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5일(화)

“어린이집 평가인증 제도, 교사 업무량만 늘릴 뿐 실효성 없어”

보육교사 280여명 대상 온라인 설문 결과

평가인증을 준비할 때는 밤샘 근무는 물론, 주말 출근이 다반사입니다. 서류 작업에 지친 몸으로 근무하다 보니 아이들에게 미안할 때도 많습니다. 학부모들도 평가인증 기간에 교사들이 무리하는 걸 알고 혹여나 아이들을 돌보는 데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불안해하기도 합니다. 평가인증, 대체 이거 누구를 위한 건가요?

최근 연이은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으로어린이집 평가인증 제도를 의무화하는 움직임이 진행되는 가운데, 일선 보육교사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어린이집 평가인증 전면 의무화를 담은 영유아보육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으며, 보건복지부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평가인증은 어린이집의 질적 수준 관리를 위해 보건복지부가 지난 2005년부터 시행하는 제도. 평가인증 점수(100점 만점)에 따라 개별 어린이집의 교재교구비와 환경지원금 등 지원액이 산정된다. 2017년 기준 전체 어린이집의 81.1%(32630개소)가 인증을 유지하고 있을 만큼 보편적 제도다.

보육 현장에서는 정작 평가 인증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다. 보육교사들은 평가인증이 “제대로 된 평가 지표가 되지 못하며, 오히려 보육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기자가 지난 9 24일부터 9 30일까지 보육교사 커뮤니티지혜쌤의 최강 유아교육 자료실에서 보육교사 28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6.2%(215)가 평가인증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76.9%(218명)는 평가인증이 보육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 어린이집의 수업 장면. ⓒ이주연 청년기자

 

◇보육교사 99%가 “평가인증 위해 야간근무”

설문에 답한 보육교사들은 평가인증의 가장 큰 문제점을교사의 업무량 증대(65.2%)’로 꼽았다. ‘평가인증 준비 동안 근로시간을 초과한 적이 있는가라는 문항에는 무려 99.3%(275)그렇다고 답했다. 초과한 근로 시간 정도를 묻는 문항에는 19.1%(53) 5시간 이상, 18.1%(50)밤을 새운다고 답했으며, 주말에도 근무한다는 기타 의견도 다수 있었다. 평가인증으로 인한 교사의 노동 강도가 심각한 수준인 것.어린이집 교사 김모(여·48)씨는 “평가인증 한 달 전부터는 그냥 당연히 새벽에 퇴근하겠거니 생각한다며 “평가인증 전후로 일을 그만두는 사람도 많고,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에 평가 당일 잠적하는 사람도 있다. 이 때문에 평가 인증을 앞둔 어린이집이라면 피하는 교사들도 있다고 말했다.

보육교사들이 평가인증 준비에 쏟는 시간 중 대부분은 서류 작업 때문이다. 교사들은 기본적인 보육 일지뿐만 아니라 생활기록부, 건강검진서류, 특별활동 부모동의서, 놀이시설설치검사 등 수많은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제공하는 평가인증 교육자료에 명시된 필수 서류는 10종류 이상이다. 경기도의 한 어린이집에서 만 3세 반 아이들을 담당하는 보육교사 A씨는 지난해 평가인증을 위해 준비한 서류가 150개가 넘었다고 답하기도 했다A씨는 “워낙 준비할 서류가 많아 평가인증을 미리 준비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도 아이들을 돌보는 것 외에 서류를 준비할 시간이 별도로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야근하거나, 집에서 준비할 수밖에 없다며 “옛날보다 많이 간소화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준비해야 할 서류는 부담스러운 양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교사들은 “형식이 명료하지 않아 평가자의 요청에 따라 서류 형식을 수정하는데도 많은 시간을 쏟는다고 하소연했다. “서류 간에 중복된 내용도 많아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과도한 업무량은 교사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 경기도의 한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 박모(여·54)씨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본 업무인 아이들 돌봄에 집중하기가 어렵다며 “몸이 피곤하니 아이들에게 본의 아니게 평소보다 잘 대해주지 못할 때도 있다. 아이러니하게 평가인증을 준비할 때가 가장 보육 업무에 소홀할 때가 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설문에 응답한 66.8%(187)평가인증 준비로 인해 아이들 돌봄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이들 보육에 더 집중하겠다며 자발적으로 평가인증을 받지 않는 어린이집도 생겨났다. 하지만 정부 지원 한 푼이 아쉬운 대부분의 어린이집은 지원금을 위해 평가인증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상황이다.

한 어린이집 사무실 한 켠을 빼곡히 채운 서류들. ⓒ이주연 청년기자

 

◇단 하루 평가로 3년 유효한 평가 방식 실효성 없어

어린이집 평가인증 절차는 보통 두 명의 평가자가 어린이집을 방문해 하루 동안 어린이집의 일과를 관찰하고 서류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평가인증 신청 후, 관찰 주간이 정해지면 어린이집은 평가 전주에 일정을 통보받는다. 평가자는 주간 중 하루를 정해 어린이집을 불시에 방문하고 평가를 진행한다. 보육교사 박모(여·54)씨는 “관찰 주간을 알게 되면 그 한 주 동안 긴장된 상태로 평가자들의 방문을 기다린다며 “그 주 동안은 평소보다 아이들 안전에 더 신경 쓰고, 수업 자료를 하나라도 더 만들게 되는 등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곳은 필요한 교구가 없는데 평가인증 때만 대여해서 사용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설문에 응답한 보육교사 77.3%(218)도 평가인증이 보육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83%(234)가 평가인증이 어린이집 수준을 정확히 평가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보육교사 김모(여·34)씨는 “꾹 참고 눈치껏 그날만 견디면 3년은 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며 “평가인증이 보육 서비스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평가인증을 위한 서류양식이 형식적이라 실제와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과를 진행하고 난 뒤 작성하는 관찰일지 기록은 대부분 업무 시간 이후에 작성되어 사실과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 교사들끼리는 평가인증 서류 업무가 글짓기 대회라는 농담도 오가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엔 평가인증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가 발생하면서 평가인증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계속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평가인증 어린이집 마크.

정부도 이 같은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어린이집 평가인증은 2005 1차 지표, 2010 2차 지표를 거쳐, 지난해 3차 지표로 두 차례 개편됐다. 기존 6영역 70 지표로 구성됐던 2차 지표가 지난해 3차 지표에서는 4영역 21 지표로 간소화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어린이집 평가인증 3차 지표 시범사업 운영자료를 통해 “평가를 실행과정 중심으로 개선하여 보육서비스의 실제적인 질을 평가하고, 현장의 문서 준비 부담을 완화하고자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어린이집 평가인증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관계자 역시 “기존 점수제가 어린이집 입장에서 느끼는 부담이 크다는 판단 하에 등급제로 변경했고 어린이집의 부담 완화를 위해 서류 감축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설문에서도 개선된 3차 지표에 대해 “보육일지가 기존 3개월에서 1개월로 줄었다”, “아이들과의 상호작용 중심으로 발전했다”, “아이들 중심으로 자유 활동이 많아졌다등 긍정적인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3차 평가인증을 경험한 보육교사(177) 46.9%(83)“3차 지표가 2차 지표에 비교해 발전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서울시 민간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보육 교사 정모(·51)씨는 “3차 지표가 적용된 평가인증을 준비할 때는 포트폴리오(관찰 기록 외에 사진, 동영상 등 활동 결과물)도 필요한데 아이를 돌보는 와중에 카메라를 가져와 아이들을 촬영해야 한다여전히 현장에서는 말도 되지 않는 일이라 생각되는 지표가 남아있는데 평가 공무원들이 한 달만 어린이집에서 근무해보고 고민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포트폴리오는 필수적인 자료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의 어린이집 평가인증 안내서. ⓒ이주연 청년기자

 

[이주연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9기) wndusl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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