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금)

“강의만 올리면 끝? 편하게 학습하는 환경이 필요”

국내외 오픈코스웨어 실태

“10억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강의의 시대가 열렸다.”

온라인 무료 강의 공유 사이트 ‘펭귄스텝’을 운영하는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김형률 교수의 말이다. 2002년 MIT는 대학 강의를 온라인을 통해 무료로 공개하는 최초의 오픈코스웨어(Open Course Ware·온라인 강의 공유 프로그램)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후 버클리, 하버드 대학 등에서도 사이트를 만들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MIT 오픈코스웨어는 매월 175만 번의 평균 접속 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290여개의 대학 및 관련 기관이 컨소시움을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교육 공유의 형식도 발전했다. 처음에는 강의록 파일을 홈페이지에 업로드하는 정도였으나 점차 녹취록, 동영상 강의 형식으로 변했다. 최근에는 온라인 대학을 설립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2012년 등장한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온라인 대중 공개 수업)는 대학 강의를 시청하면서 실시간으로 퀴즈를 풀거나 네티즌들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한 한 학기 동안 수업을 들은 뒤 100달러 이하의 금액을 지불하면 대학의 공식 인증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 하버드 대학과 버클리 대학이 주축이 된 에드엑스(www.edx.org), 81개 대학이 참여하는 코세라(www.coursera.org) 등이 있다.

울산대학교에서 강의를 온라인으로 공유하기 위해 오픈코스웨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울산대학교에서 강의를 온라인으로 공유하기 위해 오픈코스웨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한국에도 ‘오픈코스웨어’가 속속 도입됐다. 2007년 고려대는 국내 대학 최초로 오픈코스웨어 사이트를 개설했다. 2008년 4월에는 6개 대학이 모여 한국 오픈코스웨어 컨소시엄(KOCWC)을 구성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에서는 2007년 KOCW(www.kocw.net) 사이트를 설립해 주요 대학 강의와 국내외 강연을 올리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 대학 및 교육기관의 강의 총 5258개가 KOCW에 올라왔다. 기업과 비영리단체에서도 명사들의 강연 나눔을 주로 진행하고 있다. 현대카드의 ‘슈퍼토크’와 CBS의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외적인 성장과 달리, 한국의 온라인 교육 공유가 활성화하려면 갈 길이 멀었다는 지적도 많다. 2년 전 대학을 졸업한 A(26)씨는 “무료로 경제학을 배워보려고 KOCW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경제학 강의가 103개 올라와 있었는데 어떤 게 좋은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한 강의에는 수업 내용을 문의하는 댓글이 달렸지만 교수의 답변이 올라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온라인 교육 공유의 가장 큰 문제로 ‘폐쇄성’을 꼽았다. KOCW에 등록된 강의를 클릭하면 확장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거나 대학 오픈코스웨어 사이트로 이동하는 경우가 있다. 대학이 콘텐츠를 각자 방식으로 제작하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많은 강의가 1시간 정도의 수업을 그대로 녹화한 영상을 올려놓거나, 심지어 강의록 문서 파일만 올려놓은 곳도 있었다. 모바일에서 시청 가능한 KOCW 등록 강의는 전체의 4.5% 수준인 239개에 불과했다.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KOCW와 일부 대학에서는 모바일 페이지 또는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해 활용하고 있다.

고려대 오픈코스웨어 프로젝트에 참여한 김규태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는 “한국에 온라인 교육 공유가 정착되면서 평생교육의 가능성이 열렸다”고 평하면서도 “강의를 많이 올리기보다 사람들이 양질의 강의를 편하게 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도록 정부와 교육 단체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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