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수)

“홈쇼핑 연출·게임 개발… 진짜처럼 연습해 보니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재능기부로 청소년에게 직업체험 선물하는 기업들
기업의 특성·역량 살려 청소년 진로설계에 도움
롯데홈쇼핑 ‘영상 캠프’ – 학생이 쇼호스트·PD 등 역할 맡아 홈쇼핑 연출
LG CNS ‘스마트 아카데미’ – IT 전문교육 제공해주고 안드로이드 앱 개발 기회
‘커리어 퀘스트’ 체험 캠프 – 네오위즈마법나무재단과 사회적기업 노리단이 운영
게임 기획·제작 과정 참여

“안녕하세요. 오늘 소개해드릴 상품은 프라이팬입니다. 한번 보실까요? 음식이 잘 타지 않고, 기름이 잘 빠져요. 또 하나. 도둑이 들어왔을 때, 무기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가격은 3만9900원, 지금 바로 전화주세요. 가격은 3만9900원.”

검은 모자를 눌러쓴 민찬(가명·15)군이 조심스럽게 교실 앞으로 등장했다. “도둑이야!” 남성 쇼호스트를 맡은 상연(가명·17)군이 프라이팬을 휙휙 휘두르자 민찬군이 날렵하게 피하며 사라졌다. 프라이팬이 돌연 무기로 변신하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지난 7일, 충남 아산시 도고면에 있는 BCPF콘텐츠학교에서 열린 롯데홈쇼핑의 ‘희망찬家 청소년 영상 캠프’ 현장. 이날 캠프에 참여한 학생 38명은 5개 조로 나눠 쇼호스트, 연기자, PD, 카메라감독 등의 역할을 맡아 직접 홈쇼핑의 한 장면을 연출했다. 쇼호스트 체험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롯데홈쇼핑 남상연(36) 쇼호스트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아 톡톡 튀는 멘트들을 메모해놓기도 한다”면서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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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충남 아산의 BCPF콘텐츠학교에서 롯데홈쇼핑 ‘희망찬家청소년 영상캠프’가 열렸다. /롯데홈쇼핑 제공
지난 7일 충남 아산의 BCPF콘텐츠학교에서 롯데홈쇼핑 ‘희망찬家청소년 영상캠프’가 열렸다. /롯데홈쇼핑 제공

‘희망찬家 청소년 영상 캠프’는 롯데홈쇼핑의 홈쇼핑 매체를 활용한 진로교육 프로그램이다. 롯데홈쇼핑 대외협력팀 김준상 매니저는 “생방송 스튜디오·분장실·버추얼 스튜디오 등을 학생들에게 개방하고 전문 쇼호스트는 캠프 과정에 참여해 ‘일일 쇼호스트 체험’ 등 재능기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캠프 기간 내 영상물 촬영 및 편집 교육은 방송콘텐츠진흥재단이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캠프 첫날 방송국 견학이 끝나면 학생들은 충남 아산시 소재의 BCPF콘텐츠학교로 이동해 조별로 ‘꿈’을 테마로 하는 영상물을 제작하게 된다. 마지막 날에는 촬영·편집을 거친 영상물을 보여주는 상영회가 열린다. 지난 3월부터 매월 1회씩, 1박 2일(방학 중에는 2박 3일) 동안 진행된 캠프 수료자는 약 200명 정도. 8월 초에 열린 제6회 ‘희망찬家 청소년 영상 캠프’에 참여한 강다은(16·홈스쿨링)양은 “아나운서의 꿈을 꾸다가 접었는데 직접 쇼호스트도 만나고, 체험을 해보니 다시 도전하고 싶단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말했다.

◇홈쇼핑 쇼호스트, 모바일 앱 개발자 재능기부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

청소년의 자살이 늘고, 학교 폭력 등이 사회문제가 되자, 기업들의 청소년 대상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덩달아 늘었다. 특히 기업의 역량을 활용해 청소년들에게 모바일 앱 개발자, 홈쇼핑 쇼호스트, 게임 기획자 등 다양한 직업을 체험하도록 하는 곳도 늘고 있다.

박근혜(18·독산고3)양은 요즘 월·수요일 저녁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지난 5월부터 LG CNS에 근무 중인 개발자들이 자바, C언어, UX(User Experience·사용자 경험) 디자인 등 IT 관련 지식을 직접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박양은 “모바일 앱 개발에 관심이 많아 독학을 시도한 적도 있지만 너무 어려웠다”면서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진로 고민도 깊어졌는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IT 개발자의 꿈을 더 확고하게 꾸게 됐다”고 했다.

LG CNS의 ‘스마트 아카데미’는 총 40회에 걸쳐 안드로이드 앱 제작 수업을 진행한다. /LG CNS 제공
LG CNS의 ‘스마트 아카데미’는 총 40회에 걸쳐 안드로이드 앱 제작 수업을 진행한다. /LG CNS 제공

LG CNS가 올해부터 시작하는 ‘스마트 아카데미’는 금천구 내 청소년 25명을 대상으로 6개월 동안 주 2회씩 IT 전문교육을 제공한다. 장혁 홍보(CSR)팀 차장은 “2008년부터 IT에 관심 있는 취약 계층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미국 실리콘밸리, 인도 벵갈루루 등 해외 IT탐방을 지원하는 ‘IT드림 프로젝트’를 대표 프로그램으로 진행해왔는데, 이제 진로 탐색을 넘어 본격적인 직업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말했다.

‘스마트 아카데미’의 목표는 총 40회 수업이 끝난 후, 학생들이 안드로이드 기반 앱을 직접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LG CNS는 IT전문가인 가산데이터센터 임직원 10명에게 재능기부를 통한 IT교육을 맡겼다. 기업의 취지에 공감한 지방자치단체와 NGO도 협력했다. 금천구는 금천구청 평생학습관을 교육장소로 무상 제공하고,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는 진로·적성검사, 심리·취업상담 등 운영실무를 맡았다. UX 디자인 강의를 맡은 솔루션사업본부 모바일·UI기술그룹 박현규 선임연구원은 “갖고 있는 역량을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줄 기회가 주어져 좋다”면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IT개발자의 꿈을 실제로 이룰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게임 관련 직업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네오위즈마법나무재단의 ‘커리어 퀘스트’

“여러분, 요즘 ‘모두의마블’ 많이 하죠? 우리가 흔히 부루마블로 알고 있는 게임의 원형은 미국의 모노폴리(monopoly)란 게임이에요. 1930년대 세계대공황 때, 독과점 이슈가 심각해지자 문제점을 깨닫게 해주려고 만든 게임이기도 해요. 사실 게임할 때 이런 거 알면서 하진 않지요. 즐겁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만, 게임을 기획할 때 사회에 대한 메시지도 간접적이나마 느낄 수 있도록 만들면 더 좋겠지요?”

게임 제작 워크숍 진행을 맡은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노리단 이창호 매니저의 말에 학생 20여명의 눈빛이 반짝인다. “군인을 캐릭터로 만들어도 되나요?” “우리 조는 롤플레잉게임(role-playing game·게임 이용자가 게임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한 인물의 역할을 수행하는 형식)은 어때?” 지난달 25일, 충북 진천 근로복지공단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제4회 ‘커리어 퀘스트’ 캠프 현장이다.

네오위즈마법나무재단 ‘커리어 퀘스트’에 참여한 학생들. /네오위즈마법나무재단 제공
네오위즈마법나무재단 ‘커리어 퀘스트’에 참여한 학생들. /네오위즈마법나무재단 제공

네오위즈마법나무재단과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노리단은 올해로 4년째, 게임 산업에 관심 있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커리어 퀘스트’ 게임 직업 체험 캠프를 열고 있다. 올해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선정한 근로자들의 청소년 자녀를 포함한 참가자 60여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첫날인 지난달 25일에는 청소년들이 가상의 게임 회사를 설립해 게임 기획 및 제작을 하고, 다음 날에는 네오위즈게임즈 본사를 방문해 게임 개발 과정에 대한 강의를 들으며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게임 개발자를 직접 만났다. 이산해(18·서울문화고)군은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지식은 국·영·수로 치우쳐져 있는 편이라 갈증이 있었다”며 “캠프를 통해 좋아하는 게임의 개발자도 직접 만나니 신기하고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를 졸업한 후 게임회사 취업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네오위즈마법나무재단 한인숙 사업팀장은 “‘커리어 퀘스트’는 게임 개발 과정을 현실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진로 교육 프로그램”이라며 “게임 기획자가 실질적인 조언도 해주기 때문에 진로 설정에도 구체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피드백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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