복한 환우가 학교, 보건소 등 유방 자가검진 및 예방법 강의를 필요로 하는 곳에 찾아가는 강의 프로그램이다. 고씨가 ‘핑크투어’ 캠페인에 강사로 나선 지도 7년째, 강의 횟수로는 300회가 넘는다. 지난 9일에도 그녀는 서울대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50여명의 학생들 앞에 섰다. 이날 고씨의 강의를 수강했던 최유리(21·서울대 간호대 3년)씨는 “수업시간에 유방암에 대한 지식을 배워도 ‘암’ 하면 나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여겼는데 극복한 환우가 강사로서 이야기하니 피부에 와 닿는다”면서 “집에 가서 어머니께 자가진단법을 알려 드려야겠다”고 했다.

2012년 ‘핑크리본 사랑마라톤’ 대회 현장. /아모레퍼시픽 제공
2012년 ‘핑크리본 사랑마라톤’ 대회 현장. /아모레퍼시픽 제공

◇공익재단 설립해 ‘전문성’ 덧입히고, 13년째 ‘지속적’인 활동 펼쳐

아모레퍼시픽은 2000년, 기본 10억원의 재산을 출연해 유방건강 비영리 공익재단인 ‘한국유방건강재단’을 설립했다. 화장품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다 당시 발병률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던 유방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서울대 간호대학 이명선 교수는 “유방암은 자가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 조기 치료가 가능한 ‘유일한 암’이다”면서 “90년대 후반에는 국내 자가검진 비율이 1%도 안 될 정도로 유방암에 대한 인식이 낮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유방암 1기의 생존율은 98.4% 수준이나 4기는 30.2% 정도다.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부, 2008년 기준) 아모레퍼시픽은 한국유방건강재단과 유방건강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키기 위하기 위해’핑크리본캠페인’을 펼치기 시작했다.

13년 동안 진행된 ‘핑크투어’ 캠페인을 통해 13만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유방자가검진법 등 유방건강관리법을 배웠다. 아모레퍼시픽 홍보팀 김세원 과장은 “유방암은 여성암 중 발병률 1위(갑상선암 제외)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인식이 낮아 조기 발견 및 치료를 장려하는 강의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한국유방암예방홍보강사회(이하 한유예강회)와 뜻을 같이해 매년 20여명의 전문강사를 양성할 수 있었다. 한유예강회는 유방암을 극복한 환우들 중에서 서울대 간호대학이 제공하는 ‘유방암 예방 홍보 강사 교육’을 통해 1년간의 강의와 실습을 수료한 회원들로 구성돼있다. 실제로 유방암을 극복한 환우가 자신의 경험과 함께 자가검진법을 강연하기에 참여자들의 몰입도도 높은 편이다. 한유예강회 회장인 고경자씨는 “강의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유방’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부끄러워했다”면서 “해가 거듭할수록 유방암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했다.

지난 9일, ‘ 핑크 투어’캠페인 현장에서 만난 고경자(뒷줄 가운데)·이미연(뒷줄 오른쪽) 강사와 서울대 간호대학 이명선 교수(뒷줄 왼쪽). 앞줄은 특강에 참여한 서울대 간호대학생들. /김경하 기자
지난 9일, ‘ 핑크 투어’캠페인 현장에서 만난 고경자(뒷줄 가운데)·이미연(뒷줄 오른쪽) 강사와 서울대 간호대학 이명선 교수(뒷줄 왼쪽). 앞줄은 특강에 참여한 서울대 간호대학생들. /김경하 기자

◇적극적인 인식개선 활동, ‘일반인 가슴속에 가슴 건강 새겨요’

유방건강에 대한 인식이 저절로 확산된 것은 아니었다.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장벽이 존재했다.

“초기 사업을 시작할 때, 회사 내 남자 직원들이 ‘유방암’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불편해했습니다. 사회적인 인식은 더하면 더했지요. 생활 속에서 가깝게 유방건강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대국민 인식개선 캠페인 중 하나로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핑크리본 사랑마라톤’을 기획했다. 올해 13회를 맞이한 ‘핑크리본 사랑마라톤’ 대회에는 약 21만5000여명이 참여해 21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한국유방건강재단에 전달했다. 지난 4월 14일, 부산을 시작으로 대전(5월 12일), 광주(6월 2일), 대구(9월 8일)에서 대회가 열렸고 오는 10월 13일, 서울에서 마지막 ‘핑크리본 사랑마라톤’이 열릴 예정이다.

김세원 과장은 “대부분의 마라톤대회에서는 전문적인 마라토너들이 재참여하는 비율이 높은데 ‘핑크리본 사랑마라톤’에는 오히려 신규 참여자가 60~70%에 달한다”며 “기존 참여자의 추천을 받아 참가하는 등 유방건강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2010년부터는 일반인 홍보대사 ‘핑크제너레이션’을 모집하면서 대중 속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 매년 202명씩 홍보대사를 뽑고 있으며, 올해는 1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들은 1인 피켓 홍보, SNS 등 온·오프라인 캠페인 활동을 통해 유방자가진단법, 유방암에 대한 정보 등을 다방면으로 알리고 있다. 김세원 과장은 “더 많은 사람이 유방건강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가지고 대비했으면 좋겠다”면서 “일반인들이 앞장서는 것이 대국민캠페인의 핵심이니만큼 기업에서는 서포터스 역할을 지속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상_그래픽_사회공헌_유방암자가검진법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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