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일)

위험 무릅쓰고 용기로 선행을 실천하는 사람들…우리의 이웃이자 ‘희망 영웅’ 소개합니다

평범한 시민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든다. 굿네이버스와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5월부터 의로운 행동을 한 시민이나 단체를 ‘희망 영웅’으로 선정해 상을 주고 있다. 희망 영웅은 굿네이버스 사무국에서 자체 진행하는 언론 모니터링과 외부에서 추천받은 사례를 종합해 이타성·확산성 등 기준에 따른 심사를 거쳐 선정된다. 지난 13일에는 올해 일곱 번째 희망 영웅이 탄생했다. 남다른 용기와 희생정신으로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밝힌 희망 영웅들을 소개한다.

1차 희망영웅_ 조상현
서울 마포대교 난간 너머에 선 남자. 그리고 투신하려는 이 남성의 허리를 붙잡고 구조대가 올 때까지 버틴 시민이 있다. 제1차 희망 영웅으로 선정된 조상현(28)씨는 “눈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면서 “누군가의 인생이 달라지는 순간인데 못 본 척 지나갈 순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조씨는 자전거를 타고 마포대교를 건너던 중이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지만, 그는 자전거 브레이크를 잡았다. 조씨는 투신하려는 사람에게 농담을 던져가며 조심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본의 아니게 초면에 ‘형, 동생’ 하게 됐다. 그는 “능청도 떨어보고 부탁도 해봤다”면서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에 온갖 이야기가 나오더라”고 말했다. 신고 5분 뒤 구조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조씨의 기지로 버틴 덕에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2차 희망영웅_ 박진화·김을석·김영찬
물에 빠진 자동차 운전자를 구하려고 어선을 몰고 나간 시민이 있다. 지난 6월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부둣가에서 한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그대로 바다에 빠지는 사고가 났다. 마침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온 박진화(35)씨는 이웃 주민 김을석(50)씨와 함께 작은 어선을 몰고 자동차에 접근해 밧줄로 차를 묶어 고정했다. 주변에 있던 김영찬(54)씨가 가져온 망치로 창문을 깨고 칼로 안전띠를 잘라 운전자를 확인했다. 박씨는 “의식이 없는 운전자를 어선에 눕히고 심폐 소생술을 반복하자 호흡이 돌아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희망 영웅들은 구조 과정에서 유리에 팔과 무릎을 베여 상처를 입기도 했다. 김을석씨는 “세상이 아무리 각박하다지만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맛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하고 말했다.

3차_ 이예진·오원탁
지난여름 이예진(23)·오원탁(26)씨는 제주 함덕해수욕장에서 물에 빠진 여섯 살 어린이를 구했다. 아이 부모가 두 사람에게 신원을 묻자 “여행객입니다”라는 말만 남기고 홀연히 사라져 화제가 됐다. 오씨는 “해변에서 카약을 타고 있었는데 아이 비명을 듣고 있는 힘껏 노를 저어 다가갔다”면서 “아이를 바다에서 끌어올렸는데 숨을 쉬지 않아 흉부 압박을 했고, 서너 차례 만에 물을 토해내면서 의식을 찾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두 사람은 “당시 해변에 있던 주변 사람들의 칭찬으로 충분했는데, 상까지 받아 쑥스럽다”고 말했다.

4차 희망영웅_ 원주아동청소년교육네트워크 ‘물꼬’
희망 영웅에는 선행을 베푼 개인만 선정되지 않는다. 오랫동안 지역사회를 위해 활동한 단체도 있다. 원주아동청소년교육네트워크 ‘물꼬’는 지난 10년간 지역의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사업을 벌여왔다. 지난 2016년부터는 ‘개구리 밥차’를 운영하며 가출 청소년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며,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어른들의 신뢰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을 자주 찾는 한 학생은 “개구리 밥차에는 따뜻한 밥 한 끼와 사소한 고민이라도 대화로 풀어주는 선생님이 있다”고 말했다. 물꼬는 개구리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40여 아이의 식사를 책임진다. 이창열<사진> 물꼬 대표는 “밥차를 찾는 아이마다 사연이 참 다양하다”면서 “아이들이 다시 가정과 사회로 돌아갈 때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5차 희망영웅_ 김경문·김준엽·하철민
‘고교 삼총사’ 김경문(18)·김준엽(18)·하철민(18)군은 젊은 취객에게 폭행당하는 할머니를 구하려고 주저 없이 몸을 던졌다. 지난달 9일 늦은 밤, 울산기술공고에 재학 중인 세 친구는 길에서 폐지를 정리하던 할머니가 20대 남성에게 일방적으로 맞는 모습을 봤다. 욕설이 난무하고 몸이 뒤엉키는 상황에서도 이들은 할머니를 보호한 채 경찰이 오기를 기다렸다. 하철민군은 “무섭다는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어지러운 상황에서도 동영상을 찍어 증거를 확보하는 등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사건 이후 학생들을 다시 만난 할머니는 “젊은 학생들이 앞으로 착한 일을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6차 희망영웅_ 이강숙
지난 10월 태풍 ‘콩레이’ 피해가 집중된 경북 영덕군. 당시 갑자기 불어난 물살에 주민들은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집을 빠져나와야 했다. 하지만 영덕군 강구면의 김정례씨는 몸이 불편한 80대 노모와 함께 집 안에 갇혀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창문까지 차오른 빗물은 순식간에 거실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때 이웃 주민 이강숙(55)씨가 뛰어들었다. “어머님을 둘러업고 집 밖으로 뛰어나갔죠. 생각할 겨를은 없었어요.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네요. 두 사람을 대피시키고 보니까 다리가 덜덜 떨리더라고요.”
이강숙씨는 동네에서 이른바 ‘봉사 베테랑’으로 소문나 있다. 경북 영덕군 적십자봉사회에서만 18년을 봉사했고, 마을에 위급한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나서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농촌 일손 돕기, 연탄 배달, 김장 봉사 등 분야도 가리지 않는다. 지난해 포항 지진이 발생했을 때에는 한달음에 현장으로 나가 구호 활동을 맡기도 했다. 이씨는 희망 영웅에게 주는 포상금 500만원의 일부를 태풍 피해 가정의 복구 비용으로 선뜻 내놓기도 했다.

7차 희망영웅_ 최종민
지난달 16일, 대전에서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최종민(30)씨가 급하게 버스를 세웠다. 승강장 옆에 쓰러진 아이 옆에서 한 여성이 손짓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직감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몸짓이라고 느꼈어요. 얼른 차를 세우고 달려갔더니 호흡이 없었어요. 경황이 없는 와중에 정신을 차려보니 저도 모르게 심폐 소생술을 하고 있더라고요. 십여 차례 반복하니까 그제야 호흡이 돌아왔습니다.”
대학에서 경호학을 전공한 최씨는 응급 구조가 몸에 배어 있었다. 그가 근무하는 운수 업체에서도 주기적으로 심폐 소생술 교육을 한다고 했다. 거리에 사람들이 모여들자 최씨는 자리를 떴다. 승객들은 다시 버스 운전대를 잡은 그에게 격려의 말을 전했다. 최씨는 “여섯 살인 딸 생각도 나면서 순간적으로 ‘내가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누구라도 했을 일인데, 그저 제가 먼저 봤을 뿐”이라고 말했다.

희망영웅은 앞으로 3년 동안 위기가정 재기지원사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선정될 예정이며, 위기가정재기지원 사무국을 통해 추천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신한 희망사회프로젝트 위기가정 재기지원사업 홈페이지(www.shinhanhope.com)와 카카오플러스친구(신한희망사회프로젝트 위기가정재기지원)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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